자치소식

서울시·자치구 “폭염 피해 막자” 비상

무더위 쉼터 3251개소 운영·에너지 빈곤층에 선풍기 500대, 자치구별 그늘막·간이수영장 설치

등록 : 2016-08-04 13:29
최고기온 31.5℃를 기록한 지난 7월23일, 쪽방이 밀집한 돈의동 골목길에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리고 있다. 서울시 제공
4일 서울지역에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올 7월 폭염 일수가 전국 평균 5.5일로, 평년 3.9일보다 1.6일이나 많다고 발표했다. 평균기온도 평년 7월보다 0.9도 높은데다 습도까지 높아 체감 더위 일수는 훨씬 더 많다고 한다.

폭염은 태풍이나 홍수보다 인명 피해가 많은 기상재해로 꼽힌다. 한국기상학회 자료에 따르면 일 최고기온이 35℃ 이상일 때, 60대 이상의 사망자 수 비율은 68%까지 늘어난다(‘한반도에서 여름철 폭염이 일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2006). 이는 일 최고기온이 30℃ 이하에서보다 8%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폭염 피해는 도시 환경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기상학회의 ‘한국 주요도시의 폭염에 대한 기후 순응도 특성’ 연구(1991~2005년 6년간)에 따르면, 인구 1000만 명당 초과사망률이 인천 23.6명, 서울 19.8명, 대전 17.7명, 부산 12.2명, 광주 11.6명, 대구 6.9명으로, 서울이 인천 다음으로 폭염에 취약한 도시다.

서울 빈곤층 3.8% 최소한 냉방기구도 없어

서울시는 4일 신일산업(주) 후원으로 선풍기조차 없는 에너지빈곤층 500가구에 선풍기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저소득가구 3.8%는 최소한의 냉방기구도 없어 폭염질환 피해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월30일부터 시민을 무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25개 자치구와 함께 경로당과 복지관·동 주민센터에 ‘무더위 쉼터’ 총 3251개소를 마련했다. 운영 기간도 9월 말까지 넉 달로 늘렸다. 무더위 쉼터는 실내온도를 26~28도로 유지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무더위 쉼터 중 556개소는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어르신들을 위한 시설이긴 하지만, 시민 누구나 쉼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20 다산콜센터와 서울안전누리 누리집(safecity.seoul.go.kr)에서 대피소 정보 메뉴를 이용하면 가까운 무더위 쉼터를 찾을 수 있다.

쉼터를 쉽게 찾기 어려운 취약계층 어르신을 위한 별도 대책도 세웠다. 특보 발령 때 재난문자도 보내 주고, 방문과 전화로 안부도 확인하는 재난도우미가 그 대책이다. 노인돌보미·사회복지사·통장·건강보건 전문인력 등 1만7795명으로 구성된 재난도우미는 필요하면 취약계층 노인을 직접 무더위 쉼터로 안내한다. 또한 폭염 맞춤형 특수 구급 차량 ‘폭염 순회 구급대’ 149대도 마련해 두었고, 홀몸 어르신의 생활 관리와 안부를 확인하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도 있다.


노숙인 3708명과 쪽방 주민 3614명에 대해서도 따로 대책을 마련했다. 서울역과 영등포 등 노숙인 밀집지역에는 38명, 동자동과 남대문 등 쪽방 밀집지역에는 하루에 각 10명씩 5개 조로 편성된 특별대책반이 이들을 집중해서 보호한다. 노숙인과 쪽방 주민을 위한 무더위 쉼터를 각 16개소와 7개소를 지정해 운영하며, 아리수와 모기약, 선풍기 등 혹서기용 구호물품도 제공했다.

서울시는 시민들과 함께 에너지 취약계층의 여름나기를 지원하기 위한 캠페인도 벌이고 있고, 또 더 계획하고 있다. 7월에는 여름용 속옷 1만 벌을 기업에서 기부받아 환경미화원과 자활센터 근무자, 지역아동센터에 전했다. 8월에는 기업 20여 곳과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는 ‘사랑 업(UP) 온도 다운(Dawn)’ 캠페인을 벌인다. 캠페인 기간에 시설이 열악한 사회복지시설과 경로당, 옥탑방의 지붕에 흰색 열 차단 방수도료를 칠해 건물의 온도를 낮춰 줄 계획이다.

25개 각 자치구도 다양한 폭염 대책을 세우고 있다. 동작구와 용산구는 시민들이 뜨거운 햇볕을 잠시라도 피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에 임시 그늘막을 설치했다. 용산구와 종로구는 온도를 낮출 수 있도록 도로 물청소 구간을 확대했다. 서대문구는 홍은동 주민센터 근처에 어린이를 위한 간이수영장을 만들었다.

도로 물청소로 한낮 기온 낮추기도

서울시는 폭염 피해뿐 아니라 폭우에 따른 재해와 안전사고 방지를 목적으로 ‘2016 여름철 종합대책’을 세우고, 지난 5월15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평상시 3개 반 16명으로 구성된 ‘폭염 상황관리 티에프(TF)’가 폭염에 따른 상황을 계속 감시하고,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13개 반 100여 명으로 구성된 ‘서울시 폭염종합지원상황실’로 격상해 상황에 대처한다.

폭염으로 물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혹시 모를 단수와 물 부족에 대비해 급수 차량 105대와 아리수 물 20만 병을 확보했고, 취수장별 24시간 수질 감시 운영 체제를 가동해 수질오염에도 대비하고 있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