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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위한 중요한 전략, ‘콘센트형 충전기’

등록 : 2021-09-02 16:10
전 세계 인류가 느끼고 있을 만큼 기후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물론, 오토바이, 자전거 등 많은 이동수단이 전동화하면서 친환경 시대와 공존하기 위한 형태로 변모하는 것이다. 대규모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생산업체로의 전환을 선언하는 것으로 볼 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우리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2021년 5월 말 기준으로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을 포함하는 친환경차 100만 대 시대가 임박했다. 특히 순수 전기차의 보급(등록 기준)이 10만 대를 돌파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구축은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지난 200여 년에 걸친 내연기관 자동차와 주유소의 경험으로 볼 때, 전기차 충전소 구축 문제는 그리 어렵게 생각되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를 개발하고 기존 주유소 수만큼 충전소를 구축하면 된다고 생각됐으며, 이와 같은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돼왔다. 충전기 생산, 구축비용, 장소 요건과 전력 수급, 그리고 충전시간 개선의 문제라고만 여겼다. 전기차가 상용화하는 초기 단계에서 당연히 겪어야 할 진통쯤으로 여겨졌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중요한 사항이 있다. 전기차는 콘센트만 있으면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이나 카페에서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디서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내연기관의 경우 연료가 소모되면 주유소에 가야 하지만, 전기차는 지정된 충전소에 가서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충전하는 경우와 콘센트형 충전기로 밤새 주차하는 시간을 활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충전하는 방법이 있다. 실제 전기차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나라별로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80% 정도의 사용자가 고속충전이 되는 공공충전소가 아닌 개인 장소에서 충전을 한다고 답변했다.

우리의 생활 모습을 살펴보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대다수의 시민은 집과 직장 등 일정한 이동 경로를 반복적으로 주행하며, 출장·여행 등에 자동차를 가끔 이용하는 패턴을 보인다. 잠깐 들렀다가 다시 출발하는 경유지 개념과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주차하는 목적지 개념이 있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역시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이중 구조 전략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대표적인 경유지는 고속도로 휴게소나 주요 도로가 될 것이고, 목적지의 대표 장소는 집이나 직장에 있는 주차장이 될 것이다.

그간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경유지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초)고속 충전시설 위주였다. 이제는 목적지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220V 기반 콘센트형 충전기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콘센트형 충전기는 별도의 설치 면적 없이 기존 콘센트만으로 전기차 충전이 가능해 건물 내 주차장이 많은 도시 지역에 적합하다. 사진은 콘센트형 충전기로 충전하는 모습.


이런 점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20만 기 보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급·완속 충전기 외에도 콘센트형 충전기 등 다양한 충전기 보급을 시도하는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특히 콘센트형 충전기는 급·완속 충전기와 달리 별도의 설치 면적이 필요하지 않고 기존 콘센트를 활용할 경우 즉각적으로 충전기를 보급할 수 있어 지하주차장이 많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사는 시민의 생활패턴에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기차의 활성화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사용하기 매우 불편하다면 그것은 정말 힘든 문제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어벤저스를 부르지 않으려면 사용자가 편리하면 될 것 같다. 게다가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면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최웅철ㅣ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