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반발짝 앞서가며 ‘지역신문’ 바꿔나가”
창간 6주년 맞아 단행본 <지금은 영등포시대> 출간한 박강열 <영등포시대> 발행인 겸 편집인
등록 : 2021-09-30 15:30
박강열 <영등포시대> 발행인 겸 편집인이 9월15일 영동포구 영등포동7가에 있는 사무실에서 단행본 <지금은 영등포시대> 출간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 9월15일 영등포 지역신문 <영등포시대> 사무실에서 만난 박 편집인은 “지역신문 스스로 기획 사업을 하는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한 결과로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영등포시대>는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지방자치 시대와 가장 밀접한 지역신문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실과 현상에 대한 진실 보도, 바람직한 공론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 편집인은 2012년 9월 인터넷신문 <영등포시대>, 2015년 9월 지면 격주간신문 <영등포시대>를 창간했다. 올해 3월부터는 주민이 직접 출연해 뉴스를 전하는 유튜브 방송 ‘지금은 영등포시대’도 한다. 박 편집인은 “공익 목적을 가진 사실 보도는 언론의 사명”이라며 “독자가 기다리는 신문, 신뢰하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의 역할이 사회의 깨소금 구실을 해요. 싱거울 땐 간도 내고 하는 것인데 실제로 그런 활동의 영역을 언론을 통해서하자는 취지가 컸죠.” 출판사를 운영하던 박 편집인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출판사 문을 닫아야 했다. 시민단체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12년 영등포 지역에서 시민단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신문 창간으로 눈을 돌렸다. 박 편집인은 “시민단체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던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한계를 느껴 시민단체 만드는 일이 벽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어렵사리 인터넷신문을 만든 박 편집인은 3년 뒤 <한겨레>를 본떠 주민주주 신문 <영등포시대>를 만들었다. 지면 신문 창간을 계기로 경영과 편집도 분리했다. 박 편집인은 “당시 100여 명의 주주가 참여해 2250만원이 모였는데, 노점 상인도 주주로 참여할 만큼 호응이 좋았다”며 “경영과 편집 분리 원칙에 맞게 가지고 있던 개인 지분을 모두 다른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넘겼다”고 했다. <영등포시대>는 지역신문으로는 흔치 않게 자문위원회와 공감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자문위원회는 지역신문의 취약한 재정을 뒷받침해주고 공감기자단은 재능기부로 신문 편집에 큰 도움을 준다. 자문위원 18명은 모두 <영등포시대>의 논조와 기사 방향에 동의하는 지역 사람으로 구성됐다. 공감기자단 24명은 직접 기사를 쓰기도 하고 주변 얘기를 전해주면 기자들이 추가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쓴다. 박 편집인은 “지역에서 제대로 된 신문 하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자발적 후원이 가능했다” 며 “내년쯤 자문위원을 확대 개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영등포시대>는 비판하는 신문이라고들해요.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하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하죠. 잘했다고 쓴 것은 안 보고 못했다고 쓴 것만 가지고 얘기하면 안 되죠.” 박 편집인은 사실 지역신문이 비판 기사를 쓰기 어려운 구조지만, 신문에 비판 기사가 나올 때마다 항의 전화를 여럿 받는다고 했다. 그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고, 서로 또 얼굴도 봐야 해서 비판 기사를 쓰기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이미 초월했다”고 했다. “촌지 안 받고 타협 안 해요. 기사 빼주면 광고를 주고 후원하겠다고 해도 모두 거절합니다. 그럼 뒤에서 속된 말로 ‘니네들 똥배짱 부리는데 언제까지 가나 보자’고 말하고 다녀요.” 박 편집인은 홍보성 기사를 써주거나 비판 기사를 내려주면 대가를 주겠다는 제의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공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일절 응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지역신문에서 보기 드물게 비판 기사를 쓰고 쉽게 타협도 하지 않는 그에게 ‘영등포싸가지'란 별칭이 붙었다. 박 편집인은 “<영등포시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촌지를 받은 적이 없다”며 “지금은 촌지 안 받는 신문, 제보하면 꼭 어떤 형태로든 반영되는 신문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했다. 박 편집인은 <영등포시대>만의 콘텐츠를 활용한 출판물을 계속 만들 계획이다. 또한 영등포 지역에 국회가 있어 국회 출입기자도 두고 있는데, 앞으로 인력을 늘려 탐사보도와 기획 기사도 늘려갈 계획이다. 인터넷판에는 영등포 18개 동 소식을 실을 준비도 하고 있다. 박 편집인은 “관지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지만, 공공성과 정보성을 담아 주민이 공유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받아쓰는 데 익숙한 것, 아는 얼굴 봐주는 것, 이런 게 적폐죠.” 박 편집인은 “지역신문의 한계가 있지만 매 호 마지막 신문이라는 생각으로 반 발짝씩만 앞서가며 기존 지역신문의 모습을 바꾸는 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