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열린 운영’으로 대학로에 새바람 부를 예술청
등록 : 2021-09-30 15:38
“저는 그림을 그릴 줄 아는데, 함께 작업할 안무가를 찾아요.”
어느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온 소식에 금세 하트와 댓글이 줄을 잇는다. 대학로에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계획을 공유하느라 수다가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신기록을 깨는 요즘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마스크를 벗게 될 내년쯤 대학로에서는 다시 이런 장면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이런 꿈을 이루는 데 중심이 될 대학로 예술청이 10월27일 문을 열게 된다.
팬데믹이 터지기 훨씬 이전부터 ‘연극의 메카’라고 불렸던 대학로는 메말라 있었지만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거점이라 불렸던 이곳의 웅장함은 모두의 가슴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1970년대 후반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필두로 수많은 공연장이 문을 열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자 공공기관까지 ‘대학로의 붐’을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화의 르네상스를 기대했던 애초 바람과는 다르게 상업시설도 급속도로퍼지면서 급기야 2004년엔 ‘대학로의 정체성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문화지구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고공 행진하는 임대료는 오히려 배고픈 예술가를 대학로 밖으로 추방하는 꼴을 가져와 이제는 대학로에서 순수예술을 접하기가 쉽지않아 보인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런 대학로의 속사정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을 하고 5년전부터 대학로를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술’을 준비해왔다. 1980년대부터 공연장으로 또 예술영상 상영관으로 이름을 날렸던 동숭아트센터를 매입해 대학로를 살리는 프로젝트의 본거지로 삼은 것이다.
준비과정을 포함한다면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 5년을 꽉 채웠다. 이 기간에 힘을 더한 관계자만 해도 최소 수천 명에 이를 정도다. 그 많은 참여자를 일일이 헤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낄 정도다.
먼저 27일 문을 여는 예술청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관이 진행해왔던 프로젝트들과 구별되는 운영방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는 그것을 ‘거버넌스’라 부른다. 용어가 생소하기는 하지만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모든 당사자들이 책임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결정 하는 구조”란다. 이를 위해 상명하복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예술가와 기획자들이 모였다.
스무 명에 이르는 공동운영단은 단순히 대학로에 있는 하나의 공간을 운영한다는 목표에 그치지 않고 이곳에 불어닥칠 새로운 바람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소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일방향에서 탈피해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된다는 뜻을 담았다. 여기에 재단은 작은 물결로 시작해 새로운 대학로의 시대를 열어갈 파도까지 그리고 있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한국 연극사에서 큰 획을 남겼던 남산예술센터의 숨통을 이어나갈 새로운 공공극장이 내년 6월쯤 문을 열 것이다. 여기에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에서 연극의 중심 역할을 했던 서울연극센터도 리모델링을 마치고 다시 뛸 계획이다.
우리는 서울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민청’으로부터 비슷한 경험을 쌓았으며,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인 ‘청년예술청’을 통해 성공적인 거버넌스를 경험한 바 있다.
27일 개관을 앞둔 예술청을 위해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5년간 수많은 예술가가 참여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해봤다. 새로운 대학로의 초석이 될 예술청은 하나의 창작공간이 문을 여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지금도 규정된 틀안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실험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우리는 오프라인과 더불어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사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허브가 될 것이라 기대하며 또 자신한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차려진 밥상머리에서 수저를 들지 않고 다양한 요리사들이 모여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곳이 될 것이라 믿는다. 새로운 대학로의 시대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스무 명에 이르는 공동운영단은 단순히 대학로에 있는 하나의 공간을 운영한다는 목표에 그치지 않고 이곳에 불어닥칠 새로운 바람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소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일방향에서 탈피해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된다는 뜻을 담았다. 여기에 재단은 작은 물결로 시작해 새로운 대학로의 시대를 열어갈 파도까지 그리고 있다.
오는 10월27일 문을 열 대학로 예술청의 모습. ‘거버넌스’ 운영 등을 통해 대학로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이규승ㅣ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