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아이와 함께 고통을 견딜 때 비로소 부모 노릇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는 딸 둔 엄마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등록 : 2016-08-04 14:46 수정 : 2016-08-04 14:49
따돌림의 파급력은 굉장히 큽니다. 따돌림의 당사자뿐 아니라 방관자나 목격자들 또한 상처를 입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따돌림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따돌림의 상처는 꽤 오래갑니다. 저는 학교에서 따돌림 때문에 고통받았던 20~30대 젊은이들을 가끔 만나는데요, 그들은 자신들에게 그토록 부조리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여전히 분노하고 있었으며, 아직까지도 인간관계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모든 심리적 상처가 그렇듯 잘 치유되면 상당히 비약적인 성장과 성숙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와 직장, 학교와 가족들의 체계적인 노력과 협조가 필요합니다만 안타깝게도 국가와 학교는 그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없어 보입니다. 오늘은 담임선생님과 부모가 따돌림당한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선생님은 피해 학생을 탓하는 어떤 실수도 저지르지 말아야 합니다. 따돌림 사건이 일어나면 담임선생님은 피해 학생에게도 문제가 있을 거라고 의심하면서 그 아이가 고쳐야 할 점을 지적합니다. 따돌림을 연구한 많은 연구물과 출판물, 심지어는 교사 참고용 가이드라인에도 따돌림을 받을 만한 피해 학생의 성격적 요인이 언급되어 있는데, 이런 정보는 자칫하면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을 만한 요인이 있다고 여겨질 때 피해자는 이중 삼중으로 자존감을 훼손당하며, 피해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고 고통을 숨기게 됩니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를 위축시키고, 학교에 저자세로 일관하도록 만들기도 하지요. 만약 피해자들에게 어떤 성격적 특성이 있다고 해도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들의 특성이라고 이야기되는 것들은, 사실 피해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 아이들은 가정 안에서,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게 이전부터 비난과 따돌림을 당했을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이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문제는 우리 사회와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무엇보다 그 어떤 이유로도 한 개인이 집단에 의해서 그토록 교묘하게 괴롭힘을 당해서는 안 됩니다. 폭력의 피해자는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약자이기 때문에 공격당하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명심하시고,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생각을 일관되게 알려 주셔야 합니다. 부모님이 할 일은 아이와 함께 고통을 견뎌 주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야기를 들어 주고, 감정에 공감하고, 함께 울어 주는 것입니다.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1년이고 2년이고 하소연이 계속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가 하고 싶은 만큼 표현하게 해야 합니다. 고통을 발산함으로써 버티는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공감하고 함께 눈물짓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에게는 평생의 힘이 될 것입니다. 그래도 자신의 문제를 블루맘 님의 따님처럼 표현하고 있다면 그 아이는 건강한 아이입니다. 부모님들도 아이에게, 너에게도 친구들이 미워할 만한 문제가 있을 테니 그걸 고쳐야 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셔서는 안 됩니다. 과민하게 굴지 말라고 아이를 다그치지 마세요. 아이는 지금 취약한 상태에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부정적인 지적을 받을 때 아이는 더욱 우울해져서 문제해결력을 잃어버리고 방황하게 됩니다. 입을 다물고 문제를 숨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트라우마가 오래 지속되는 데는 부모의 몰이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또한 네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너의 지원군이 되어 학교와 가해 학생의 부모와 싸울 것이며, 학교를 따라다니면서라도 너를 지켜 주겠다고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좀 더 느긋해져서 그 고통을 견딜 힘을 기르게 될 겁니다. 그러나 아이보다 지나치게 앞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아이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아이를 돕는 방식으로 하셔야 합니다. 모쪼록 힘내시고, 이 어려운 과정을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글 박미라 심리상담가·<천만번 괜찮아>,<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지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blessmr@hanmail.net로사연을 보내 주세요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