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주부인 김아무개씨는 요즘 일요일 가족 티타임이 즐겁다. 중학생이 되면서 대화가 줄어든 큰아들과 그 시간에 의미 있는 소통을 나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비결은 도구 사용이다. 김씨는 아들과의 대화에 교구 제작·판매 회사인 ‘학토재’에서 만든 ‘씨앗 카드’(개발자 하태민 박사)를 사용한다.
‘씨앗 카드’는 모두 63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일종의 인성카드다. 하태민 박사는 “카드에 적힌 63개의 단어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행복씨앗 6가지’의 발아와 개화에 필요한 것들”이라고 말한다. 6가지 씨앗과 그와 관련된 해당 단어들을 살펴보면 체성(體性, 건강·활력 등), 감성(感性, 기쁨·교감 등), 사회성(社會性, 나눔·배려 등), 지성(智性, 배움·통찰 등), 조성(調性, 결단·겸손 등), 영성(靈性, 감사·평화 등)이다. 이는 뇌교육 박사인 하 박사가 <중용>의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하늘의 명을 가리켜 성이라 한다)에 나오는 인간 본성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주부 김씨는 티타임 때 아들에게서 지난 한 주간에 있었던 일을 들은 뒤, 그 일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씨앗 카드를 뽑아 건네준다. 가령 아들이 학급 친구를 도운 일을 얘기했다면 ‘배려’라는 카드를 뽑는다. 그리고 “정말 우리 아들, ‘배려’하는 멋쟁이구나”라고 말하며 카드를 아들에게 건네준다. 아들은 자기의 행동이 ‘배려’라는 씨앗 문자로 다가오면, 이를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는다.
김씨는 또 아들에게서 다음주 예상되는 상황들에 대해 얘기를 들은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단어를 몇 개 찾도록 한다. 가령 다음주에 시험이 있다면 아들은 ‘끈기’와 ‘노력’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 아들은 “왜 그 단어를 골랐니?”라는 엄마 김씨의 물음에 답하다보면 자연히 실행 의지도 높아진다.
씨앗 카드를 가지고 하는 대화가 꼭 가족으로 국한될 필요는 없다. 친구들이 서로 상황을 얘기하고 씨앗 카드를 골라도 된다. 하 박사는 “씨앗 카드를 이용한 초·중·고 학급에서 ‘우리 반 행복씨앗 톱5’ 등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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