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쏙 과학

폭염 ‘연 수십일’?…고탄소사회가 부를 ‘ 뜨거운 미래’

⑱ ‘어른이 실험실 탐험’에서 배우는 서울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법

등록 : 2021-10-07 15:49 수정 : 2021-10-08 09:10
9월25일 ‘2100 우리 동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주제로 열린 ESC ‘어른이 실험실 탐험’.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했다.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기상청 포털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탄소 농도 높낮이 따른 변화 보여줘

2091년 서울 일부 폭염일 88일 넘고

자치구 따라 폭염 날짜 크게 차이 나

‘도심이냐 아니냐’ 지리 특성 영향 받아

“인간 노력 따라 미래 모습 달라질 것”

모두 함께 힘내면 온실가스 완화 가능


공조 실패 땐 지역 따라 ‘적응’해 나가야

2091년 이후에도 지금처럼 고탄소사회가지속한다면? 서울시 종로구의 폭염일수는 66일을 넘어설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 동대문구와 강동구는 종로구보다 22일 이상 더 오래 폭염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건국대 지리학과 기후시나리오분석실의 최영은 교수와 이도영 조교.

어떻게 아냐고? 지난달 25일 열린 ‘어른이실험실 탐험’에서 건국대 지리학과 기후시나리오분석실 최영은 교수와 이도영 조교가 참가자 33명에게 기후변화 시나리오별로 기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행정구역별로 찾아보는 법을 알려줬다. ‘어른이 실험실 탐험’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가 주최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멤버들이 ‘어른이 실험실 탐험’ 프로그램 논의를 위해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동네에서 지구까지 자연기록단’(10월16일) 등 올해 중 네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ESC 제공

검색법은 간단하다. 먼저 기상청 기후정보 포털(climate.go.kr)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코너에서 ‘행정구역’을 클릭한다. 평균기온만 보고 싶다면, ‘기본분석’에서 궁금한 대표농도경로(RCP)에 따른 시나리오를 선택한 뒤 자기 동네 행정구역을 선택한다.

시나리오별 지역 차이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비교분석’을 선택해서 비교를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된다.

이때 꼭 알아야 하는 용어는 대표농도경로 즉 ‘RCP’다. 전문적인 설명은 별도로 이 글 아래에 붙였으니, 여기서는 최 교수의 ‘눈높이’ 설명만 보자. RCP 뒤에 붙은 숫자는 각 시나리오에서 2100년에 도달하게 되는 복사강제력, 즉 지구에 얼마나 많은 열이 있는가를 뜻한다. 그 숫자가 적을수록 저탄소사회, 높을수록 고탄소사회다.

이날 참가자들은 제각각 자기가 사는 지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찾아봤다. 50년뒤 먼 미래(2071~2100년)를 기준으로 열대야 일수를 살폈다. 용산구 주민은 용산구의 열대야가 RCP 2.6, 즉 저탄소사회일 땐 23.1일인데 RCP 8.5, 즉 고탄소사회일 땐 67.5일이라고 보고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 혹은 저감하지 않으면 열대야가 44.4일 더 길어지는 셈이다.

성북구 주민은 그와 사뭇 다른 결과를 공유했다. 열대야 일수는 저탄소사회일 땐 16.8일로 용산구보다 대략 6일쯤 적었다. 그러나 고탄소사회일 땐 57.5일로, 용산구보다 열대야 일수가 10일이나 적었다. 저탄소사회보다는 고탄소사회일 때 지역별 기후차이가 커지는 셈이다.

같은 구 안에서도 어떤 동에 사느냐에 따라 기후변화는 다르게 나타난다. 폭염일수로 보자. 먼 미래에도 고탄소사회가 지속하면 용산구 후암동의 폭염일수는 54.9일로 늘어난다. 같은 조건에서 용산구 이촌1동의 폭염일수는 72.3일로, 후암동보다 약 17일 더 오래 폭염을 겪는다. 저탄소사회 시나리오에선 이촌1동은 27.9일, 후암동은 14.1일동안 폭염을 겪는다.

고탄소사회 시나리오에서 왜 어떤 동네는 다른 동네보다 더 큰 변화를 겪을까. 요인은 도심이냐, 아니냐 등 지리적 특성에 있다. 최 교수는 “기온 측정소 위치가 산지에 있으면 도심보다 열대야 일수가 적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간이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시나리오는 달라진다. 최 교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란 인간의 노력에 따라 발생할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노력’은 두 가지로 이뤄질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완화’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기후에 ‘적응’하는 것. 최 교수는 “완화 즉 온실가스 저감은 전세계 차원에서, 적응은 국가나 지역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새로운 기후에 대한 적응 전략은 산간·도시·해안 등 지리적 특성에 따라 달라야 한다. 이것은 우리 동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계속 보완되고 있다. 기후변화 포털은 오는 12월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최근 보고서 즉 공통 사회경제 경로(SSP) 시나리오를 반영한 1㎞단위의 상세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기후변화과학 주요 용어

기후변화 시나리오: 온실가스·에어로졸·토지이용 변화 등 인위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복사강제력 변화를 지구시스템 모델(ESM)에 적용해 산출한 미래 기후 전망정보. IPCC가 기후변화예측모델을 이용해 세운 미래 기후에 대한 시나리오 즉 각본이다.

복사강제력: 대류권계면에서 측정된 지구 단위면적당/시간당 에너지 변화. 지구에 열이 더해지는 양을 뜻한다. 지표와 원격 복사 관측값,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의 특성 등을 기반으로 산출된다. 이 값이 클수록 지구-대기 시스템의에너지가 증가해 온난해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설립한 국제기구. 1990년 나온 IPCC 제1차 평가보고서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주로 인류의 활동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해 국제사회가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도록 이끌었다.

대표농도경로(RCP): 하나의 ‘대표’적인 온실가스 ‘농도’ 값에 대해 여러 ‘경로’로 사회·경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

공통 사회경제 경로(SSP): 각국의 기후변화 예측모델로 온실가스 감축 수준과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행 여부 등에 따라 미래 사회경제 구조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고려한 시나리오. 올해 발표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처음 도입됐다.

(참고: 기상청 기후변화과학 용어 해설집, 기후 역학 교과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