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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이 직접 전달하는 ‘영상 메시지’…코로나 시대 새 소통방식

등록 : 2021-10-07 16:36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지난 9월28일 구청장 집무실 영상 촬영장에서 홍종남 강남구 관광진흥과장과 함께 ‘미미위 강남 정책 브리핑’에 출연해 1일부터 열리는 강남페스티벌을 소개했다.

강남·양천·동작구청장, 방송·카톡·유튜브로 소통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에도 비대면 소통 확대할 것”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직원들과 소통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주민과 소통하며 구정을 이끌어가는 자치단체장들에게 코로나19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주민과 직접 만나는 과정에서 여론도 수렴하고 정책도 알려야 하지만, 사회적거리 두기 조처 시행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각종 행사와 회의 등을 진행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의 자치구청장들이 직접 온라인 소통에 나섰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이 동작구 유튜브 영상 ‘내일은 홍보왕’ 토크쇼에서 출연자들과 함께 엄지척을 해보이고 있다.

“안녕하세요. 강남구청장 정순균입니다.앞서 보여드린 영상 어떠셨습니까. 이번주금요일 시작하는 온택트 2021 강남페스티벌예고편이었습니다.”

지난 9월28일 ‘미미위 강남 정책 브리핑’ 영상을 촬영하던 정순균 강남구청장의 목소리가 촬영장으로 사용하는 구청장 집무실에 울려퍼졌다. 정 구청장은 20여 분간 계속된 촬영을 큰 실수 없이 무사히 마쳤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던 10여 명의 스태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 구청장은 이날 홍종남 강남구 관광진흥과장과 함께 1일부터 10일까지 온택트로 열리는 강남페스티벌을 자세히 소개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지난 9월29일 양천구청 내 양천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구정 소식을 알리는 ‘소공여’ 영상 브리핑을 촬영했다

“그동안 소통 구청장을 표방하면서 3년간 구정을 이끌어왔는데, 구민들의 정책 인지도가 50%가량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대치보다 낮아 고민 끝에 직접 영상매체를 통해 구정을 알리면 좋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정 구청장은 지난 4월부터 직접 방송 영상에 출연해 정책 브리핑을 한다. ‘미미위 강남 정책 브리핑’은 매주 강남구의 주요 정책과 사업을 정 구청장과 담당 직원이 직접 대화하면서 구민들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소통 수단이 없다는 것은 길이 막혀 있는것과 같습니다.”

정 구청장은 “다양한 소통 수단으로 주민과 대화해야 구정의 인지도, 신뢰도와 지지도가 올라간다”며 “영상 브리핑이 상당한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영상으로 소통하면 다양한 구정 현안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위례에서 신사역을 잇는 위례신사선이 지나가는 강남구 포이 사거리와 구룡초등학교 사거리 주민들이 서로 자기 집 근처에 역을 만들기 바라면서 주민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정 구청장은 정책 브리핑을 통해 포이 사거리와 구룡초 사거리 중간에 역을 만들고 출구를 양쪽 지역에 모두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정 구청장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칭찬과 지지를 보내는 주민도 많았고, 끝까지 자기 동네에 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민도 있었다”며 “주민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것 같아 코로나19 시대에 영상이 좋은 소통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정책 브리핑보다 앞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미미위 강남 코로나19 브리핑’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정 구청장이 직접 출연해 매주 코로나19 국내외 현황과 대응 상황을 구민들에게 알린다. ‘미미위 강남 코로나19 브리핑’은 지역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정 구청장이 직접 기획했다.

양천구민과 직원들이 양천구청 1층에 있는 티브이(TV)로 소공여를 시청하는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동작구 제공

정 구청장의 영상 브리핑은 강남구 누리집과 유튜브 채널, 강남구 애플리케이션(앱) ‘더강남'에서 시청할 수 있다. 강남구는 2019년 1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주민과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모바일 앱 더강남을 만들었다. 주민을 비롯해 관광객과 외국인에게 빠르고 신속한 민원 서비스와 다양한 공공 콘텐츠를 제공한다.

정 구청장은 카카오톡 대화방(카톡방)에서 구청의 각 과는 물론 매일 만나기 어려운 동주민센터 직원과도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팀장급 이상 단체방, 과별 방, 동별 방 등으로 나뉘어 있다.

정 구청장은 “팀장급 이상 방에는 하루 30~40여 건 내용이 올라오는데, 그럴 때마다 ‘엄지척’ 이모티콘을 날려준다”고 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는 9급 직원이 구청장과 쉽게 대화하기 어렵지만, 온라인은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주민 반응 좋아…구정 인지도·신뢰도·지지도 ‘세마리 토끼’ 잡는다

강남구, 정책 소통으로 주민 갈등 해소

양천구, 놓치는 정보 없이 빠르고 쉽게

동작구, 현장 토크쇼 형식 재밌게 전달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지난 9월28일 구청장 집무실 영상 촬영장에서 정책 브리핑을 촬영하는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양천티브이(TV) 소공여 브리핑 김수영입니다.”

지난 9월29일 카메라 앞에 선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 7월부터 ‘소공여’에 직접 출연해 코로나19를 비롯해 다양한 구정 소식을 구민에게 알린다. 이날 14회째 소공여를 촬영한 김 구청장은 여성일자리 박람회 개최와 학교로 찾아가는 어린이 안전체험교육 소식을 구민들에게 전했다. 소공여는 양천구의 구정 철학인 소통·공감·참여를 줄인 말이다.

“현장구청장실을 운영하며 발로 뛰는 행정을 추구해왔지만, 이제 새로운 소통 플랫폼인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 ‘더 빠르고, 더쉽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고자 소공여 브리핑을 만들었습니다.”

김 구청장이 영상 브리핑을 하는 데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온라인회의, 온라인쇼핑 등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영상매체가 남녀노소 누구나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 채널이기 때문이다. 구민들이 중요하고 필요한 정보를 ‘몰라서 놓치는 일이 없도록’, ‘이왕이면 알기 쉽게’ 전하려고 한다.

김 구청장이 이런 영상을 제작하는 데는 양천디지털미디어센터도 한몫한다. 양천구는 지난 5월 구청사 내 최신 방송 장비를 갖춘 양천디지털미디어센터를 만들었다.

“영상을 본 주민들이 ‘구청장이 직접 전달해 더 신뢰가 간다’ ‘친근감이 느껴진다’ ‘중요하고 필요한 정보만 전달해 아주 유용하다’ 등의 댓글을 올립니다.” 김 구청장은 “구민들은 우선 소통 자체에 높은 점수를 준다”며 “코로나19 시대에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소통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양천구는 소공여 브리핑 외에도 공무원브이로그 등을 재미있게 제작해 구민과의 소통의 벽을 허물고 있다. 공무원 브이로그는 각 부서 공무원들이 직접 출연해 본인들이 맡은 업무를 현장에서 소개한다. 김 구청장은 “영상 소통의 가장 큰 장점은 친근감과 재미”라며 “공공기관에서 만드는 영상도 재미있는 소통의 매체가 될 수 있도록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제가 동작사랑상품권을 산 적이 없어요. 제가 선점해버리면 순발력이 늦은 주민이나 정작 필요한 주민들이 사지 못하잖아요.”

이창우 동작구청장이 동작구 유튜브 영상 ‘내일은 홍보왕’ 전통시장 편에 출연해 자신은 동작사랑상품권을 사지 않는다고 말해 함께 나온 출연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 구청장은 “주민들이 많이 이용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작사랑상품권을 사지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은 스튜디오가 아닌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유튜버로 나섰다. 10월부터 토크쇼 형식의 ‘내일은 홍보왕’을 통해 구정을 알리는 이 구청장은 구청 직원, 주민과 함께 구정 현장에서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주민들이 꼭 알아야 할 구정 소식을 전한다. 이 구청장은 전통시장, 보육청, 김장담그기, 청년카페, 코로나19 덕분에 토크콘서트 등을 주제로 총 5편의 영상을 제작할 계획이다. 1일 선보인 전통시장(1편)은 선결제 캠페인, 편의시설, 배달서비스 등의 내용을 다뤘는데, 이 구청장은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났다. 이 구청장은 “비대면 소통 문화가 일상에 자리잡고 있는 요즘, 구청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영상 홍보에 참여하게 됐다”며 “주민 삶과 관련된 다양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주민들에게 다가가기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울의 자치구청장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예전의 완전한 대면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예측이 있는 만큼 비대면 소통을 더욱 강화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갈 계획이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