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28일부터 한겨레교육에서 ‘리더들을 위한 명리 아카데미’ 강의를 하는 황충연 <씨네21> 부사장이 10월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정발산공원 안에 위치한 정자 평심루에서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만난 수많은 기업 간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08년에 한겨레 광고국장 내려놓고
“인생 무엇일까” 고민…‘명리’ 공부 시작
10여년간 수십권 서적 보고 또 보고
“명리학은 수천년 된 통섭의 학문” 이해
기업체 간부 중심 300여명 사주 봐주고
지난해 성‘ 공할 사주…’ 단행본 출간도 해
사람은 능력과 함께 ‘때’ 아는 것 중요
‘사표 마음 후배’ 사주 본 뒤 참으라 조언
그 다음해 임원으로 승진되는 것 경험
“간부-MZ세대 관계에도 큰 도움 될 것”
“그러나 맹신하는 것은 피해야” 강조
미래의 세부 내용 완벽히 알 수는 없어
“불확실성의 시대에 ‘명리 아카데미’가 자기 자신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오는 10월28일부터 12월30일까지 매주 목요일 한겨레교육에서 ‘리더들을 위한 명리 아카데미’ 강의를 하는 황충연 <씨네21> 부사장의 말이다.
황 부사장이 진행하는 ‘명리 아카데미’는 여러 면에서 이채롭다. 명리 강의 하면 흔히 ‘역술인’을 생각하기 쉽지만, 황 부사장은 1988년 한겨레신문에 공채로 입사한 뒤 오랜 기간 신문사 광고국 등에서 활동했다. 그는 2017년 한겨레신문사 이사를 지낸 뒤 2020년에는 환경재단 기획위원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해 우리나라 대표적인 영상주간지 <씨네21> 부사장에 취임했다.
황충연 <씨네21> 부사장이 정발산공원안 숲길을 사색하며 걷고 있다.
촉망받는 광고사원이던 황 부사장이 명리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2008년 한겨레 광고국장에서 물러난 일이었다. 황 부사장은 2006년 한겨레 공채 출신 첫 광고국장이 됐다. 2년 동안 열심히 일한 뒤 ‘후배를 위해 국장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허무감이 느껴졌다고 한다. “인생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내면에서 솟아나왔다.
그때 이 문제와 관련해 “서양적 해법이 아닌 동양적 지혜를 찾던” 황 부사장의 눈에 띈 것이 ‘명리’였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이전에 시작해 당송시대를 거치며 체계를 갖춘 뒤, 수천 년을 이어져온 명리학이 지닌 강한 생명력의 원천이 궁금했습니다.”
자신의 명리학 저서 <성공할 사주 실패할 팔자>를 설명하는 황충연 부사장.
황 부사장은 이후 9년 동안 수십 권의 책을 읽으며 명리학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같은 책을 6~7번 읽기도 하면서 황 부사장은 명리의 오묘함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천재가 다녀간 흔적도 느꼈다”.
그렇게 독학하다가 어느 순간 한계를 느낀 황 부사장은 지난 3년 동안 유명 역술인에게 체계적으로 역술을 배운 뒤 본격적으로 주변 인물들의 사주를 봐줬다고 한다. 사주를 봐준 사람 중에는 광고 관련 업무를 하면서 관계를 맺은 기업 임원이 많았다. 황 부사장은 이렇게 300여 명의 사주를 본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에는 <성공할 사주 실패할 팔자>(생각굽기 펴냄)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황 부사장은 자신의 명리 공부가 이런 과정을 거쳐 형성됐기 때문에 무엇보다 기업 간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자신이 신문사라는 기업체에 근무하면서 명리 공부를 한데다 사주를 봐준 사람들도 상당 부분 대기업 간부이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체에서나 평사원으로 출발해 오랜 기간 근무하며 임원으로까지 승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황 부사장은 “높은 간부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공할 사주 실패할 팔자>에서 이와 관련한 부분을 인용해본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후배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회사에서 업무능력도 매우 뛰어났다. 윗사람에게 인정받는 인재였지만 해마다 승진에서 누락되었다. 어느덧 계급정년이 다가오자 승진을 포기한 채 회사를 떠나야 할 상황이었다. 깊은 실의에 빠진 그가 풀리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그의 사주를 살펴보고 자포자기 상태이던 그에게 충고의 말을 건넸다.
내가 살펴본 그의 사주 흐름은 어둡고 차가운 긴 겨울을 지나 이제 막 봄의 기운을 맞을 참이었다. 새순이 돋아나 싱그러운 잎새를 드러낼 때가 된 것이다. … 그는 반신반의했지만 나의 조언대로 사직서를 내지 않고 1년을 더 버텼다. 이듬해 회사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를 만들어 그가 원하는 직책에 승진시켰다.”
황 부사장은 “수많은 상담 사례를 통해 확인해온 바도 그렇거니와 때를 알고 때에 맞춰 나아가거나 물러설 줄 안다면 감히 운명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운명을 안다’는 것은 회사 생활에서 그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마감할 것인지를 아는 것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황 부사장은 저서에 인용된 후배의 사례에서 ‘봄의 기운을 맞는다’는 것 또한 때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 후배가 지닌 좋은 강점이 나이가 들어 원숙해지면서 더욱 높게 평가받는 때가 된 것이라는 의미다.
사주의 가장 기본은 한 사람이 태어난 날에 어떤 기운 혹은 성품·강점을 가지고 출생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명리학에서 인간은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의 5가지 기운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본다. 각각은 또 양(陽)과 음(陰)의 성격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인간은 총 10가지 기운을 가지고 태어나는 셈이다. 가령 양목(陽木)의 경우 곧게 뻗는 느티나무처럼 남에게 굽히지 않는 성격이고, 음목(陰木)은 넝쿨을 닮은 성격이어서 풀처럼 부드러우면서 유연하다.
명리학은 이런 개인 성품과 함께 그 사람이 가진 ‘사회적 속성에 해당하는 음양오행의 특징’을 결합해 한 사람의 인생 행로에서 큰 방향을 예측한다고 한다.
황 부사장은 광고 업무를 하면서 수많은 기업을 찾아본 덕분에 이 ‘사회적 속성’ 중에서도 특히 기업과 관련한 부분에 익숙하다고 한다.
황 부사장은 이에 기초해 현재 기업체 간부들이 어렵게 느끼는 엠제트(MZ)세대와의 관계도 명리를 공부하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제 경험으로 볼 때 명리학을 통해 부하 직원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최근 유행하는 성격 진단 도구인 엠비티아이(MBTI) 등으로 검사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황 부사장은 이렇게 명리를 통해 부하 직원들의 성격 등을 파악하게 된다면 자연히 부서나 팀 운영에서 갈등을 줄이고 집중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황 부사장은 또한 ‘리더들을 위한 명리 아카데미’는 기업체에서의 인생 전반기 생활을 마치고 50~60대 이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사주 명리를 통해 지나온 인생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 부사장은 “사주 명리를 맹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주 명리를 통해 한 개인이 자신이 그랜저의 속성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소형차의 속성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길에 고속도로가 놓여 있을지 자갈밭이 있을지에 대한 이해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명리를 통해서는 이런 큰 스케치를 그릴 수 있지만 세부적인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학문이 완벽할 수 없기에 무조건 믿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설명한다. 황 부사장은 다만 이런 큰 스케치를 통해 ‘흉한 일’을 피하는 것이 가능하고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령 건강이 안 좋을 것 같다고 하면 건강에 좀더 신경을 쓰는 등 언제 어느 방향에서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하면 거기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황 부사장은 이번 명리 아카데미에 대해 “수천 년 동안의 경험이 쌓여 형성된 이론과 제가 경험한 많은 기업체 간부의 모습을 결합한 강의”라며 “이를 통해 ‘인생의 새로운 내비게이터’를 얻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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