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7일‘단편소설의 맛’ 낭독 팀이 금요일마다 열리는 모임을 끝내고 함께 낭독한 책을 펼쳐 보이고 있다.
대문호 괴테가 여든셋까지 다양한 작품을 창작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어린 시절 어머니와 나눈 낭독을 꼽는다. 어머니 카타리나는 밤마다 어린 괴테와 소리 내어 글을 읽었다. 결말 부분은 들려주지 않고 괴테에게 완성해 보라고도 했다.
이렇듯 낭독에는 한 구절 한 구절 음미하며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 신촌기차역 부근 이화여대 뒷골목에는 날마다 그런 즐거움이 울려퍼진다. ‘문학다방 봄봄’(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13, 070-7532-7140)의 풍경이다. 책방이 딸린 카페 한가득 저마다 다른 음성이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감정은 공유되고 지성은 강화된다.
봄봄의 김동규 이사장(48)은 “낭독은 도보여행 같아서, 천천히 길을 가면서 꽃향기도 맡고 나와 주변도 돌아볼 수 있다. 일상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데 그것에 함몰되지 않고 느리게 살기의 한 방법으로써 낭독을 하면, 집단지성도 경험하고 삶의 내용도 좀 더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2013년 12월 생겨난 봄봄은 북 콘서트, 시 콘서트 등을 열어 낭랑한 목소리로 골목의 빈틈을 메웠다. 이화여대 패션거리가 퇴조하면서 휑해진 골목을 낭독을 통한 책과 사람의 만남으로 채워갔다. 지난해 10월에는 함께 낭독하고 학습공동체를 만들던 구성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협동조합 카페로 거듭났다.
봄봄의 색다르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에 이끌려 비슷한 속도를 갖는 상점들이 생겨났다. 여러 나라의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들, 추리소설 독립책방 등이 하나둘씩 들어서며 다시금 골목과 지역상권이 조금씩 살아났다.
현재 봄봄에는 총 10개의 낭독 팀이 날마다 낭독 모임을 하고 있다. 고전을 읽는 ‘북코러스’라는 모임부터 한국 현대소설, 성서문학, 서양미술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곧 ‘번역가 한경희와 함께하는 토요 낭독회’도 합류할 예정이다. 매달 첫째 주 금요일에는 밤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심야 책방으로 운영된다. 함께 낭독에 참여하면서 사람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매력에, 참여자가 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봄봄은 낭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마을과 만나는 지점을 넓히고 있다. 서대문구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공유서가(마을의 빈 공간이나 작은도서관 일부에 주민들이 책을 모아 공유하는 책방)와 휴먼라이브러리이다. 공유서가를 통해 카페가 보유한 장서 1000여 권을 주변 상인, 주민 등과 공유하며 함께 읽는다.
사람이 책이 되어 독자에게 자신의 지식과 재능을 나누는 ‘휴먼라이브러리’도 달마다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열린다. 6월30일 윤후명 소설가를 시작으로, 7월에는 박계동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이 사람책이 되었다. 8월에는 이용훈 서울도서관 관장이 사람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김이준수 이피쿱 대표노동자 jslyd012@gmail.com
사진 문학다방 봄봄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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