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 리를 간다나 어쩐다나.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덕분에 <오징어 게임>의 배경인 도봉구 쌍문동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주인공이 자신을 소개할 때 으레 ‘쌍문동 성기훈’이라며 지명을 호(號)처럼 덧붙인다. 쌍문동의 명칭이 효자에서 유래했다면, 그 명칭의 효자 노릇은 성기훈(이정재 분)이 다 한 셈이다.
쌍문동이 더 유명해진 이유는 실제 드라마 일부가 쌍문동에서 촬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극 중 일상적인 공간을 제외하고 눈에 익은 장면만 추려보아도 세 군데나 된다.
먼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극 중 상우(박해수 분)네 생선가게인 백운시장 ‘팔도건어물’(도봉구 삼양로154길 36·
사진 왼쪽)이다. 상우의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는 대조적으로, 어머니의 서울대생 아들에 대한 자랑과 사랑으로 점철된 이곳은 사실 생선가게가 아니라 건어물상이다. 하지만 정작 파는 품목을 들여다보면 건어물상과 생선가게의 어디쯤 있다고 할 정도로 생물부터 건어물까지 다양하게 판매하는 ‘수산물 상회’다.
낯선 사람들의 잇따른 방문과 연이은 같은 질문에 자못 지칠 수 있지만 그래도 사장님은 시종일관 친절로 응대한다. 이날도 방송사의 인터뷰에 응한 사장님은 “찾아와주는 사람이 많으면 시장의 활력이 생기지 않겠냐”며 반색했다. 후문이지만 먼 길 찾아와서 구경하는 사람은 많지만, 품목이 생선인지라 실제 매출이 늘지는 않는다고 한다. 구운 생선도 판매하니, 부디 생선 먹고 싶은 날 방문해보시길 권한다.
둘째는 극 중 기훈과 상우가 담배를 피우며 각자의 인생을 담담히 하소연하던 장소인 ‘국제세탁 골목’(도봉구 우이천로48길 9·
사진 오른쪽)이다. 백운시장 입구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평범한 동네 골목에 불과하겠지만, 극상 중요 대화의 배경이어서 그런지 새삼 ‘레트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셀카 맛집’으로 등극했다.
셋째 장소는 기훈과 일남(오영수 분)이 소주에 생라면을 곁들이던 ‘씨유(CU)편의점 쌍문우이천점’(도봉구 우이천로39길 11)이다. 어찌 보면 게임 같기도 한 인생, 인생 같기도 한 게임을 논하며 선문답하던 간이 테이블에서 생라면을 먹는 것이 <오징어 게임> 순례의 중요한 대목이 됐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촬영 때 더 비싼 안주로 사 먹어 달라고 할걸”이라는 점주의 귀엽고도 늦은 후회가 뒤따른다.
<오징어 게임>의 로케이션 중에서도 유독 사람들이 쌍문동에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극은 쌍문동을 사람의 목숨이 돈으로 환원되는 게임에서도 끝까지 사람의 본성을 잊지 않았던 두 명의 주인공이 살아온 곳, 가족·이웃과 함께하며 사람으로 성장해온 곳임을 누차 환기한다. 그리고 여기에다 다소 토속적이기도 한 쌍문동이 주는 언어적 푸근함과 골목과 마을공동체가 살아 있는 쌍문동의 정취도 한몫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런 ‘살 만한’ 동네니깐 말이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역시 쌍문동에서 나고 자랐다고 한다. 어찌 보면 서울 하늘 아래 아직 마을공동체가 무너지지 않은 공간으로서, ‘서울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쌍문동이 아닐까 싶다. 서울에서 인심을 느껴보고 싶다면 ‘사람을 향한 도시, 도봉구’ 쌍문역에서 내려 보자.
정동훈 도봉구 홍보전산과 주무관 사진 도봉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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