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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최다 작품·자료로 만나는 ‘박수근’전 덕수궁에서 만난다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22년 3월1일)

등록 : 2021-11-18 16:27 수정 : 2021-11-19 12:25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는 누굴까. 아마 박수근을 떠올리는 이가 많을 테다. 국내 20종미술 교과서에 박수근의 작품이 실려 있는 만큼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박수근의 그림은 익숙할 것이다.

박수근의 역대 최다 작품과 자료를 볼 수 있는 전시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내년 3월1일까지 열린다. 유화, 수채화, 드로잉, 삽화 등 박수근의 작품 174점을 볼기회다. 박수근이 살았던 시대를 읽어내는 이번 전시는 독학, 전후 화단, 서민, 한국미 등 4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부유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박수근은 열두 살 무렵 밀레의 <만종>을 보고 화가를 꿈꿨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독학으로 그림을 익혀냈다. 박수근은 열여덟살이 되던 해에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수채화 <봄이 오다>로 입선하며 꿈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결혼 뒤에는 평안남도 도청서기로, 중학교 미술 교사로 생활을 꾸려가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창신동에 자리를 잡고 미군기지 내 매점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는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생계를 이어갔다.

이 시절 박수근의 이야기는 박완서의 소설 <나목>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그는 전문적인 미술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폐허가 된 서울에서 매해 국전에 출품하며 성실하게 그려냈다. 딸이 버린 값싼 몽당연필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미군 부대 종이상자에 그리기도 했다. 당시 화단을 휩쓴 추상화에 흔들리지 않고 물감을 두껍게 쌓아올리는 특유의 화법을 고수하며 그릴 뿐이었다. 그러다 해방 뒤 최초의 상업 화랑인 반도화랑에서 미군, 주재원 등 외국인들에게 먼저 주목받으며 미국 개인전도 추진하는 등 기반을 다져갔다. 하지만 그때 그의 건강이 급작스럽게 악화해 51살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박수근의 그림에는 시장, 이웃, 나무 등 주변 일상이 주로 담겨 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며 하나둘 나뭇잎이 떨어지는 지금은 박수근의 <나목>을 만나보기 좋은 때다. 이 계절, 전쟁이 관통한 시대에 가장으로, 생활인으로, 화가로 묵묵히 제 몫을 해내면서도 줄곧 온유한 시선을 유지했던 한 작가를 느껴보면 어떨까.

장소: 중구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시간: 화~일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료: 2천원(사전예약) 문의: 02-2022-0600

김영민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