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지구 위한 신’ 함께 신고 걸음 내디뎌요”
100% 친환경 신발 만들어가는 사회적기업 엘에이알(LAR)의 계효석 대표
등록 : 2021-11-25 16:06
11월18일 성동구 성수동 엘에이알(LAR) 1호 매장에서 계효석 대표가 폐페트병 등 재활용 소재로 신발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엘에이알은 룩 어라운드(Look ARound)의 앞글자들로, 주변 사람과 지구를 둘러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1월18일 매장에서 만난 계효석(32) 대표는 “힘든 이들을 돕고, 지구 환경을 위해 버려지는 것들의 새로운 쓰임을 만들어가는 기업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는 “신발 브랜드 특성상 매장이 있어야 하는데 창업 4년 만에 핫한 동네 성수동의 목 좋은 곳에 (제품을) 보여줄 곳을 갖게 돼 너무 좋다”고 했다. 8월 개장 즈음엔 새벽 3시 잠을 깨 매장에 나오곤 했단다. “꿈 하나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이라 너무 기뻤다”고 했다. 그는 첫 매장을 열게 된 기쁜 마음을 담아 만든 제품을 뜻있게 활용하고 싶었다. 평소 도움을 받았던 성동구청의 일자리과 주무관에게 의논했다. 재활용 선별작업자들이 신으면 의미 있겠다는 주무관의 얘기에 주저 없이 마음을 정했다. 그는 “그간의 도움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어 감사하고, 선별작업자들은 폐페트병 등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확인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계 대표는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다가 2010년 미국 대학으로 편입해 패션 경영을 공부했다. 졸업 뒤 2년 정도 미국 글로벌 패션회사에서 일했는데, 창고에 쌓인 엄청난 제품들이 소각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 경험으로 환경을 해치지 않는 친환경 패션을 만드는 기업을 창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친환경 패션 사업으로 돈을 벌어 어렵고 외로운 아이들을 돕자는 마음에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유학 시절에 그는 외로움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의지할 곳 없는 고아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도인 그는 2015년 귀국 뒤 미얀마 등 해외 선교 활동을 하면서 이런 마음이 더 커졌단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1년을 고민했고, 창업 뒤 2년 동안은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며 ‘양다리’를 걸쳤다. 그사이 2017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우수기업으로 뽑혔고, 2018년 성동구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상 혜택으로 저렴한 임대료에 안정적으로 사무실을 쓸 수 있는 ‘성동안심상가’로 사무실을 옮겼다. 친환경 신발을 만드는 기술과 제작엔 재미동포 사업가가 많은 도움을 줬다. 사업에 ‘올인’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시대의 흐름도 그에게 힘이 돼줬다.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열풍과 맞물려 기업들의 협업 요청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 루프(LOOP)’로 첫걸음을 뗐다. 롯데케미칼이 재활용 로봇을 활용해 폐페트병을 수거하고, 수거된 페트병은 금호섬유공업에서 분쇄·원료화한 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 원사와 원단을 만든다. 엘에이알은 이를 재료로 친환경 가방과 신발을 제조한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엘에이알이 만든 운동화를 신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 올해부터 정식사업으로 본격화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동안 회사 가치는 300배 이상 높아졌다. 지난해부터 임팩트 투자사의 투자를 받았고, 올해는 매장과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는 “주위의 많은 도움으로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예비 청년창업자들에게 ‘시작이 99%이니 두려워 (창업을)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회사가 커가면서 고민거리도 늘었다. 현재 7명인 직원에게 신뢰하고 따를 만한 리더가 되기 위한 소통 방식도 모색한다. 인재 확보도 과제다. 브랜드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 마케터 스카우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가 그리는 10년 뒤 엘에이알은 어떤 모습일까? 계 대표는 “누구나 아는 브랜드가 돼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회적 가치뿐만 아니라 디자인, 품질, 가격 등 상품성으로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해 있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100년 가는 한국의 대표 친환경 브랜드가 되기 위해 내년부터 다시 신발 끈을 묶고 새롭게 걸음을 내디디려 한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