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쏙 과학

빙산과 빙하, 녹을 때 해수면에 다른 영향 주는 이유는?

㉓ 서울사대부고 기후변화수업에서 배우는 해수면 상승의 과학원리

등록 : 2021-12-23 16:43
서울사대부고 학생들이 기후변화 프로젝트 시간에 자신이 설계한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모형으로 만들고 있다. 한문정 제공

다음 넷 중 ‘참’인 문장은 몇 개일까? 첫째, 빙산이 녹으면 해수면은 상승하지 않는다. 둘째,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한다. 셋째, 빙하가 줄면 태양 에너지 반사가 줄어든다. 넷째,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 해수면이 상승한다. 답은 맨 끝 문장에 있다.

올해 10월부터 기후변화수업을 들은 서울사대부고 1학년 학생들은 아마 답을 맞힐 것이다. 수업 중 배웠다. 이 학교의 한문정 과학 교사는 다른 교사들과 교원학습공동체 ‘모두를 위한 내일’을 꾸려 함께 공부하고 그 내용을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과목에 적용했다.

학생들은 강의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그걸 자신의 삶 속에 적용하는 활동을 했다. 자기 학교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산하기, 식탁 위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계산하고 그것을 줄이는 식단 짜기, 버려진 자원으로 새 제품을 만들어내는 새 활용 하기, 제로에너지 건축을 구상해 모형 만들기 등등.

이들의 수업 중 해수면 상승 부분만 들여다보자. 세계기상기구의 ‘전 지구 기후보고서’는 2019년까지 5년 동안 해수면이 2.5㎝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 교사는 “과학자들에 따르면 해수면이 1㎝ 높아질 때마다 인류가 살 터전이 사라져 600만 명이 집을 잃게 된다”고 전했다.

왜 해수면이 높아졌을까? 여러 원인 중 가장 강력한 것은 해빙, 즉 녹아내리는 빙하다. 흘러내리는 얼음, 빙하(氷河)는 지구 담수 즉 민물의 75%를 차지한다. 담수가 흘러들면 바닷물의 부피가 증가하면서 해수면이 상승한다. 그린란드에서는 1992년 이후 2018년까지 3조8천억t의 빙하가 녹아 사라졌는데,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 이로 인해 해수면이 1.6㎝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빙하가 전부 녹으면 해수면이 60m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는 인천, 부산, 도쿄, 상하이, 뉴욕 같은 해변가 도시는 물론이고 서울, 런던 등 강가에있는 도시들도 물속에 잠기게 되는 높이다.

빙하는 히말라야 같은 고산지대, 남극대륙이나 그린란드 같은 극지, 다시 말해 땅 위에 있다. 그러면 바다에 뜬 얼음, 즉 빙산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 한 교사는 “빙산의 해빙은 해수면 높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얼음의 부피가 물의 부피보다 크기 때문이다.


얼음은 녹으면서 부피가 작아진다. 빙산도 마찬가지다. 원래 물 부피, 즉 수면 아래에 잠겨 있던 부피 정도로 작아진다. 아이스아메리카노에 든 얼음이 녹아도 음료가 컵 바깥으로 넘쳐흐르지 않는 것처럼 바닷속 빙산이 녹아도 해수면을 상승시키지 않는다.

서울사대부고에서 진행된 기후변화 프로젝트 참여자 중 두 학생이 이것을 직접 실험했다. 1학년 김시우, 이채원 학생팀이다. 실험에 쓰인 물품은 간단했다. 투명한 컵 두개, 얼음 두 조각과 물, 스티로폼 한 조각.

이들이 한 실험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먼저 두 컵에 같은 양의 물을 붓는다. 그리고 한쪽 컵에만 스티로폼을 넣는다. 빈 컵은 북극해, 스티로폼이 띄워진 컵은 남극대륙의 역할을 한다. 같은 양의 얼음을 각각 넣되, 한쪽은 스티로폼 조각 위에 얼음을 놓는다. 컵 표면에 물의 높이를 펜으로 표시하고 얼음이 녹기를 기다린다. 그 후 수위를 다시 표시한다.

얼음을 스티로폼 조각 위에 얹은 물컵과 그냥 넣은 물컵. 김시우, 이채원 학생팀 실험 동영상 갈무리
얼음이 녹으면서 스티로폼 쪽 수위만 높아졌다. 김시우, 이채원 학생팀 실험 동영상 갈무리
얼음이 녹으면서 스티로폼 쪽 수위만 높아졌다. 김시우, 이채원 학생팀 실험 동영상 갈무리

학생들의 실험 결과 스티로폼 컵, 즉 남극대륙의 물만 수위가 높아졌다. 다른 컵, 즉 북극해의 수위는 높아지지 않았다. 남극대륙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지만, 북극해 빙산이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단한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교사는 “북극해 빙산과 남극 빙하의 해빙 여파가 다르다는 건 꽤 알려진 사실이지만, 육지 대신 스티로폼 조각을 넣는다는 아이디어를 내서 직접 실험해본 건 우리 학생들이 처음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해빙은 지구 열평형, 해수 심층 순환 등 여러 경로로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

한 교사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단번에 개념 잡는 기후변화>에서 설명한 내용을 살펴보자.

얼음은 햇빛 즉 태양의 빛에너지를 반사한다. 흰색은 모든 색깔의 빛을 다 반사한다. 바다는 푸른색이다. 푸른빛 외 다른 색깔의 빛은 모두 흡수한다는 뜻이다. 어두운색일수록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한다. 빙하와 빙산이 녹아 바다와 토양이 드러나면 지구가 흡수하는 태양 에너지는 더 많아진다.

지구 온난화는 해수 온도도 높인다. 그러면 극지방의 빙산과 빙하가 더 빨리 녹아 담수가 바다로 더 많이 흘러들게 된다. 해수의 염도와 밀도가 낮아진다. 가벼워진다. 그 탓에 극지방의 해수가 심해로 충분히 가라앉지 못하면 해수의 대규모 순환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극지방의 찬 해수는 가라앉아 심해에서 적도지방으로 이동하고 적도 지방의 해수는 위로 떠서 극지방으로 이동하면서 지구의 연평균 기온을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이순환이 원활히 일어나지 않으면 적도 지방은 더 더워지고 극지방은 더 추워져 극한기후가 나타날 수 있어요.”

해수의 온도 상승 또한 해수면 상승을 일으킨다. 열팽창 때문이다. 열에 의해 물질의 길이나 부피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한 교사는 “액체가 열을 받으면 분자 운동이 활발해져 분자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부피가 늘어난다”며 “바닷물이 기온 상승으로 열팽창하면 해수면이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도 4도 이상이 되면 다른 물질처럼 온도가 높아질 때 부피가 커진다.

해수면 상승 요인은 이렇듯 다양하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은 첫 세대이자 행동할 기회가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청소년 기후 활동가들은 말한다. 그들을 진짜 ‘마지막 세대’로 만들지 않기 위해선, 공부하자. 기후위기를 함께 공부하며 새로운 수업을 모색하고 있는 ‘모두를 위한 내일’의 교사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퀴즈의 정답은? 넷. 모두 ‘참’이다.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자문: 한문정 서울사대부고 과학 교사

참고 자료: <단번에 개념 잡는 기후변화>(박영희·박

지선·한문정 지음), <두산백과>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