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에서 1로.’
미국의 성공한 스타트업 사업가인 피터 틸이 강조하는 스타트업 필승 전략이자 세계 경제의 발전 전략을 요약한 말이다.
피터 틸은 1998년 전자결제시스템 회사 페이팔을 창업해 최고경영자로 이 회사를 빠르게 발전시킨 인물이다. 이후 벤처 투자에도 힘써온 틸은 ‘틸 장학금’을 만들었다. 이 장학금은 선정된 학생에게 대학교를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10만달러를 지원해 ‘학교 교육보다 학습을 우선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저서의 제목인 <제로 투 원>(한국경제신문 펴냄)은 이러한 피터 틸의 스타트업 철학을 가장 짧게 정리한 말이다. 성공한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이 이미 해놓은 것을 조금 바꾸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없던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바로 성공의 핵심이다.
피터 틸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서 제2의 빌 게이츠가 될 수 없고, 또다시 소셜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가 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들을 흉내 내는 것은 단지 1에서 n으로 바뀔 뿐이다. 그 결과 사업은 실패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지지부진하게 생존할 뿐이다.
반면 어떤 스타트업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 그 한 번의 창조로 세상에는 낯설고 신선한 무언가가 처음으로 생겨난다. 그 대가는 매우 달콤하다. 해당 스타트업은 ‘창조적 독점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피터 틸은 이 ‘창조적 독점이익’이야말로 개별 기업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 혹은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는 동력이라고 설명한다. 한 기업이 독점을 형성한 영역에 ‘0에서 1’을 실현한 다른 기업이 등장한다고 가정해보자. 애초 존재했던 독점 기업은 소비자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해 시장에서 점유율이 줄어들거나 심지어 문을 닫아야만 한다. 그리고 새롭게 ‘0에서 1’을 실현한 기업이 중심이 돼서 경제가 새로운 영역으로 진화해나간다. 이때 새로운 독점 기업은 ‘당분간’ 혁신을 계속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독점 이윤 덕분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역시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면서 사회는 좀더 풍요로워진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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