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집수리로 취업·취약계층 돕기 동시에”
주거취약계층 주거 환경 개선하는 김원희 ‘뚝딱수리협동조합’ 대표
등록 : 2022-01-06 15:13
김원희 뚝딱수리협동조합 대표가 지난 12월30일 영등포구 문래동 영등포청년건축학교 내 실습장에서 전기톱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김 대표는 뚝딱수리협동조합을 만들기 전에는 ‘가정주부’였다. 취업 준비를 하다 7년 전 결혼한 김 대표는 직장에 다니는 부인을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김 대표는 집안 어른들의 탐탁지 않은 시선 때문에 불편하기는 했지만, 집안일 하는 게 좋았다고 했다. 그는 “결혼 뒤에도 직업을 갖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내가 생각해봐도 적극성은 없었다”며 “아내에게 내가 집안일을 하겠다고 해서 지금까지 가사를 해왔는데 싫지도 나쁘지도 않았다”고 했다. 양천구 신월동에 살던 김 대표는 2021년 2월 영등포로 이사하면서 영등포청년건축학교에 다니게 됐다. 김 대표는 “결혼 뒤 이사를 네 번 다녔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수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다”며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하러 갔다가 영등포청년건축학교 소식지를 보고 집수리를 배울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18년 문을 연 영등포청년건축학교는 청년들에게 건축과 다양한 건설시공 기술을 교육하고 취·창업을 지원하는 전문교육기관이다. 영등포청년건축학교는 수료생들이 뚝딱수리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사업화하는 과정을 지원했다. 뚝딱수리협동조합을 설립한 수료생들은 영등포청년건축학교에서 4월 말부터 8월말까지 도배, 장판, 타일, 욕실 도기, 부엌 싱크대, 수도관, 전기·조명, 페인트 등과 관련된 다양한 집수리 기술을 배웠다. 첫 두 달동안은 기초과정인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았다. 나머지 두 달은 심화 과정으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강사와 직접 집수리 현장에 가서 실습하며 경험을 쌓았다. 뚝딱수리협동조합은 지난해 영등포구노인복지센터, 지역자활센터, 주거복지연대 등을 통해 23건의 집수리 의뢰를 받았다. 김대표는 “어르신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것을 직접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맡은 일은 최대한 꼼꼼하게 시공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또한 그는 “시공비와 자재비를 빼면 인건비 정도 남더라”며 “처음으로 사회에서 일해 이웃도 돕고 돈도 벌어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 뚝딱수리협동조합은 아직 사무실도 없고 공구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영등포청년건축학교에서 장소와 공구를 지원받고 있다”며 “앞으로 협동조합 출자금이 늘어나면 독립된 사무실도 얻고 공구도 갖춰 제대로 된 사업체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영등포구와 영등포청년건축학교는 2021년부터 청년 기업을 육성해 지속 가능한 지역 주거개선 관리 전문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뚝딱수리협동조합설립은 ‘우리 동네 주거개선 관리 플랫폼 구축’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우리 동네 주거개선 관리 플랫폼은 청년들이 지역 네트워크와 자원을 활용해 집수리, 홈케어, 친환경사업, 교육서비스, 리빙판매 등 지역 내 주거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통합주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영등포구는 집수리에서부터 소독과 방역, 집 정리 등 종합 홈케어 분야, 폐가구 리폼 등 리·업사이클링 친환경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해,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방침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집수리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의 삶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합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더 많은 경험을 쌓아 책임 시공해 신뢰받는 조합으로 만들겠습니다.” 뚝딱수리협동조합은 2022년에도 집수리를 기반으로 지역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 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2021년은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매우 즐겁고 행복했다”며 “2022년에도 조합원들과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