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5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전시장에 마련한 카페에서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가 회사 홍보물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로 유쾌하고 감각적인 재사용 실천문화를 만들어간다.
“다회용컵을 써 쓰레기를 줄여주셨어요. 버튼을 눌러 주세요.”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를 하는 트래쉬버스터즈는 지난 연말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전시장 안에 이색적인 카페를 마련했다. 공정무역 커피를 쓰는 아름다운 커피와 손잡고 팝업스토어 방식으로 전시 기간 5일 동안 운영했다. 손님들에게 다회용컵으로 제공한다고 안내해준다. 커피를 받으러 온 손님이 버튼을 눌러 스코어판에 숫자가 올라가면, 직원들이 ‘와!’ 하고 박수를 쳐준다.
곽재원(41) 트래쉬버스터즈 대표는 “하루에 1천 개 정도 일회용품을 줄인 셈”이라며 “여기 있는 의자와 테이블은 200~300번 써 사용 연한이 다 된 다회용기를 재사용해 만든 것”이라고 알려줬다. 지난해 12월25일 전시장 카페에서 만난 곽 대표는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품을 이용하기 편리하고 저렴하며, 위생적으로 사용하는 생활문화를 자리 잡게 하는 걸 비전으로 삼는 스타트업(새싹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동안 문화 기획자로 일했다. 축제 때 산더미처럼 쌓이는 일회용품 쓰레기에 늘 마음이 무거웠다.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 모임에서 컨설턴트·디자이너·작가·업사이클 개발자 등과 함께 쓰레기 문제를 고민해오다가 2019년 트래쉬버스터즈를 창업했다. 그해 서울시 청년프로젝트 투자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으로 살균·건조까지 가능한 대형 자동 세척기를 마련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를 통해 온 세상의 쓰레기를 다 치우고 싶은 마음에 지은 이름이다.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는 용기를 빌려주고, 이용자가 전용 반납함에 사용한 용기를 넣으면 수거, 세척한 뒤 다시 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는 “사용처는 설거지할 필요도 없고 쓰레기를 치울 필요도 없다”며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여 환경보호는 물론 쓰레기 처리비용도 절약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래쉬버스터즈가 현재 제공하는 다회용컵은 하루 2만 개 정도이다. 대기 신청을 받은 게 10만 개가 넘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지고 이에스지(ESG, 환경·사회·거버넌스) 열풍이 거세지면서 사내·일반·관공서 카페, 영화관 등 다회용컵 수요처가 크게 늘었다. “다회용컵 서비스를 도입하고 일주일 사이 폐기물량이 절반 줄었다”는 관공서 담당자의 이용 후기도 있었단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사회적기업가상(성장 분야), 쓰레기환경 대상 등 굵직한 상도 받았다. 창업투자사의 18억원 투자도 결정됐다. 그는 “그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올해도 트래쉬버스터즈는 성장세를 이어간다. 다회용컵 서비스로 일회용컵을 하루 20만 개 줄일 계획이다. 지난 연말 연구개발팀 등 20명 충원에 이어, 수거원과 배송기사 100명을 증원한다. 물류센터는 현재 한 곳에서 1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대상지도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넓혀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세척 공장 문제를 풀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회용품이 저렴하고 위생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풀어가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는 다회용기 서비스 이용가격이 일회용품 가격보다 비싼 편이다. 가스비, 전기료, 인건비 등 세척에 들어가는 비용이 서비스 원가의 90%에 달한다. 장기적으로 자동화율을 높여 비용을 낮춰갈 계획이다.
위생은 트래쉬버스터즈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세척 과정은 6단계를 거쳐 씻고, 살균 소독 뒤 검수도 한다. “일회용품에 남아 있는 미생물과 비교했을 때도 훨씬 깨끗하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간혹 위생 불만이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단다. 위생 문제는 현재 관련 법 제도가 없어 기준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세척한다고 물이나 전기를 쓰고 사용처에 배송한다고 탄소를 더 배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는 “탄소배출에 있어 일회용품에 견줘 다회용기는 5분의 1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세척과 배송 과정에서 생기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물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배송차량은 전기차로 바꿔가는 노력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기 색깔을 초록색이 아닌 주황색을 사용한다. 그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이 예뻐야 선뜻 손이 가고 자주 사용하게 된다”고 했다. 곽 대표는 문화기획과 사업은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본다. 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통해 예술을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셀럽들과의 협업도 꿈꾼다. “방탄소년단(BTS), 박재범 등 ‘찐’연예인들이 참여하면 일회용품을 줄이는 데 엄청난 영향을 줄 거다”라며 “유쾌하고 감각적인 재사용 실천 문화를 만들어 퍼뜨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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