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화력발전소 덮고 한강 뷰를 품은 공원

마포구 문화명소 ‘마포새빛문화숲’

등록 : 2022-01-13 16:16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이 줄었는데 날까지 추워지니 ‘집콕’ 시간은 더 길어진다. 답답함에 숨통 좀 틔워보려는데 어디가 좋을까. 여유로운 공간에서 산책하며 눈 호강도 하고 싶다? 그렇다면 ‘마포새빛문화숲’이 제격이다.

마포새빛문화숲은 총면적 7만8867㎡로,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현 서울복합화력발전소)를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로 대체해 지하로 옮기면서 그 위에 만든 공원이다. 그리고 전과 달리 누구나 이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4월9일 빗장을 풀었다. 그다음 달 마포새빛문화숲이라는 정식 명칭도 갖게 됐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잔디마당과 어린이 놀이터가 눈에 들어온다. 생태연못과 바닥분수는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잠시 가동을 멈췄다. 잔디마당 너머로 보이는 산책로로 발길을 옮기면 이런 아쉬움은 말끔히 씻긴다. 야트막한 경사를 오를수록 강변도로와 한강, 그리고 여의도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어디서든 한강 뷰를 마주할 수 있고 눈 아래로 망원한강공원도 들어온다.

화단별로 제각각 다른 이름표가 꽂혀 있다. 미세먼지 등의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마포구의 5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통해 이곳에 64종의 나무 17만여 그루를 심었다고 하니, 겨울이 지나면 각양각색의 꽃나무가 모습을 드러낼 게 틀림없다.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충분한데, ‘새빛’이라는 이름답게 태양광으로 휴대기기를 무선충전할 수 있는 스마트 기능도 갖췄다. 서강역과 발전소를 이으며 석탄을 나르던 ‘당인리선’의 흔적을 살린 이동식 벤치도 인상적이다.

출입구 근처의 종합안내도를 보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문화창작발전소와 주민편익시설도 표시돼 있는데, 그 아래 ‘2단계 조성지’라고 적혀 있다. 공원의 현재 모습이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폐기된 발전소 4·5호기를 활용한 당인리 문화공간(문화창작발전소)과 마포구가 짓는 서울시 최초의 한강 조망 체육시설인 주민편익시설이 들어설 날이 머지않았다.

한발 더 나아가 옛 당인리선이 지나던 당인동 일대에는 철길을 주제로 한 당인문화로가 조성된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홍대 경의선숲길에서 당인문화로와 당인리 문화공간을 거쳐 한강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보행길도 열리게 된다.


이름을 불러주어야 몸짓도 꽃이 된다 했던가. 친환경 전력으로 ‘새빛’을 만들고 당인리 문화공간 조성으로 홍대문화권을 잇는 문화명소이자 도심과 한강을 연결하는 ‘숲’으로 거듭난다. 이게 마포새빛문화숲의 뜻이다. 공원을 중심으로 일대에서 진행되는 사업들, 차가운 공기에도 강아지와 함께 혹은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보니 마포새빛문화숲의 의미가 만개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마포새빛문화숲에서 두어 달 뒤 새싹이 움트고 녹색이 짙어지는 날, 지금의 나무들이 자라 울창한 숲과 그늘을 선물하는 날, 한국판 ‘테이트 모던’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을 그리며 답답한 일상 속 쉼표 한번 찍어보는 건 어떨까.

정임영 마포구 홍보과 언론팀 주무관, 사진 마포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