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 전 경기도 파주시 어유중학교 교장 선생님이 11일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자신이 최근 펴낸 <더 큰 꿈을 꾸며-봉사와 나눔 30년사>를 펼쳐 지난 30년간 해왔던 ‘나눔과 봉사’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이 선생님은 해직교사 시절인 1991년 5월 5살짜리 아들과 제자, 친구들과 함께 파주시에 있는 아동 육아시설 평화원을 방문한 이후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 자료집 ‘더 큰 꿈 꾸며’ 펴내
91년 해직교사 때 시작한 봉사활동이
‘파주사랑시민회’로 성장한 역사 기록
청소년 단체 만들고 북한 돕기도 진행
19년 퇴직, 20박21일 도보여행 하면서
앞으로 계획 ‘3·3·3 활동’으로 구체화
나눔, 교육, 통일 부문 사업 버전업 꿈꿔
“상반기 사단법인 설립, 새 출발점 될 것”
자료집 <더 큰 꿈을 꾸며>를 보며 나눔과 봉사의 순간을 떠올리는 이현덕 고문.
“지난 30년의 봉사활동을 정리하고 한 단계 더 성숙한 봉사활동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12월 말 <더 큰 꿈을 꾸며-봉사와 나눔 30년사>(도서출판 퍼플)라는 자료집을 펴낸 이현덕(66) 전 경기도 파주시 어유중학교 교장 선생님의 말이다. 그가 펴낸 책에는 1991년 해직교사 시절 시작해 30년을 이어온 ‘파주사랑시민회’ 등을 통한 봉사활동과 함께 앞으로 새로운 활동의 터전이 될 사단법인 코나(‘코리아 나누미’의 준말)에 대한 비전이 담겨 있다.
많은 사람이 은퇴 뒤 ‘편안한 노후’를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는 오히려 더 큰 나눔과 봉사의 꿈을 꾸고 있다. 그 열정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는 중요한 계기 중 하나로 2019년 2월 말 정년퇴임을 꼽는다. 1984년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으로 교직생활을 시작한 뒤 35년 만에 자연인으로 돌아간 때였다. 이 전 교장 선생님은 이때 떠난 여행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선생님은 퇴임 뒤인 2019년 3월 한 달 동안 네팔을 방문해 히말라야 산속에 있는 ‘구르중 초등학교’ 등을 둘러봤다고 한다. 또 네팔에서 돌아온 뒤에는 20박21일 동안 부산에서 고성까지 770㎞를 20박21일 동안 홀로 걸었다. 그는 그 두 여행에서 여러 가지 길을 접하면서 자신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정리했다고 한다.
걸어온 길을 살펴보니, 그 길의 맨 처음에 1991년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작은 봉사활동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해직교사 신분이었다. 1989년 7월 전교조 가입을 이유로 천직으로 여기던 교직에서 해임된 것이다. 해직교사 신분이었지만 절망 속에 갇혀 있지 않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찾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그는 파주에 있는 어린이양육시설인 평화원을 찾았다. 당시 5살이던 아들 웅재와 제자 김경희씨, 그리고 동네 후배 몇 명이 함께했다. 그 첫 방문에서 그는 봉사하면서 어떤 마음의 울림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 30년을 한결같이 ‘나눔과 봉사’의 길을 걸어왔다.
이현덕 ‘파주사랑시민회’ 고문이 한겨레 청암홀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 고문은 올해 상반기까지 ‘사단법인 코나’를 설립해 나눔과 봉사, 교육, 통일과 관련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한눈팔지 않고 봉사의 길을 걷다보니 참여자도 점점 늘어갔다. 조그마한 모임은 어느새 ‘파주사랑시민회’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가 됐다. 그는 고문 자격으로 이 새로운 시민단체의 성장을 도왔다.
“코로나19 이전에 활발히 봉사활동을 다닐 때는 파주의 장애인시설인 ‘주보라의 집’을 비롯해 10군데의 시설에 봉사활동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한 곳에 10명 정도가 봉사를 나갔으니, 한 달에 100명 정도가 봉사활동을 하는 규모로 성장한 셈입니다.”
이 고문은 1994년 복직되면서 더욱 활발히 나눔과 봉사에 매진했다. 그는 또 시민단체 활동에 머물지 않고 2003년에는 ‘파주 나누미’라는 청소년 단체를 만들었다. 나누미는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선생님은 나눔과 봉사활동을 하는 파주 지역 중·고등학생을 발굴하고 교육하면서 ‘파주 나누미’를 키워나갔다. 양주 덕정고등학교, 일산동고, 원당중학교, 장성중학교, 어유중학교 등 부임하는 학교마다 나누미 조직을 만들었다. 이 고문의 활동에 동료 교사들도 동참하면서 ‘파주 나누미’뿐만 아니라 ‘고양 나누미’ ‘서울 나누미’로 확대됐다.
2004년 그는 나눔과 봉사활동에서 또 하나의 큰길을 만들기 시작한다. 바로 북한돕기운동에 나선 것이다. 2004년 4월 북한 룡천역 폭발 사고가 계기가 됐다. 당시 양주시 덕정고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아이들과 함께 먹거리장터 등을 하면서 북한 돕기 성금을 모았다. 같은 해 7월에는 임진각에서 약 1천 명이 참여하는 ‘1일 굶기 체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1일 굶기 체험’은 하루 동안 식사하지 않으면서 성금을 모아 북한 어린이를 돕는 행사다. 이 선생님은 당시 모인 성금을 한겨레 주주·독자들이 중심이 돼 만든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을 통해 룡천소학교 건립기금으로 북한에 전달했다.
이 선생님은 이후 파주사랑시민회 및 파주·고양 나누미와 함께 1년에 4차례 ‘북한 어린이 돕기 저금통’을 모아 한겨레통일문화재단에 전달하는 활동을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이 고문은 2019년 퇴직 여행에서 이렇게 과거를 정리하면서,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계획을 ‘3·3·3 활동’으로 구체화해나갔다. “당시 끝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마침내 제가 앞으로 할 일을 ‘나눔과 봉사활동’ 3가지, ‘교육활동’ 3가지, ‘통일 관련 활동’ 3가지로 구분 짓고 이를 ‘3·3·3 활동’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가운데 교육활동의 경우 교육 불평등이나 교육 격차에 대한 연구활동, 방과후 활동을 통한 사회적 약자 가정 아이들에 대한 교육 실천, 교육에 대한 글쓰기 등 3가지 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통일 사업 3가지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을 통한 북한과 교류 이어가기, 통일 관련 단체 활동에 참여하기, 평화통일교육 등 통일교육 실천하기로 이루어져 있다.
“나눔과 봉사활동의 3가지 목표는 사단법인 만들기, 장학회 만들기, 어머니 이름을 딴 고덕연복지재단 만들기입니다. 나눔과 봉사활동이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고문의 3·3·3 활동은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을 시즌2로서 더욱 확장해내는 것이다. “이 세 영역은 모두 사람에 대한 관심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 영역이 제가 꿈꾸는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에 접근하는 필수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가운데 그가 정년퇴임 뒤 우선적으로 힘을 쏟는 것은 사단법인 만들기다. ‘파주사랑시민회’와 ‘파주·고양 나누미’가 사단법인으로 전환되면 그가 계획한 3·3·3 활동을 추진할 강력한 터전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고문은 지난 2년간 사단법인 ‘코나’ 건립을 위해 기금 모금에 힘써 현재 189명의 발기인으로부터 4600여만원을 모은 상태다. 사단법인이 되기 위해서는 5천만원의 기금이 있어야 한다. 그는 또 청소년 관련 사단법인 설립에 필수적인 청소년지도사 2급 자격시험에 도전해 지난해 12월 최종 면접까지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안에는 사단법인화를 끝마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단법인 코나가 설립되면 사무실도 마련하고 조직체계도 좀더 튼실하게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정기부금단체가 될 수도 있어 재원 마련도 좀더 원활해질 것이고요.”
그는 또 사단법인화는 나눔과 봉사활동의 범위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까지 넓히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주사랑시민회는 이미 2020년 10월 네팔 ‘구르중 초등학교’에 컴퓨터 구입용으로 200만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 선생님은 “사단법인 코나가 설립되면 이렇게 제3세계 어린이를 돕는 일도 조금 더 활발히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코나 설립을 시작으로 인생 하반기 활동 목표로 정한 3·3·3 활동을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활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제 35살로 성장한 아들 웅재씨와 초등학교 교사를 지망하는 딸 서영씨에게는 이미 “재산 중 5천만원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사회사업에 쓰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30년 동안 나눔과 봉사활동을 벌이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했던 이 고문의 ‘나눔과 봉사 시즌2’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하고 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의 활동이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된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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