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김민호 용산구 주무관이 <서울&>과의 인터뷰에 앞서 현장을 찾았다. 무단투기 쓰레기가 쌓였던 옛 사진을 보여주며 그간의 변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2016년 행정직 합격한 뒤 6년차에
무단투기로 고질적인 민원 지역을
4개 부서 협조 끌어내 쉼터로 조성
“오랜 주민 불편 덜어줄 수 있어 뿌듯”
“앓던 이가 빠진 듯 속이 시원해요.”
용산구 신계동의 하천 부지는 수년 동안 무단투기로 민원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약 40㎡ 면적이 조만간 운동기구, 벤치 등을 갖춘 공간으로 꾸며져 주민 쉼터로 변신한다. 지난 5일 <서울&>과 만난 김민호(38) 용산구 주무관은 깔끔하게 포장된 보도블록을 보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불편을 덜어드려 기쁘고, 후임자가 더는 민원에 시달리지 않게 되어 너무 다행이다”라며 뿌듯해했다. 올해 1월1일자로 그는 원효1동 주민센터에서 청렴감사팀으로 발령받았다.
지난해 12월 그는 용산구의 ‘2021년 하반기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으로 뽑혔다. 수상자 3명 가운데 가장 연차가 낮다. 2016년 행정직 합격 뒤 6년 동안 그는 두 번의 상을 받았다. 첫 번째는 직원들 추천을 통한 우수공무원상이었다. 이번에는 무단투기 상습 민원 지역을 쉼터로 조성한 덕분이다. 그는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기쁘다”라며 “성과가 전체 부서에도 알려지는 거라 의미가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신계동 하천 부지 무단투기장은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그동안 담당자들에겐 ‘손댈 수 없는’ 골칫거리로 오랫동안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됐다. 김 주무관이 지난해 업무 인계를 받고 현장을 가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쓰레기가 넘쳐 보행로를 일부 덮어, 지나다니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다.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주거, 상업, 제조 시설이 혼재한 동네다 보니 생활 쓰레기는 물론 대형 산업 폐기물까지 섞여 흉물스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바로 옆 용산주차빌딩에 주차한 차량 훼손도 우려스러웠다.
상습 무단투기 공간 개선 전후 모습 용산구 제공
그는 이촌2동 주민센터에서 청소 업무, 건설관리과에서의 공공용지 관리 업무 등 지난 경험을 활용했다. 당장 쓰레기를 치워도 또 쌓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펜스를 쳐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더 좋은 방안이 있는지 고민해봤다.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하려면 공간에 대한 주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벤치, 운동시설 등이 있는 주민 쉼터로 만들면 더는 무단투기가 없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계획 실행은 동 차원에서 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해당 용지가 구청 소유의 땅임을 먼저 확인하고, 구청 관련 부서의 협력을 끌어내기로 했다. 쓰레기 처리는 자원순환과, 쉼터 조성 범위 확정을 위한 경계 측량은 건설관리과, 보도블록 포장은 도로과, 편의시설 설치는 공원녹지과에 협조를 구했다.
용산구청 직원은 모두 합해 1300여 명이다. 인원이 많다보니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다. 다행히 자원순환과와 건설관리과에는 그가 이전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가 있어 어렵지 않게 도움을 구할 수 있었다. 도로과, 공원녹지과는 원효1동 동장이 함께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청했다. 그는 “동장님이 함께해줘 큰 도움이 됐다”며 “구청의 관계부서 협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부서 간 협력이 중간에 어그러지지 않을까 불안감도 있다. 인사 이동이 잦은 부서는 담당자가 바뀌면 기존 업무 가운데 중단되거나 밀리는 게 생기기도 한다. 업무가 다음 연도로 넘어가면 일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김 주무관은 “끝까지 잘 마무리될 수 있을까 조마조마했던 적도 있었다”며 “새 담당자가 전임자와 진행된 사항을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하며 꼼꼼하게 챙겼다”고 했다.
그는 지난 연말 쉼터 조성을 완벽하게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다행히 공원녹지과가 주민참여예산을 확보해둬 올해 안에 꽃밭, 벤치, 운동시설들로 쉼터가 조성된다. 그는 “(예산이 잡혀 있어) 단지 시간문제다”라며 “후임자가 잘 챙길 거다”라고 자신했다.
김 주무관은 이번 수상이 자신을 뒤돌아보고 힘들 때 마음을 다잡아줄 계기가 될 거라 본다. 그는 공직생활을 마라톤이라 여기며 지치지 않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한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을 때는 좋지만, 강성 민원을 접하면 힘들고 마음의 상처도 받는다. 볼링 등 스포츠나 명상, 음악·영화 감상을 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부서에서는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동료, 주민에게는 설명을 잘해주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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