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인간이 경험한 트라우마에 대한 반응 패턴을 탐구하는 공연 <무제(귀환)>(21~23일, 문래예술공장)을 기획한 유담(37)씨는 이렇게 의도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점차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기획한 것이다. 우리가 현재 겪는 환경이 누군가에겐 급격히, 또 다른 이에겐 서서히 변하면서 예전에 기억했던 ‘일상성’이 기억에서만 존재하는 모습이 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놀던 동네에 가봤어요. 꿈속에 있던 골목이 조금씩 바뀌었네요. 이제는 많은 것이 변형돼 돌아갈 곳이 없어요.” 여기서 그는 “‘돌아갈 곳이 사라졌다’는 말은 회귀가 가능한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는 “백신 접종이 전세계적으로 성공했더라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며 “이는 어릴 적 동네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공연은 과거에 녹화한 영상 속 표상이 현재로 불려와 조작될 때 나타난 현상을 관찰한다. 이때 디지털 영상에 나타난 역동들이 오브제를 통해 재해석되는 양상에 집중했다. 당시에 촬영된 영상과 제스처를 모방한 라이브 영상을 병렬로 배치하고, 마이크 고장으로 음성이 녹음되지 않은 영상에 반복해 더빙을 시도한다.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기억과 현재의 고리를 무대화하며, 실패할수밖에 없는 원본 복귀 시도를 통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갑자기 뉴욕에서 돌아온 뒤 거기에 남은 동료들과 연락하며 각자 변화된 삶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항상성 속에 지속되던 현실감은 증발된 상태임을 깨달았어요. 새로운 현실감이 생성되는 과도기적 시점에 무대 위에서 영상물을 이용해 팬데믹시대 삶의 단면을 조명하려 합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 유담(본명 전형석)은 서강대 영문학·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 세라로런스칼리지에서 연극 예술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경력으로는 공연 <이보다 더 친밀한 거리는 검증된 바 없다>(2020)의 영상 디자인, <고정자세>(2018) 연출과 단채널 영상물 ‘총총홍’(Tip Toe Red, 2020)이 있으며, 2021 서울문화재단 ‘비넥스트’(BENXT) 다원 분야, 2020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청 ‘스페이스 랩: 아직’ 2차 공모에 선정됐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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