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창업 경험하며 문제 해결 자신감 얻어”
‘금천청소년 시이오(CEO) 프로젝트’ 참여한 금천구 청소년들
등록 : 2022-02-10 15:21 수정 : 2022-02-11 10:04
지난해 ‘금천청소년 시이오(CEO)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1월28일 금천청소년센터에서 프로젝트 과정에서 만든 제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최세론, 장한나, 임정우, 이아영(금천청소년센터 청소년활동팀 지도사), 이정은.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청소년들은 지난해 6월까지 금천구 청년창업가를 강사로 초빙해 아이템 선정부터 개발·판매까지 창업에 필요한 내용을 배웠다. 아이템 선정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도 했다. 고체 향수, 마사지용품인 힐링키트, 아쟁 핀배지, 팔찌, 도자기, 고체샴푸 등 제품 아이템을 선정한 7월부터는 제품별로 팀을 나눠 전문가 도움을 받으면서 상품 제작에 들어갔다. 이렇게 만든 상품을 10월부터 11월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판매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판매만 진행하려 했으나 잠시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칫하고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던 때라 오프라인 판매도 함께 했다. 임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이 힐링과 자신을 꾸미는 데 관심을 갖겠다 싶어 자기 관리를 돕는 팩과 팩도구를 팔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일반 시중에는 대용량의 묶음을 판매하는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소비자들이 사기에는 부담스러워하는 데 착안했다. 그래서 팩과 팩도구 등을 구매해 이를 종류별로 한 개씩 넣어 묶음으로 만든 일회용 키트를 만들었다. 임군은 “모두 50개를 만들어 8천원에 팔았는데, 사람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아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가격 책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양과 친구인 최세론(17·전통예술고 2학년)양은 같은 조인 ‘아장아장’에서 아쟁 핀배지를 만들어 판매했다. 고객 조사부터 디자인 초안 스케치, 금형 제작, 관련 업체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아쟁을 전공하는 최세롬양은 그동안 상상만 해오던 아쟁 핀배지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했다. 일반 시중에 악기 형상을 한 핀배지가 있긴 하지만 악기 모습을 제대로 구현한 게 드물었고, 아쟁 핀배지는 파는 곳이 없어 늘 아쉬움이 컸다. 최양은 “아쟁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악기가 아니라서 해금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며 “학교 선후배와 선생님께 판매했더니 이런 것은 처음 본다며 좋아하는 모습에 무척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이양과 최양은 아쟁 핀배지 제작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 판매 가격을 책정하는 데 고민했다. 두 사람은 시이오가 되려면 이런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100개를 만든 아쟁 핀배지는 모두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최양은 “친구들이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가 좋았다”고 했다. “휴식을 위한 간단 키트를 만들었습니다. 콜라겐과 비타민C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에 아주 좋습니다. 지금 사면 2개 1만원에 드립니다.” 임군이 거리 판매를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설명한 내용인데,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임군은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거리에서 직접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다보니 처음에는 무척 부끄러웠는데, 차츰 없던 용기도 생겼다”고 했다. 임군은 “처음에는 안일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내가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몫이 많은 것 같아 진심을 다했다”며 “이전에는 책임감 없이 따라 하는 편이었는데, 무언가를 길게 내다보고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주체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이양과 최양도 “평소 전공을 활용해 재능기부 공연봉사는 해봤지만 이런 활동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수익금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 의미 있고 뿌듯하다”고 했다. 창업프로젝트 자원봉사자로 나서 아이들을 도운 장한나(24·세종대 에너지자원공학과 4학년)씨는 아이들이 힘든 작업을 끝까지 하는 것을 보니 대견스럽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했다. 장씨는 “대학에서 창업 교육은 뭔가 거창하고 막연해 거부감이 있었는데, 아이들을 도우면서 함께 해보니 앞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한번쯤 창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