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서울형 공유어린이집’ 모습. ‘서울형 공유어린이집’은 도보 이용권에 있는 3~5개 국공립·민간·가정 어린이집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공동보육 모델이다. 서울시 제공
1998년 영유아보육법 제정 이후 전국의 어린이집은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 3만3246곳이 있다. 이처럼 양적 확충을 이룬 영유아 보육사업이 25살 성년이 됐지만 효용성과 질 제고의 문제를 안고 있어 그 해결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
첫째, 보육사업의 효율성은 시설의 치밀한 관리 운영을 통해 제고될 수 있다. 어린이집은 3만 개가 넘고 출생률은 0.84명이라는 초저출생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린이집 대기자 줄이 긴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공립어린이집의 대기자는 많은 반면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원아 수 감소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가정 어린이집 사이에 시설과 프로그램 운영 차이가 있다고 본 학부모가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의 공간과 인적 자원을 공유해 어린이집 간극을 줄이고 자원의 효용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중장기 보육 마스터 플랜’ 중 오세훈 시장이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해 추진한 ‘서울형 공유어린이집’이 그렇다. 서울형 공유어린이집은 근거리에 있는 국공립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이나 가정어린이집 3~5곳을 묶어 원아를 공동 모집하거나, 주말에 통합보육하거나, 거점형 야간보육을 하거나, 교재교구나 식자재 등을 공동 구매하는 새로운 유형의 보육사업이다. 이를 통해 자원의 시설과 교재, 장난감 등을 공동 사용하고, 보육프로그램을 공유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상생을 도모함으로써 재정 낭비를 방지할 뿐 아니라 보육의 평균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서초구나 동작구 등에서 운영 성과가 좋은 공유어린이집을 올해 25개 전 자치구에서 시도한다고 한다. 공유어린이집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기를 바란다.
어린이집 공유사업의 성공적인 보급을 위해 한 가지 제언한다면 공유를 통해 얻은 이익을 투명하게 분배하는 제도를 마련해 갈등 발생을 방지해야 한다. 현재는 각 어린이집에서 집행하는 재정의 상당 부분을 행정기관이 담당해야 한다. 지자체별 고용된 교사의 인적 사항과 그에 따른 임금 지급은 물론 공동보육으로 발생할 비용과 이익을 어린이집 규모별로 나누는 과정을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가 담당해 공공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보육의 질 제고는 교사 업무를 합리적으로 재분배하면 가능할 것이다. 부모가 한 자녀를 돌보기도 힘든 상황을 생각해보면 방금 기저귀를 뗀 3살 어린이 15명을 교사 한 명이 돌보는 시스템에서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까? 현행 영유아보육법상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할 때, 교사 1명당 6명을 더 보육하도록 하고 있다. 과다한 업무는 신체적 피곤과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져 학대 행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난해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줄이는 시범사업을 한 서울시는 교사 1명당 돌보는 아동 수가 줄어드니 교사의 심신 안정 등 뚜렷한 개선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그에 더해서 서울시의 중장기 보육 마스터플랜에는 보육교직원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보육정책이 잘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그 외에 장기적으로 공공성을 완성하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보육사업은 공공성 확보를 위해 단설유치원과 유사한 관리체제로 가야 한다. 교사 임용과 순환근무제 및 시설과 공간 관리는 ‘(가칭)보육청’ 같은 별도 조직에서 담당하는 검토가 필요하다. 보육기관 관련 행정과 재정관리 업무가 ‘(가칭)보육청’으로 이관되면 원장과 교사는 중복되는 서류작업에서 벗어나 오로지 아동을 돌보는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보육도 이제 양적 확대는 끝났다.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시점에 중기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혁신적인 보육정책이 잘 정착되고, 장기로 공공성이 완성되는 시기가 도래하기를 기대해본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