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데이터 기반으로 복지 중복·누락 막아”

서대문구, 민간자원 통합관리 ‘복지자원 고루나눔 시스템’ 오픈

등록 : 2022-02-10 15:34
1월20일 오후 서대문구 북아현동 주민센터에서 최풀잎 주무관(왼쪽)과 김성희 복지자원팀 주무관이 모니터로 ‘서대문 복지자원 고루나눔 시스템’을 살펴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개인·자원·후원자별 현황 4천 건 담아

부서·업무 간 공유로 효율적 자원관리

100가정 보듬기 사업, 시스템에 연계

“사각지대 해소, 주민 체감 향상 기대”

#1 80대 김아무개 할머니는 장애가 있는 60대 아들과 산다. 구청과 복지관 등에서 쌀, 김치, 라면, 레토르트 식품 등 기부 물품을 가끔 받는다. 물품이 겹쳐 오면 좁은 집에 상자째 쌓이기도 하고, 유통기한을 넘기기 일쑤다.

#2 해마다 연말연시, 명절 즈음 동 주민센터 복지부서의 일손은 더 바빠진다. 한 해 기부 물품과 성금의 30~40%가 이 시기에 몰리기 때문이다. 서대문구 북아현동 주민센터에서 복지 업무를 맡은 최풀잎 주무관은 후원 물품을 엑셀 파일로 관리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 1인 가구 증가 등 대상자 유형이 다양해지는데, 자원 배분에 반영하기 쉽지 않아서이다.


지역의 복지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서대문구가 이런 문제점을 풀어가기 위해 최근 ‘서대문 복지자원 고루나눔 시스템’을 오픈했다. 민간 영역에서 생기는 복지자원의 개인·자원·후원자별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정지현 복지정책과장은 “복지 서비스의 핵심은 대상자를 잘 찾아 자원을 잘 나누는 것”이라며 “자원을 잘 나누기 위해 고루나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서대문 복지자원 고루나눔 시스템 로그인 화면.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종합현황판 화면.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고루나눔 시스템의 주요 메뉴는 후원·물품지원 내역, 재고 현황, 후원처, 수혜자 지원 현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첫 화면에는 종합현황판(대시보드)이 뜬다. 주 이용자인 복지 관련 부서와 동 주민센터 담당자들의 편의성을 위해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지원이 중복되거나 누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색상으로 구분(경고: 빨강, 주의: 노랑, 정상: 파랑)해 시각화했다.

서대문구 복지자원팀의 김세정 팀장은 “도움이 필요한 주민은 많은데, 복지자원은 한정돼 있어 효율적인 관리가 절실했다”며 “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시스템으로 파악해 적기에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 구축 담당자인 김성희 복지자원팀 주무관은 “동 주민센터 간의 후원 물품 정보를 나누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서대문구의 대표적인 복지 특화사업인 ‘100가정 보듬기’도 고루나눔 시스템 안에 담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 100가정 보듬기 사업은 2011년 시작됐다. 법적 요건에 맞지 않아 공적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한 한부모·조손·다문화·홀몸노인 가정 등의 자립 기반 마련을 돕는 사업이다. 구는 한 해 평균 70가정씩 찾아내 지역주민, 사업체,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경제적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왔다.

100가정 보듬기 사업의 누적 후원금은 지금까지 40여억원에 이른다. 그간 결연이 된 740가정 가운데 174가정은 후원이 진행 중이며, 나머지 566가정은 후원이 끝났다. 사업 담당자인 김지애 복지자원팀 주무관은 “11년 동안 담당자도, 후원자도 계속 바뀌어 관리 시스템이 필요했다”며 “(고루나눔 시스템 구축으로) 월별 모금 현황과 배분 현황을 올려 후원 지속 여부, 배분 누락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결연 시작 시점이 대상자마다 다른데, 고루나눔 시스템으로 결연 기간이 끝나기 전에 미리 대응할 수 있게 된 것도 변화다. 정지현 과장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안정적으로 지원이 이뤄져 복지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복지자원팀은 지난해 10월부터 고루나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후원 물품 수령증에 개인정보 동의도 함께 받으며 추진했다. 현재 대분류 6개, 소분류 30개 품목으로 4천여 건이 등록돼 있다. 팀은 모니터링 대상들까지 포함해 총 1만 건 정도를 올릴 계획이다. 김성희 주무관은 “복지관 등 민간기관도 참여하고, 기부자들이 후원 현황을 알 수 있게 해 기부 활성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문석진 구청장은 “데이터 기반의 민관 복지자원 관리로 주민 복지 체감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대문구는 그간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복지 서비스 문턱을 낮추는 데 힘써왔다. 전화 한 통화로 복지종합상담을 받을 수 있는 ‘행복1004콜센터’, 복지자원 검색 사이트 ‘서대문 복주머니’, 카카오톡으로 손쉽게 신고할 수 있는 ‘천사톡’, 인공지능(AI) 스피커로 고독사를 예방하는 ‘행복커뮤니티 사업’ 등이다. 김세정 팀장은 “복지 영역이 점점 더 넓고 다양해지고 있는데 담당 인력은 늘지 않는 여건에서, 신속하게 처리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에너지를 쏟기 위해 정보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고 설명했다.

복지지원 대상자 가운데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이가 점점 늘어 정보기술 활용 서비스 이용도도 높아졌다. 6년 전 300명으로 시작한 천사톡의 톡 친구는 현재 1400명에 이른다. 최근엔 24시간 복지안내 ‘천사챗봇’ 운영도 시작했다. 복지 관련 정보를 찾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다. 평일 업무 시간엔 전화 연결로 추가 정보와 전화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정지현 과장은 “복지 대상자가 너무 많아 정보기술 활용으로 타기팅해 대면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게 하려 한다”며 “앞으로도 언택트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