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디캠프 6층 다목적홀에서 제93회 ‘디데이’가 열렸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마련한 데모데이인 디데이에는 지금까지 6천여 스타트업이 참가 신청을 했다. 디데이 본선에 진출하면 디캠프와 프론트원 입주 자격이 주어지는 등 스타트업으로서 한 차례 도약할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선 진출 경쟁률이 12 대 1에 이른다.
2013년 6월부터 매달 한 차례…93회째
극초기 스타트업들에 투자 기회 제공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 가능
6천여 기업 신청…본선 경쟁률 12대1
1월에도 6개 사 치열한 경선 벌인 뒤
우승자 정해졌지만 ‘모두가 승리’ 느껴
“준비 과정을 제3의 눈으로 점검” 의미
“올해 지역·대학 창업팀 기회 확대 계획”
“저희 헤드리스 주식회사는 인공지능(AI) 기반의 통합 온라인 판매 마케팅 솔루션 ‘헤드리스 커머스’의 개발사입니다. 자사몰과 검색 플랫폼의 장점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특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디캠프 6층 다목적홀. 밝은 조명과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신생 스타트업 ‘헤드리스’ 대표 남궁지환씨가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현대기술투자 등 투자사 간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르느라 많은 수가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심사위원 뒤편으로는 일반 참석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본선 참가자의 ‘피칭’을 열심히 듣고있는 심사위원들.
남궁 대표가 힘주어 ‘피칭’하는 곳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상임이사 김영덕)가 마련한 데모데이인 ‘디데이’ 현장. 2013년 6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진행해온 디데이는 지난 1월로 93회를 맞았다. 지금까지 디데이 참가 신청을 한 스타트업 기업만 6천여 곳에 이른다. 헤드리스처럼 본선에 올라 피칭을 한 기업 수는 495곳이다. 본선 진출 경쟁률만 12 대 1에 이른다.
지난 1월 디데이에서도 헤드리스 외에 5개 스타트업이 본선에 올랐다. 1월 디데이 주제인 ‘실재감테크’를 다룬 기업이 대부분이다. 실재감테크란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완전한 실재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즉, 가상현실을 통해서도 실물로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술이다.
1월 본선에는 헤드리스와 함께 음성 기반 인공지능을 활용해 메타버스 아바타를 생성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루언트’(대표 전예찬), 2030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한 문화예술 중심의 메타버스 공간 ‘히든오더’를 운영하는 ‘티슈오피스’(대표 이상익), 지속 가능하고 깨끗한 우주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소형 인공위성의 자체 폐기 솔루션을 제공하는 ‘우주로테크’(대표 이성문),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사용하면서 만들어낸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앱 서비스 ‘캐다’를 운영하는 ‘파프리카데이터랩’(대표 김유빈), 그리고 문서 자료 전달 시 발표 영상도 함께 만들어 보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프리젠트’를 개발한 ‘코발트’(대표 이해일)가 무대에 올랐다. 디캠프는 이번 1월 디데이에는 총 123개 기업이 신청서를 제출해, 본선 진출 경쟁률이 21 대 1이었다고 말한다.
2022년 1월 디데이 본선에 진출한 스타트업 코발트의 이해일 대표. 코발트는 문서 자료 전달시 발표 영상도 함께 만들어 보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프리젠트’를 개발했다.
디데이에는 왜 이렇게 많은 스타트업이 몰릴까? 무엇보다 디데이가 아직 투자를 받지 않은 ‘극초기’ 스타트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시드 투자(수천만~5억원), 시리즈A(5억~50억원), 시리즈B(50억~200억원), 시리즈C(수백억~수천억원) 순서로 자신의 기업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더 큰 금액을 투자받는다.
이때 시드 투자는 금액은 적지만 ‘출발점’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스타트업 기업 상당수가 출범 뒤 겪게 되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갈 수 있는 젖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어떤 투자자가 투자했는가에 따라 이후 더 큰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달라진다. 가령 투자받기 어려운 유명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해당 스타트업의 실력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디캠프가 운영하는 디데이는 이런 점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만 가진 극초기 스타트업에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디데이에는 참가 조건 자체가 없다. 업종·연차·국적·성별에 관계없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가진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더욱이 본선에 진출하게 되면 보상이 매력적이다. 우선 디캠프로부터 3억원의 투자를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더욱이 최장 1년까지 디캠프와 프론트원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디데이 우승 기업은 즉시 입주가 가능하며, 본선 진출 기업도 비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입주 심사에서 먼저 입주 신청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디캠프와 프론트원에 입주한다는 것은 적은 경비로 좋은 조건의 사무실에 들어간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캠프가 갖춘 오피스아워 등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와 만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4년부터 진행된 디캠프 오피스아워는 투자·마케팅·기술 등 스타트업 성장에 필수적인 다양한 분야 최고의 멘토들이 진행하는 전문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 디데이 공동주최기관들과의 후속 투자 미팅도 열려 있다. 지난 1월 디데이에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 7개 투자기관이 공동주최기관으로 참여했다. 1월 디데이에서도 공동주최기관의 간부들이 디데이 심사위원으로 본선 진출 기업들과 이후 만남을 약속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6곳 참가자들의 열띤 피칭이 끝난 뒤 1월 디데이 우승자가 헤드리스로 결정됐다. 하지만 공식 우승자 선정 여부와 별개로 이날 참가한 모든 스타트업은 우승자의 마음이다. 모두 자신들이 큰일을 해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밝은 미래를 꿈꿀 마음의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본선 진출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2022년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참여”했다. 이를 위해 “팀과 서비스를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제3의 눈으로 바라보고 싶었”고(이상 티슈오피스 이상익 대표), “같은 분야의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 뵙고 싶”은(플루언트 전예찬 대표) 마음도 있었다.
1월 디데이 우승을 차지한 ‘헤드리스’ 남궁지환 대표(왼쪽)가 직원과 함께 우승 상패를 들고 있다. 남궁 대표는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결과물을 즐기면서 가면 좋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발표 때는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타이레놀 2개를 먹고 올라갔지만,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저희 팀원분들 성함을 한 분씩 언급하는데 왠지 모를 먹먹함이 있었다.”(파프리카데이터랩 김유빈 대표) 하지만 발표를 마치고 난 뒤에는 “어렵고 힘들지만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결과물을 즐기면서 가면 좋을 거 같다”(헤드리스 남궁지환 대표)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디데이에 참여해 신생 스타트업의 경영을 지켜본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는 “참가한 팀들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고 칭찬한 뒤 올해 디데이 방향에 대해 “디캠프가 초창기에 했던 극초기 스타트업 발굴이라는 역할을 좀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지역, 글로벌, 대학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디데이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은 지역 스타트업, 대학 창업팀들의 발표 기회를 늘리고, 이들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올해도 디데이 무대는 젊은 스타트업의 열기로 뜨겁게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디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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