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문화재단 톺아보기

“자생문화 적극 수용…다양성·균형 갖춘 문화 중심 역할”

‘지역문화의 허브’ 자치구 문화재단 톺아보기 ①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

등록 : 2022-02-24 16:21 수정 : 2022-10-20 10:57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다른 어느 문화단체보다도 발 빠르게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할 정도로 열정적인 행보를 보여주었다. 송 대표는 또 홍대 문화 등 마포구에 형성된 자생적인 문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다양하고 균형적인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인디밴드·독립서점 등 열띤 자생문화

장 열리도록 제도·시스템 갖추기 주력

‘DB 작업, 주민 수요 조사’ 꾸준히 진행

대극장 재개관 등 시설 개선에도 힘써

“문화는 항상 진보한다”는 믿음 가지고

AR·VR 활용해 100명 합창 성공 개최

홍대 미대 등 ‘외부와 연계한 무대’ 기획


‘밤섬 도당굿’ 열며 환경에 관심 기울여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 운영 중인 문화재단은 저마다 지역 특성에 맞춰 구민을 위한 문화 콘텐츠를 계획하고 제공한다. 지역 명소나 자원을 활용하기도 하고, 역사적 사건이나 기념비적인 문화를 부각하기도 한다. 지역 문화재단이 가진 가지각색의 매력을 월 1회 소개한다. 편집자

마포문화재단은 다양한 형식의 문화공연을 마련해 주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충족시켜가고 있다. 1 지난해 10월 진행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이용한 100여 명 동시 합창 모습.

지난 14일 지하철 6호선 대흥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가자, 마포 구민들의 문화 허브 구실을 하는 마포문화재단(마포아트센터)이 나타났다. 임기 3년 차를 맞은 송제용 대표이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언론사 출신인 그는 취임과 동시에 코로나19라는 강적을 만났지만, 어느 문화단체보다도 발 빠르게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할 정도로 열정적인 행보를 보여주었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제6회 마포 M클래식 축제’가 대표적 사례다. 이 대규모 순수예술 축제에서 마포문화재단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이용해 100여 명이 참여한 동시 합창을 시도했다. 당시 축제는 동시접속자가 2만 명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사실 한강 연안에 위치한 마포구는 유난히 자생적이고 독립적인 문화가 융성한 곳이다. 오래전부터 홍대 앞은 인디밴드의 성지였으며, 비교적 최근에 등장하기 시작한 독립서점도 대다수가 마포구에 몰려 있다.

이런 자연발생적인 문화는 물론 독특하고 참신했지만, 이 때문인지 다른 구에 비해 광역단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기구가 많지 않은 편이다. 이에 따라 이를 좀더 많은 시민이 더불어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 일찍부터 필요했다. 그리하여 2007년 복합문화센터로 출발한 마포문화재단은 자생적인 문화를 적극 수용하여 어느 재단보다도 다양하고 균형적인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여왔다. 여기에는 오케스트라, 발레, 합창, 국악 등 격식을 갖춰 즐기는 문화에서 비보잉, 탭댄스, 탱고, 트로트, 굿 등 보다 유쾌하게 접하는 문화까지 포함했다. 이를 즐기는 장 역시 축제, 전시, 공연은 물론이고 체육·교육 프로그램과 ‘한글 사랑’ ‘환경 보호’ 등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공모전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다양성’을 특징으로 가진 마포문화재단의 역할에 대해 송제용 대표이사는 “문화란 크리에이터들의 모든 행위”라며 “그것을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만들려면 육성하려 들기보다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다만 “장이 열리도록 장소 제공을 원활히 해주고, 관광특별법 등의 필요한 제도나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포문화재단은 이를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데이터베이스(DB) 작업이나 주민 수요 조사 작업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문화재단 누리집(mfac.or.kr)에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각 프로그램 결과 자료집이나 백서 등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하는 기초자료가 됐다.

새로움만을 추구하면 지속성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송제용 대표는 “문화는 항상 진보한다”며 “하나의 단체와만 유대관계를 갖게 되면 변화에 뒤처져 교조적인 것이 되고 만다”고 ‘새로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송 대표는 “기존에 했던 것이라고 꼭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되물은 뒤 “그보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화는 무엇보다 흥미로움을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2021년 홍익대 미술대학과 연계해 진행한 제6회 M클래식 축제 메인콘서트 ‘당인리 패션 클래식’.

이러한 철학에 따라 마포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자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자주 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홍익대 미술대학과 연계해 제6회 M클래식 축제 메인콘서트 ‘당인리 패션 클래식’ 무대를 기획했다. 패션쇼와 클래식을 접목해 지역 학생들의 작품을 무대 위로 올린 무대였다. 송 대표는 “앞으로도 졸업작품전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입시생은 물론 일반시민에게까지 자생적 문화의 전파를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변화와 도전에는 저항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송 대표는 임기 초기부터 토정로에서 사주관상 페스티벌을 열고자 추진했다. 마포 강변에서 사주와 서민들의 일자리, 창업 운세 등을 봐준 토정 이지함 선생의 이력에 착안해 사주관상 페스티벌과 창업 콘퍼런스를 연계해 개최하려 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회에서 예산까지 받았으나, 결론적으로 처음 계획한 대로는 이루지 못했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었지만, 지역 이해관계자와의 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그 조율 역시 문화재단의 역할이라 여기며 다른 방안을 모색했다. 바로 웹드라마로 탄생한 <토정로(路)맨스>다.

<토정로(路)맨스>는 토정로에 위치한 가게들을 배경으로 풀어낸 젊은 소상공인의 이야기로 재단 유튜브에서 생중계됐다. 고심 끝의 결과물이지만,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는 점과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 상권을 홍보하고 소상공인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마포문화재단이 추가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한 주제는 ‘환경’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마포의 자연 자원 중에는 대도시 유일의 람사르 습지, 밤섬이 존재한다. 밤섬은 1968년 여의도 개발을 위해 폭파됐으나 현재는 ‘자연의 힘’으로 복구됐다. 엄밀하게 말하면 밤섬은 영등포구와도 걸쳐 있다. 하지만 폭파 당시 밤섬에 살던 주민들이 마포로 이주해왔기에 정서적으로 마포구와 더욱 깊게 연결돼 있다.

2005년부터 진행한 ‘밤섬 부군당 도당굿’을 ‘마포 M 국악축제-꼬레아 리듬터치’에서 새롭게 재해석한 무대.

현재 밤섬은 보존을 이유로 개방이 제한된 상태다. 그러나 실향민의 고향 방문과 함께 마포문화재단은 탐방 기회를 열어가고 있다. 2005년부터 실향민 방문 때마다 ‘밤섬 부군당 도당굿’이 열렸는데 이를 ‘마포 M 국악축제-꼬레아 리듬터치’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이러한 변주에 대해 송 대표는 “모든 문화에 완벽한 독창은 없다”며 “전통적인 것과 기존 것을 가져오되, 계승하기보단 다양한 방식의 변화를 통해 전파하는 것이 문화재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화재단의 창작자이자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강조한 것이다.

밤섬에 대한 조명은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포문화재단은 공연을 위한 탐방 중 밤섬에 새똥이 가득 쌓여 있는 등 방치된 부분이 있음을 확인하고 적절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후 재단은 밤섬의 생태적, 역사적 보존 가치 확산을 위한 토론회를 열며 밤섬의 보존가치를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지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환경보호 문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밤섬 웨비나’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은 그동안 공연 환경 조성에도 힘써왔다. 지난해 12월 아트홀맥 대극장이 재개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약 1년4개월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무대 공간과 로비홀, 관객 편의시설을 확장했고 관람석도 1004석으로 늘렸다.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무대 조명과 음향 등 공연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설을 개선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백 기간에 새 단장을 마친 아트홀맥은 지난해 말 ‘마포아트센터 재개관 기념-2021 송년음악회’로 대중에게 첫선을 보였다. 이어 오는 3월17일에는 ‘2022년 신춘음악회-왈츠 앤 마치’로 주민맞이를 기다리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올해도 마포재단은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유진아 객원기자 jina6382@naver.com

사진 마포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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