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같은 존재입니다.”
김유미(40) 안무가는 오는 25~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한국무용 ‘윤회매십전’(輪回梅十箋)의 주제인 ‘매화’의 의미를 이렇게 부여했다. ‘매화 매’자를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나무(木)에 근거하고, 인(人)과 모(母)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매화 사랑이 남달랐다. 예로부터 네 가지 귀한 것이라는 사귀(四貴)로 정해 관상의 요점으로 여길 정도였다.
이번 작품을 제작한 김 안무가는 매화가 담은 의미를 “나무가 오래돼 구불구불하고 줄기와 가지는 야위었으며, 꽃은 번잡하지않고 활짝 피기보다는 봉우리가 맺힌, 기이하게 구부러지고 뒤틀려지기도 한 세월의 강인함을 견뎌내는 사군자 중 으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세상에서 생사가 반복된다는 ‘윤회사상’의 의미를 담아 조선시대 정조 때의 이덕무(1741~1793)가 쓴 동명의 책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품을 제작했다. 윤회매는 “매화의 꿀을 먹은 벌이 밀랍을 만들고, 인간은 이것을 녹여 가짜 매화를 만든다”는 뜻으로, 당대의 윤회사상을 담기도 한다. 2021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무용 부문에 선정된 이 작품은 매화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직접 경남 양산에 있는 궁중채화박물관에 내려가 자료를 조사했다. 또한 비대면 시대에 한국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인 홀로그램 매핑 기술을 무대 위에 구현하기도 했다.
한국적 소재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다르게 해석하기를 주로 해왔던 김씨는 이번 공연의 의미를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낸 매화의 정신에 두었다고 고백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매일 연습해도 내일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 불안해요. 그래도 향기를 팔지 않는 고고함은 우리가 맞닥뜨린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 되고 있어요. 이번 공연을 통해 따뜻한 위안이자 새로운 희망의 등불이 되길 바랍니다.”
글·사진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 김유미는 예원학교, 서울예고,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세종대학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예술의공(共)협동조합 이사장으로 공연예술 콘텐츠를 문화예술교육에 초점을 맞춰 4년간 문화파출소 군포를 운영했다. 대한민국 봉사 대상 사회공헌 부문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자작 무브먼트’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한국무용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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