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동안 외면받았던 ‘중년의 죽을것 같은 사랑’을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지독한 멜로드라마로 포장됐지만, 천편일률적인 청춘남녀의 이야기가 식상하던 차에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소재로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이 작품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중년의 분투가 담긴 격정 낭만극’이라 부를 만하다.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19일부터 27일까지 막을 올리는 <화로>는 향후 10년이내에 1970년대 이전 세대가 한국 인구의 25%가 넘을 것이란 사실에서 출발했다.
남녀 간의 사랑이야말로 예술작품에서 영원히 고갈되지 않은 단골 메뉴이지만, 그동안 젊은 연인에 치중됐던 것과 다르게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중년의 사랑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중년의 끝물에 이르러 첫사랑을 다시 만난 남녀가 죽을 만큼 사랑하다가 결국 동반자살을 선택하는 비극적인 이야기.
‘망한 가게를 폐업하기 위해 견적을 의뢰한 여자의 가게에 한 남자가 찾아온다. 40여 년 만에 우연히 만난 이들은 서로의 첫사랑임을 알아보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 가족의 반대에도 재혼을 결정하지만, 전 애인이 몰카로 찍은 성관계 동영상이 가족에게 전송된다. 충격에 사로잡힌 남자는 결국 아파트에서 투신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화로>는 서로의 죽음에 동참하는 중년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존엄성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연극은 티나 터너의 ‘프라우드 메리’(Proud Mary)를 주제곡으로 선택했으며, 이는 주인공 남녀가 리듬에 맞춰 춤을 췄던 1960~70년대의 청춘 시절을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극을 쓰고 연출을 맡은 최원식 작가는 “사랑의 본질은 책임을 완수하는 거예요. 사랑과 죽음이란 근본적인 소재로 인간의 치열한 열정과 숭고함을 다루는 <화로>를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본질과 행복한 죽음이 무엇인지 짧게라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소: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시간: 화~금 오후 8시, 토·일 오후 4시
관람료: 3만~4만원
문의: 010-3419-0619
글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사진 표민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