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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동시중계 더 심해진 까닭은

등록 : 2016-08-18 13:56 수정 : 2016-08-19 09:48
“왜 지상파 3사는 같은 시간에 같은 경기만 하는 걸까?” 6일(한국 시각) 개막한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하 리우올림픽)을 보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올림픽 종목은 28개, 세부 경기만 306개나 되는데, 축구라도 하는 날이면 모두 축구만 틀어댄다. 10일 밤 진종오 선수가 출전한 권총 50m 경기도 3사가 모두 중계했다. 같은 시간에 벌어진 여자 유도 경기 등은 볼 수 없었다. 4년 전 런던올림픽 때만 해도 3사가 같은 경기를 내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리우에선 무슨 일이?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한국방송>(KBS)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중계권을 협상했다. 3사가 중계할 종목을 사전에 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게 ‘순차 중계’였다. 종목별로 한 방송사가 생중계하고, 나머지 두 방송사는 지연(딜레이) 방송하는 식이었다. 대한민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 중에서 결승전과 준결승은 방송사 두 곳(한 곳은 지연 방송)이 중계했다. 종목마다 1·2순위 방송사를 정해놓고, 준결승에 올라가면 2순위 방송사가 가세하는 식이다. 그런데, 리우올림픽에서는 그 합의가 안 됐다. 왜?

시차에 따른 적자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리우는 한국과 12시간 시차가 난다. 경기 대부분이 한국 시간으로 늦은 밤과 새벽에 열려 생중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기가 시청률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이후 7회 연속 금메달을 딴 여자 양궁 단체전도 3사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 겨우 3.6%(문화방송)였다. 지상파들은 경기 침체로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20%나 떨어진 상황에서 올림픽 특수를 노렸지만, 쉽지 않게 됐다. 3사가 올림픽으로 벌어들일 광고 수익은 각각 60억 원대로 알려진다. 이는 중계권료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한국이 부담해야 할 리우올림픽 중계료는 440억 원. 채널이 두 개인 한국방송이 176억 원,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가 각각 132억 원을 낸다. 4:3:3 비율이다.

합의가 안 된데다가, 갈수록 손해가 예상되니 3사끼리 경쟁만 치열해진다. 돈 되는 상품에만 매달리면서 비인기 종목을 아예 외면하는 일도 벌어진다. 메달 후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역도는 방송도 하지 않았다가 동메달을 따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앞다투어 선수를 조명하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전파 낭비에 시청자의 볼 권리”를 외치며 힘을 모았던 방송사들이, 이제는 ‘내 코가 석 자’라며 올림픽 중계를 시청률 싸움으로 몰아가는 모양새가 좋지만은 않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