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나와 있다. 이어서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차별 없는 사회가 대한민국 헌법의 중요한 가치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헌법의 가치처럼 차별 없는 사회일까?
서울서베이 2016에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요인으로 차별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 같습니까? 순서대로 2개만 말해 주십시오”라는 설문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소득 수준(50.7%), 교육 수준(44.0%), 직업(38.8%)이 차별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하고 있다. 소득의 차이는 직업과 관계되고, 그것은 교육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면, 우리 사회는 교육에서 비롯된 직업과 소득의 차이가 차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외모(19.6%), 나이(15.6%), 성별(13.5%), 국적(11.2%)이 이어진다. 서울 시민들은 자신의 현실 속에서 소득의 차이가 사회적 차별의 핵심이라는 것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서베이의 응답 결과는 우리 사회의 객관적 국제지표와도 맞아떨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상위 1%의 소득이 12.23%로서 소득불평등 정도가 미국·영국에 이어 3위이고, 우리나라의 상위 10%의 소득은 44.87%로 미국에 이어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2012).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의 ‘아시아의 불평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현재 45%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통계수치가 1995년 29%에서 시작해 지속해서 16%나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기구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가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을 계속 내놓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분배 구조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국제표준에 비추어 크게 미흡하며, 개선되기는커녕 꾸준히 악화되어 왔다는 것이 핵심이다.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바로 이런 차별 가능성에 대한 통계자료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를 치유하는 정책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분배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재분배로서의 사회복지를 논하기에 앞서,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면서 분배 구조를 본질적으로 바꾸어야 할 시점이다. 사회적 복지 차원에서 만들어진 최저임금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이제 분배정의를 위해 최고임금 상한선이라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 점에서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로 제한한 일명 ‘살찐 고양이법’은 흥미진진한 상상이다. 사람 사는 사회를 위한 상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득 불평등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국제기구의 충고를 정치권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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