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피곤한 몸을 만원 전철에 싣고 퇴근한다. 신도림역에 내려 환승하러 가는 길. 사람은 왜 이리 많은지, 잠깐 앉아 숨 돌릴만한 곳은 없을까? 느긋한 주말,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나와 도림천을 따라 달려본다. 열심히 페달을 돌리다 보니 조금 심심한데, 뭐 할 거 없을까? 신도림역 2번 출구로 가보자. 복잡한 도시 속 보물 같은 나만의 다락방, 문화공간 ‘다락’이 있다.
구로구 새말로 121-15 2층에 있는 다락은 원래 자전거 주차장이었다. 구로구는 지난해 8월 이용률이 저조한 2층 자전거 주차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347.9㎡ 규모로 공연, 전시, 독서, 포토존 등 다용도 휴게 공간을 갖췄다.
다락으로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쭉 걸려 있는 영화 포스터가 반겨준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만화책들. 학창 시절에 봤던 인기 만화책부터 요즘 드라마로 방영된 최신 웹툰까지 있다. 편안한 의자와 넓은 테이블이 있어 책도 볼 수 있고 개인 노트북을 가져와서 이용해도 된다. 와이파이는 무료. 창가에서 1500원에 캡슐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고 블록으로 만든 작품을 하나하나 눈에 담는다. 턴테이블에 레코드판을 올려 감성적인 음악에 빠졌다가 오락실 게임기로 즐기는 추억의 게임은 한 판에 200원이다. 한쪽에는 스크린과 의자가 있어 영화관에 온 듯하고, 다른 한쪽은 텐트와 캠핑용품으로 꾸며져 있어 잠시나마 캠핑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다락은 아늑하고 쾌적한 휴게 공간일 뿐만 아니라 지역 작가와 동아리 작품 전시, 기획 전시,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의 거실과 같은 공간이며 주민의 커뮤니티 공간 기능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개관 기념으로 ‘라떼는 말이야’ 특별 전시회를 열었다. 뉴트로를 주제로 교과서, 가방, 딱지, 종이 인형, 전화기, 텔레비전 등 1970~80년대의 소품이 전시됐다. ‘다락방 콘서트’도 진행했다. 마술, 기타, 현악 4중주, 보컬리스트 등 다채로운 출연진이 지난 2월14일부터 3월21일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을 채웠다. 구로구는 5월에도 다락방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다락 시네마’는 계속 운영한다. 매주 화~금요일은 오후 7시에, 토~일요일은 오후 3시에 무료로 영화를 상영한다. 날짜별로 상영일정이 나와 있고 액션, 드라마, 로맨스, 애니메이션은 물론 가수의 콘서트 영상도 관람할 수 있다. 항상 주민에게 열려 있는 다락에서는 회의, 학습도 가능하다. 운영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1~10시다.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다락 외에도 신도림역 주변에는 즐길거리가 많다. 공연, 연극과 함께 월드컵 길거리 응원전이 열렸던 신도림 오페라하우스, 맛집이 모여 있는 국제음식문화거리, 지역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서울생활문화센터등으로 이뤄진 국제문화예술거리 일명 ‘구로드웨이’다.
그중 하나인 복합문화공간 ‘문화철도959’는 신도림 역사 내에 있다. 전철을 본떠 만든 3층 아트플랫폼에서는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창작활동을 펼치고 주민들을 위한 문화 교실이 열린다. 2층 키즈카페는 기차를 주제로 꾸며져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유동 인구가 많아 혼잡하다고 알려진 신도림역. 이제는 문화와 예술이 가득한 매력적인 곳으로 알려질 것 같다. 친구랑 놀고 싶을 때, 연인과 데이트할 때, 아이와 함께 갈 곳이 없을 때, 약속 시간이 남아 시간 보낼 장소가 필요할 때, 그냥 앉아서 쉬고 싶을 때. 다락으로 가보자, 신도림역으로 가보자.
이수진 구로구 홍보전산과 언론지원팀 주무관
사진 구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