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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의 ‘내면 힘’ 키울 방법 찾아줘요”
전국 최초 미혼모자가족 사례분석보고서 ‘비빌언덕’ 낸 이현주 아름뜰 원장
등록 : 2022-04-14 15:59
미혼모자가족 공동생활시설 아름뜰은 지난 2월 미혼모자 35가족을 대상으로 지원 내용, 만족도, 변화 정도 등을 분석한 사례분석보고서 ‘비빌언덕’을 펴냈다. 이현주 아름뜰 원장.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현주 아름뜰 원장(가운데)이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웃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아름뜰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운영하는 미혼모자 공동생활지원시설이다. 2006년 12월 미혼모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는 기본생활지원형 미혼모자시설에서 2015년 7월부터 미혼모자가족의 자립을 돕는 공동생활지원형 미혼모자시설로 바뀌었다. 아름뜰은 3살 미만의 영유아를 양육하는 미혼모에게 일정 기간 숙식과 직업교육, 양육교육, 가사교육, 교양교육, 상담 등 다양한 자립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 원장은 1984년 사회복지기관 홀트아동복지회에 들어와 38년 동안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7년을 근무한 뒤 2014년 1월부터 아름뜰 원장을 맡았다. “빚을 지고 아이와 아름뜰에 와서 생활하다 빚 다 갚고 퇴소한 뒤 잘 사는 엄마들 보면 제일 기쁘죠.” 이 원장은 생각지도 않게 임신해 부모한테도 말 못한 채 아름뜰에 들어온 미혼모가 직업교육을 받아 취업해 아이를 키우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원장은 “하지만 모든 미혼모가 만족스럽게 자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몇 명이라도 스스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 퇴소 뒤 잘 사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엄마가 자립해서 잘 살아야겠지만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우냐도 중요하죠.” 이 원장이 제일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어린 시절 돌봄과 애정 결핍이 너무 크거나 회복되기 어려운 큰 마음의 상처가 있는 미혼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잘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미혼모들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 세상을 살아갈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단단해져야 해요. 그래서 엄마로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 원장은 미혼모들이 내면의 힘을 키우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한다. “여기 온 사람들이 대접받는다고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자존감도 높아지고 내면의 힘도 커집니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하나를 하더라도 되도록 ‘좋은 것’을 선택한다고 했다. “좋은 먹거리를 먹고 좋은 공연도 보러 가고 여행을 가면 가장 좋은 호텔에서 지내요.” 이 원장은 “엄마가 좋은 경험을 하면 일상적인 삶의 기준이 높아질 수 있다”며 “삶이 힘들 때 ‘나 거기 좋은 데 가봤다’는 게 위로가 될 수도 있어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미혼모자가족 사례분석보고서 ‘비빌언덕’.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