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영상 실시간 분석해 사고 위험·산재 예방해요”

기술로 일상을 바꾸는 사람들② 장정훈 인텔리빅스 대표

등록 : 2022-04-28 15:38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21회 세계보안엑스포’(SECON & eGISEC 2022)에서 장정훈 인텔리빅스 대표(오른쪽)가 관람자에게 산업안전 솔루션 제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산업안전 핵심역할’ 작업장의 CCTV

인간이 관찰 땐 사고 놓치는 경우 많아

인공지능이 모니터 감시하는 ‘비전 AI’

영상 속 사람·차량·사물 등 인식·판단

안전모 미착용 땐 ‘빨간 표시’로 알려줘

“사고 발생 때 즉각 알림…골든타임 확보”

장 대표, 20년 세월 동안 한길만 걸어와


2008년 첫 제품 생산…각종 인증 통과

산업현장은 외부환경에 노출돼 작업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높다. 그래서 산업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전’이다. 특히 불이 나거나 작업자가 쓰러지는 경우엔 1분 1초의 ‘골든타임’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위험상황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작업현장과 작업자의 안전을 실시간 확인하는 폐회로텔레비전(CCTV)은 산업안전의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적은 인원이 여러대의 시시티브이 화면을 모니터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IJ) 연구에 따르면 모니터 두 대를 동시 감시하는 경우, 시시티브이를 보는 상태로 11분이 지나면 사고 상황의 45%를 놓치며, 22분이 지난뒤에는 무려 95%를 탐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시티브이 모니터링의 한계를 보완하고 산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비전(Vision) 에이아이(AI·인공지능)’다.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기술로, 알고리즘으로 영상을 인식하고 분석·처리한다. 비디오 영상 속 사람, 차량, 사물 등의 객체를 에이아이가 검출·인식하고 이상 상황 여부를 학습된 알고리즘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인텔리빅스의 산업안전 솔루션을 통해 건설 작업현장에서 안전모 미착용 작업자를 감지하는 화면.

건설 작업현장에서 쓰러진 작업자를 영상분석 기술로 실시간 인식해 보여주는 화면.

예를 들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위험 지역을 다니면 에이아이는 영상에서 이 모습을 빨간색 네모로 표시해 관리자가 알 수 있도록 조치하고, 경고음을 내 관리자와 작업자에게 위험 상황을 알린다. 건설 작업현장에 쓰러진 사람이 화면에 보이거나 작업자가 위험한 건설장비 가까이에 있어 끼일 위험이 있으면 마찬가지로 화면에 빨간색 네모로 표시하고 위험 알림 신호를 보낸다.

폐회로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중장비 주위에 있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보행자를 감지해 위험을 알리는 화면.

이처럼 비전 에이아이 기술은 사고 발생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산업현장에 특화된 다양한 산업안전 이벤트(쓰러짐, 화재 등)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중앙 현장관리자에게 상황을 전달해준다. △안전 장비(안전모, 안전화, 안전 조끼 등) 착용 감지 △행동 인식을 통한 긴급 상황 감지 △중장비 작업 반경 내 작업자를 인식하는 위험 지역 감지 △출입통제구역 내 비인가자 침입 때 알람 등의 기능이 있다. 또 산업현장의 위험요소(연기, 불꽃, 화재)나 유독 가스 누출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자동으로 관리 감독하여 긴급상황에 대한 현장 대응 능력을 높인다.

국내 비전 에이아이 업체 가운데 가장 다양한 영상 분석 기술을 보유한 곳이 인텔리빅스(IntelliVIX)다. 장정훈 인텔리빅스 대표는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 동안 한길만을 걸어온 비전 에이아이 분야 전문가다. 그는 중학생 시절부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하드웨어 기기보다는 소프트웨어프로그램 쪽이 더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다.

석사 과정에서 영상 처리와 컴퓨터 비전에 관련된 다양한 응용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더 깊은 공부를 하기 위해 박사 과정을 선택했다. 포항공대(포스텍) 석사와 박사를 컴퓨터비전 분야(전기전자공학 전공)에서 땄다. 진로를 고민하면서 그는 자신이 영상 관련된 일에 늘 흥미를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영상 분야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고 앞으로도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몇 년간 ‘딥러닝’의 발전과 더불어 비전에이아이 기술이 크게 발전했는데 이 과정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장 대표는 말한다. 인텔리빅스 창립 멤버인 그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활약하다 지난해 4월 단독대표가 됐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지능형 영상 분석시장은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해외도 초기 단계였다. 2000년 인텔리빅스를 창업한 그는 창업 전부터 지능형 시시티브이 연구를 해왔다. 2005년부터 지능형 시시티브이 개발을 시작해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인 2008년에 첫 제품을 내놓았다. 2017년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지능형 시시티브이성능 인증 획득, 영국 시피엔아이(CPNI) 인증 등 국내외 기술 인증을 통과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실제 인텔리빅스는 현재 영상 보안뿐 아니라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산업안전,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있다. 관련 특허도 40여 개 보유하고 있다. 국내 비전 에이아이 기술 수준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 인텔리빅스는 모션 기반 영상 분석과 딥러닝 기반 객체 검출과 분류, 추적, 인식 기술 모두를 자체 개발했다.

인텔리빅스의 비전 에이아이 기반 산업안전 솔루션은 안전 시스템 구축비용을 절감할수 있다. 현장에 최적화된 다양한 분석 시나리오를 기존에 구축된 시시티브이 카메라에 연동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시티브이에서 수신한 영상을 딥러닝 기반으로 실시간 분석해 감지하고, 분류된 객체를 추적하고 설정한 이벤트가 발생했는지 탐지해 표출하여 운영자에게 실시간 알린다. 선별 관제, 지능형 교통시스템, 산업 안전관리 분야 등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장 대표는 “비전 에이아이 기술은 산업현장의 위험 패턴을 빨리 파악하고 이를 예방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즉시 알람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고, 2·3차사고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 안팎에서도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해 12월3일 열린 ‘제22회 소프트웨어(SW) 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소프트웨어산업발전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최근 5년 연평균 매출액은 28% 증가했고 3년 동안 고용은 42% 늘어 국내 비전 에이아이 소프트웨어 발전에 보탬이 됐다.

인텔리빅스는 중국 센스타임을 능가하는 종합 비전 에이아이 기업을 목표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그간 성과를 만들어왔지만 이제 시작이라 생각한다”며 “산업안전 솔루션의 성능과 기능 향상을 통해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보다 안전한 삶을 누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백 <라이프인> 기자, 사진 인텔리빅스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