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0일 저녁 마포 프론트원 5층 다목적홀에서 ‘스타트업 M&A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오피스아워’가 열렸다. ‘집무시간’으로 번역될 수 있는 ‘오피스아워’는 이름 그대로 스타트업의 집무에 도움이 되는 여러 주제로 짜인 디캠프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홍용준 다산회계법인 회계사가 진행한 이날 오피스아워는 공고가 나자 50여 개 좌석이 일찌감치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디캠프 입주 스타트업이 가진 궁금증을
각계 전문가들 모시고 해결하는 자리
2014년 4월에 시작해 총 631차례 개최
모두 2597명이 참석해서 해답 얻어가
원하는 강좌 자주 조사해 트렌드 반영
스타트업 현직자의 강의로 현장성 높여
마케팅·홍보 등 주제, 회사 운영 큰 도움
‘일 대 일’ 시간엔 많은 투자 이뤄지기도
“엠앤에이(M&A)와 기업투자가 어떻게 다를까요?”
지난 4월20일 저녁 마포 프론트원 5층 다목적홀. 홍용준 다산회계법인 회계사가 질문을 던지자 자리에 앉아 있던 스타트업 대표들이 긴장감을 높였다. 홍 회계사가 ‘스타트업 M&A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오피스아워’ 강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M&A의 구체적 사례를 설명하고 있는 홍용준 회계사.
오피스아워는 ‘19개 금융기관이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재단’인 디캠프의 주요 교육프로그램이다. ‘집무시간’으로 번역될 수 있는 ‘오피스아워’는 이름 그대로 스타트업의 집무에 도움이 되는 여러 주제로 짜인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이날 ‘스타트업 M&A’를 주제로 홍 회계사가 진행한 오피스아워는 공고가 나자 50여 개 좌석이 일찌감치 마감됐다고 한다. 그만큼 M&A라는 주제가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핫한 이슈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홍 회계사가 스타트업 M&A와 관련해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도 조기 마감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15년 경력의 회계사인 그는 2014년 모바일게임 관련 기업인 ‘파이브락스’가 미국 스타트업 ‘탭조이’에 인수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홍 회계사는 ‘파이브락스’의 최고재무관리자(CFO)였다. 홍 회계사는 이외에도 20여 건의 크고 작은 M&A에 관여한 경험이 있다.
“초기기업투자는 투자자가 어떤 스타트업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고 그 회사의 지분을 얻는 것을 가리킵니다. 초기기업의 경우 ‘창업자가 회사의 핵심자산’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 큰 메리트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분 획득이 투자의 주목적이 됩니다.”
홍 회계사는 이렇게 초기기업투자 개념을 설명한 뒤 덩치가 커진 스타트업에서 왜 M&A가 일어나는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반면 M&A는 특정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경영권이나 영업권을 획득하는 것을 뜻합니다. M&A는 성장이 많이 이뤄진 후기 기업을 대상으로 자주 진행됩니다. 이 시기가 되면 특정 회사의 영업권·보유설비·시스템·독점력 등이 중요한 핵심가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홍 회계사가 만들어 온 파워포인트. M&A의 기초부터 사례까지 체계적으로 설명돼 있다.
홍 회계사는 이후 ‘인수자와 매도자의 M&A 참여 목적’ ‘유니콘 기업들의 M&A 전략’ ‘약자인 매도자를 위한 팁’ 등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강의가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참석자들과 함께 직접 M&A를 경험한 초대 손님들이 나서서 M&A에 대한 경험을 상세하게 공유했다.
오피스아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디지털 문구 특화 콘텐츠 플랫폼 ‘위버딩’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누트컴퍼니의 신동환 대표는 “M&A는 많이 듣는 키워드이기는 한데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실제 케이스나 방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며 “이번 오피스아워에서 그 구체적 과정과 사례를 배운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문서협업 및 지식관리 생산성 툴인 ‘타입드’를 운영하는 비즈니스캔버스의 김우진 대표도 “우리나라의 경우 스타트업 M&A가 아직은 초기이기 때문에 선례가 많지 않고 또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도 않는다”며 “인재 채용과 업무 시너지를 위해 M&A를 하는 우리 회사로서는 오늘 오피스아워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오피스아워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사람은 이미 M&A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주제의 오피스아워에 참여해왔다고 한다. 그만큼 오피스아워에서 다루는 주제가 다양하다.
디캠프에 입주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서로 경험한 사례를 나누면서 M&A에 대한 이해도를 넓혀나갔다.
일반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핵심인력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뒤 시드 투자나 시리즈A 투자 등 투자가 확대되면서 인력도 많아지고 집무도 다양해진다.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때 맞닥뜨리는 ‘새로운 집무’들, 즉 투자 유치나 홍보·법무·개발·디자인·지식재산권 등이 모두 새롭고 낯선 영역이다. 전문가를 찾거나 비슷한 사례를 찾기도 쉽지 않다.
2013년 3월 설립된 디캠프에서는 선릉의 디캠프 본사와 마포 프론트원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의 교육 관련 요구를 수시로 파악해왔다. 그리고 그 가운데 많은 스타트업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고민을 중심으로 전문가들을 초빙했다. 이에 따라 2014년 2월 오피스아워라는 이름의 본격적인 교육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오피스아워는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총 631차례나 열렸으며, 참여 인원수는 모두 2597명에 이른다. 참여자 모두 각자가 관심 있는 주제의 오피스아워가 열리면 참석해서 고민을 풀어나간 것이다. 누트컴퍼니 신동환 대표는 “우리 회사도 팀원들이 마케팅·홍보·인적자원관리 주제 때 참석했는데,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피스아워의 주제는 다수의 입주 스타트업이 가장 궁금해하고 고민이 집중된 지점에 기초하기 때문에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는 경향이 크다. 이에 따라 미래에 대한 준비에서 마음챙김까지 ‘핫한 주제’도 많다. 최근 열린 몇 가지 오피스아워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지난해 7월에는 투자회사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의 김범수 파트너가 미국 진출 방법부터 타이밍, 투자 유치까지 미국 진출을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김 파트너는 “미국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은 무엇보다 미국 시장의 타깃층을 한국에서보다 뾰족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이 한국보다 인구·문화적으로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오피스아워 주제는 ‘임팩트/ESG 투자 관점의 스타트업’이었다. 임팩트투자란 ‘사회적 의미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를 가리킨다. 2011년 국내 1세대 임팩트투자사인 D3쥬빌리파트너스를 설립한 이덕준 제너럴파트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잘한다고 단번에 재무지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좋게 유지하려면 ESG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항상 긴장하며 생활해야 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의 마음챙김을 오피스아워 주제로 삼았다. 마음챙김 명상 앱 ‘마보’ 창업자인 유정은 대표가 연사로 나서 ‘넓은 시야 갖기 연습’ ‘처음 의도로 돌아오기 연습’ 등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공유했다.
오피스아워에 여러 번 참가한 피스오브무브의 박유진 대표는 “매번 오피스아워가 양질의 교육이라서 놀랐다”고 한다. 운영·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 등의 협업을 지원하는 플랫폼 넘블을 운영하는 박 대표는 “정부지원사업을 많이 해보면서 여러 차례 교육을 들었다”며 “디캠프의 오피스아워는 트렌디하거나 필요한 주제를 스타트업 현직자가 강의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현장성을 높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분야의 오피스아워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스타트업 대표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일대일 오피스아워라고 한다. 이 시간에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벤처캐피탈 대표들과 일대일로 만나 주로 투자, 마케팅, 기술에 대한 멘토링을 받는다. 이 시간이 인기가 있는 것은, 이 시간을 통해 투자에 대한 조언을 받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투자가 이루어지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캔버스 김우진 대표의 경우 “현재 누적 73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 전체 8개의 투자 중 3개가 일대일 오피스아워를 통해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일대일 오피스아워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투자사 대표를 만나 질의응답을 하게 된다”며 “이때 투자에 대한 조언을 받기도 하지만, 회사의 장점을 설명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디캠프 홈페이지의 오피스아워 부문(dcamp.kr/officehours)을 살펴보면, 일대일 오피스아워가 5월에만도 17건이 올라 있다. 스타트업의 ‘집무시간’은 오늘도 여전히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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