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군가 엄청난 연봉을 줄 테니 사소한 기쁨을 내려놓으라 한다면 어떨 것 같나요?”
최현미 작가는 일상과 책을 소재로 작은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에세이집 <사소한 기쁨>(현암사)이 앞선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고백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지만, 육아와 양립하기엔 늘 일에 쫓겼고 불규칙한 패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왔단다. 그러면서 출퇴근을 반복하던 쳇바퀴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력을 되찾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그는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해주는 작지만 반짝이며 기쁨이 녹아드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림처럼 풀어냈다.
“화려하게 보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제 삶은 초라해지고 보잘것없이 느껴져요. 단편적인 부분일 것임을 알지만, 우리의 행복감은 떨어지기 쉽거든요. 그런 데 욕심내지 않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렇듯 에세이집에서는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소한 기쁨을 던져주는 작가만의 기억 모음이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된다.
피곤한 새벽 출근길, 어두운 길을 비춰주는 새벽달을 보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속 두 주인공을 지켜본 달을 떠올리며 힘을 내고, ‘과연 이 일이 내게 맞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끝없이 돌아가는 대관람차를 보며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 속 성실한 사전 편집자처럼 묵묵히 다시 시작하려는 다짐을 되새겼다. 또한 스티븐 킹의 <고도에서>를 보며 마음 맞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수다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쓸모 있는(!) 일인지를 되새기고, 좋아하는 책들 사이를 걸으면서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이나 오드리 니페네거의 <심야 이동 도서관>을 떠올렸던 기억을 들려준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없을 순 없잖아요. 하지만 그 순간을 이겨내게 하는 건 결코 거창한 일이 아닐 거예요. 어쩌면 인생의 달콤함은 느끼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인지도 몰라요. 평범한 하루에 조금은 이상하고 특별한 것들을 얹어 ‘나만의 인생’을 완성해가는 우리에게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 작가 최현미는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들의 여성주인공들을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 <우리가 사랑한 소녀들>(공저)을 비롯해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공저) 등을 펴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