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동물·자연이 모두 함께 건강해야”
‘세계소동물수의사회 총회 한국 개최’ 10년 맞은 유치 주역 강종일 충현동물종합병원장
등록 : 2022-05-12 15:08
지난 4월5일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중 ‘맹견 관리’가 대폭 강화됐다. 반려견의 기질을 평가해 ‘맹견’으로 지정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안락사 시킬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강 원장은 “동물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한 수의사와 반려동물 행동 지도사를 중심으로 개 기질 평가위원회를 신설하면 좋겠다”고 했다. “번식과 판매 단계에서 동물의 생명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지켜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이를 위해 “반려동물 번식, 생산업 관리 기준을 구체화하고 반려동물 이력제를 시행해 생산·판매를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동물 유기를 방지하려면 반려동물 등록을 내장형 칩으로 일원화하고 이미 발생한 유기동물 관리를 위해 길고양이 중성화 정책을 전면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 확충, 신고 포상금제도를 도입해 동물 유기 등에 대한 단속 강화를 주문했다. 강 원장은 “국민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다각적인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인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과 관계를 맺는 동물이나 환경의 건강이 중요합니다.” 강 원장은 동물과 사람과 자연이 서로 공존할 때 얻어지는 유익한 변화에 관심이 많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 여가 지났지만, 계속 변이를 일으키며 지구촌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강 원장은 사람과 동물과 자연의 상호 연관성을 강조하는 ‘원 헬스’(One health)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주치의 동물병원’을 정하면 진료비 부담은 줄이고 진료 만족도는 높일 수 있습니다.” 강 원장은 비싸게 느껴지는 동물 진료비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사람 진료비와 그렇지 않은 동물 진료비를 단순 비교하면 진료비 부담을 크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강 원장은 “말 못하는 동물을 제대로 진료하기 위해서는 전문 수의학 지식과 경험이 요구된다”며 “확실한 감별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보니 진료비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소문에 솔깃하지 말고 제대로 된 동물병원을 정해 진료를 받으면 진료비를 낮출 수 있고, 동물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진료비 부담의 원인으로 동물 진료비 부가가치세 폐지와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인의용 약품을 도매로 사지 못하게 한 약사법 조항을 개정하면 진료비를 더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강 원장은 짬이 날 때마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들러 유기견을 돌본다. 그는 1989년 충원동물병원 개원 초기부터 국내 동물보호 활동 1세대들과 함께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다. 동물권행동 카라(KARA)에서 10여 년 동안 이사로 재직하면서 꾸준히 유기견 보호소에서 진료를 맡아왔다. 강 원장은 “전국에는 동물보호소 233곳이 있는데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곳은 63곳, 나머지 170곳은 예산 부족으로 위탁 관리하고 있다”며 “최악의 수용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열악한 시설을 하루빨리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충현동물종합병원은 2019년 7월부터 동물 줄기세포를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태반, 제대혈 등에서 채취한 태반 중간엽 줄기세포를 사용한다. 하나의 세포가 뼈, 연골, 인대, 골수, 결합조직 등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로 면역조절과 체내 염증을 억제하고 조직 재생에 도움을 준다. “골절, 뇌, 척추, 관절질환, 전신 탈모, 간이나 신장 등 급만성질환,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 등 면역계 질환과 같이 치료가 어려운 질병에 좋은 치료 효과를 얻고 있죠. 앞으로 꾸준히 연구해서 난치병이나 불치병 퇴치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강 원장은 “이미 안정성과 치료 효과는 검증됐다”며 “올해 안으로 연구 논문을 관련 국제 학회지에 기고할 계획”이라고 했다. “반려동물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사람과 가장 가깝게 살아온 존귀한 생명체입니다.” 강 원장은 “동물들의 ‘건강 지킴이 수의사’로서 사람과 동물, 그리고 자연환경이 함께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