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 농사짓자
풀에 지치느니, 풀과 함께 농사지어 볼까?
일본 아카메자연농학교 탐방기 "풀과 작물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생관계"
등록 : 2016-08-25 15:21 수정 : 2016-08-26 15:03
풀과 함께 작물을 재배하는 법을 익히는 일본 아카메자연농학교는 1991년 일본 나라현 사쿠라이시에 문을 열었다. 1 아카메자연농학교 전경. 기장을 비롯해 여러 작물이 풀밭 속에서 자라고 있다. 2 김매기를 하는 아카메자연농학교 회원들. 3 일본에서 자연농을 처음 시작한 가와구치 요시카즈 씨가 풀과 함께 자라는 수박, 참깨를 가리키며 자연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종 때는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땅을 갈아엎고, 풀을 남김없이 뽑아버리는 정도의 개입은 아니다. 모종을 내어 본밭에 옮겨 심는 배추도 이 학교에서는 직파했다. 우선 뿌리 번식 식물이나 덩굴식물을 뽑아낸다. 파종할 자리마다 풀을 지름 한 뼘 정도 뽑은 뒤 흙을 손으로 다지고 배추씨 4~5알을 넣는다. 흙을 살짝 올리고 다시 한 번 살며시 다져 준다. 풀씨 없는 생풀을 베어 덮어 주고 물을 한 바가지 주면 된다. 가을 당근은, 넓은 생강 이랑 양쪽 가장자리에 20㎝ 깊이의 작은 고랑을 낸다. 이때도 뿌리 번식 식물은 뽑고 고랑을 괭이로 방아 찧듯 다진다. 다진 흙 위에 당근씨를 뿌리고 흙을 살짝 덮은 뒤 다시 한 번 흙을 덮고 다진다. 풀씨가 없는 생풀을 덮어 주고 물을 한 바가지 주는 건 배추 파종 때와 같다. 가을 감자 파종도 배추와 같았다. 벼는 4월에 모판을 만들고 벼가 한 뼘쯤 자라면 논으로 옮겨 심는데, 50㎝ 간격으로 풀을 손으로 눕힌 뒤 한 뼘쯤 자란 벼를 하나씩 심는다고 한다. 풀은 뿌리를 뽑지 않고 거름이 되도록 낫으로 베어 준다. 안전하고 건강한 작물이 우선 일본의 자연농은 가와구치 요시카즈가 1970년대 처음 시작했다. 무농약, 무비료, 무비닐 그리고 무경운 등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했다. 가와구치 선생은 자신감이 생기자 1991년 나라현 사쿠라이시에 아카메자연농학교를 열었다. 30년 이상 된 그의 밭에서는 지금, 비료와 농약을 쏟아붓는 관행농의 80%쯤 되는 소출을 낸다. 병충해 피해도 없고, 들이는 것도 별로 없고, 안전하고 건강하니 소출량으로만 자연농과 관행농의 우열을 따지는 건 어리석다. 한국의 농부 손님을 맞은 가와구치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내 안의 생명을 보는 것이 농사의 시작입니다.” 생명을 기르는 것, 생명과 생명의 조화를 이루는 것, 다투는 게 아니라 공생하고 상생하는 것이 농사라는 것이다. 그러자면 인위적인 투입을 최소화해, 자연의 뜻에 맡기고 그 흐름에 순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희수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