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천호동 천호청소년문화의집에 온 청소년들이 11일 일제히 건물 간판을 가리키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청소년 관장과 위원들’이 운영에 참여
공간마다 개성·감성 넘치는 구성 갖춰
동아리 활동 비롯, 65개 프로그램 운영
“아이들이 또 다른 자신 발견하게 할 것”
“청소년들의 꿈을 찾고 끼를 발굴해 키울 수 있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천호청소년문화의집에서 청소년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정채미(15·천일중3)양은 11일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정보도 나누고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역시 청소년운영위원 활동을 하는 장희조(15·천일중3)양은 “천호청소년문화의집을 어떻게 운영할지, 어떤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만들지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며 “내가 이용할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만들다보니 무척 즐겁다”고 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청소년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죠.” 또한 장양은 “이 지역에는 학생이 갈 만한 곳이 학원 빼고는 없어 늘 답답했다”며 “이제 언제든지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너무 좋다”고 했다.
강동구는 지난 4월29일 구가 만든 첫 청소년 문화공간 ‘강동구립 천호청소년문화의집’을 개관했다. 청소년들의 문화·예술·소통 공간으로 창의력을 키우고 건강한 성장을 돕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천호청소년문화의집은 청소년 대표인 청소년관장 1명과 운영위원 15명이 있어, 청소년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에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운영위원들이 투표로 뽑은 청소년관장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공약 사업을 실행한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청소년 문화시설 중에서 청소년관장과 청소년운영위원회를 두고 청소년이 직접 시설 운영에 참여하는 곳은 천호청소년문화의집이 처음이다. 심승무 천호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은 “청소년관장, 청소년운영위원들과 호흡을 맞춰 청소년이 원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며 “청소년이 주인인 곳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학습과 놀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청소년 놀이터’(틴플레이그라운드) 개념을 도입한 천호청소년문화의집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1층 북카페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천호청소년문화의집은 연면적 2015㎡ 규모의 지하 2층~지상 4층 건물이다. 지하 1층에는 공유부엌, 동아리실, 댄스실, 밴드실이 있고, 1층에는 북카페와 커뮤니티 공간인 함께나눔터가 있다. 2층은 전래놀이, 보드게임, 레트로게임을 즐길 수 있는 문화놀이터와 강의실을 갖췄다. 3층에 있는 미래꿈터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해 미래 가상진로 체험을 할 수 있다. 미디어놀이터는 녹음과 편집 기능을 갖춰 1인 미디어 콘텐츠 등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4층에는 다목적실과 강의실이 있고 옥상에는 야외 활동과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천호청소년문화의집은 5월부터 청소년 동아리 활동을 비롯해 교육문화활동, 지역사회 참여활동, 진로·직업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 65개를 운영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지역의 환경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 방법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편집해 온라인으로 공유해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활동을 한다. ‘먹고가’는 청소년들이 공유부엌에서 도시락과 간식 등을 만들어 소외계층에게 나눠주는 활동이다. 또한 ‘응답하라 3089’는 첨단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미래 메이커 융합 교육과 직업 체험 활동을 한다. ‘위대한 탄생’은 청소년들에게 탄소중립과 환경문제 교육, 청소년이 직접 기획한 업사이클 물품을 제작하고 실험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이 지하 1층 댄스실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학교 밖에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기 힘든데, 동아리를 만들어 운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 너무 고맙죠.” 김민성(15·천일중3)군은 맨몸으로 운동하는 ‘맨몸 동아리’를 만들었다. 김군은 5월 초부터 직접 짠 프로그램으로 10명의 회원과 함께 유산소운동, 코어운동, 전신운동을 한다. 김군은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운동 동아리가 없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만들었다”며 “체지방 없는 식스팩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김군은 “다른 친구들은 나만큼 의지가 없는 것 같아 조금 걱정된다”며 웃었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했는데 재밌을 것 같아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동형(15·천일중3)군은 지난 6일부터 ‘바리스타 동아리’를 만들어 회원 3명과 함께 활동한다. 이론 수업이 끝나면 1층 북카페에서 실습도 할 계획이다. 이군은 “바리스타 동아리는 실습할 공간이 없으면 동아리 활동이 어렵다”며 “학교 옆에 천호청소년문화의집이 생겨 무료로 강의도 듣고 실습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군은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손님 받는 연습도 해서 청소년카페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싶다”고 했다.
천호청소년문화의집은 청소년의 개성과 감성을 담은 감각적 공간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인테리어와 색상을 사용했다. 건물 곳곳에 대형 그림문자(픽토그램)와 그림, 독특한 표지를 배치해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동아리실, 밴드실, 댄스실, 공유부엌, 강의실마다 공간 구성을 다르게 해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자극과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오감이 즐거워지는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정민 강동구 아동청소년과 청소년지원팀장은 “다양한 재미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독창적인 인테리어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작은 부분까지 콘셉트를 정하고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천호청소년문화센터는 앞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 환경활동, 생명존중 캠페인 등도 할 계획이다. 심 관장은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 천호청소년문화의집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면 좋겠다”며 “청소년이 행복해서 더 행복한 강동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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