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한약 냄새가 진동한다. 형형색색 약재가 계절을 뛰어넘어 곱게 마른 채 은은한 향기를 풍긴다. 약재 향을 맡고 고운 빛깔을 보며 여기저기 걷다 보면 지친 몸이 어느새 활력을 되찾는 것 같다. 이곳이 바로 약령시장이다. 대구 약령시장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약재 전문시장으로 손꼽힌다.
서울약령시장의 기원은 조선 시대 보제원이다. 이곳은 여행자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기도 했으며 노인들을 위한 잔치를 열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능은 병자를 치료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위생상태가 좋지 못해 전염병이 창궐하거나 영양상태가 나빠 목숨을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렇게 병자를 돌보는 곳이다 보니 늘 약재가 필요했으며 그러다 보니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약재를 파는 난전이 형성됐는데 이것이 서울약령시의 효시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일주문이 있다. 사찰 앞에나 있음 직한 규모인데 ‘서울약령시’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문 안으로 들어서면 수많은 한약방이나 약재상을 만난다. 황기, 칡, 더덕, 오가피, 대추, 인삼, 감초, 도라지 등 일반인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부터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약재까지 다양하다. 취급하는 약재가 무려 350여 종이나 된다고 하니 보는 눈이 즐겁다.
동대문구는 오래전부터 약령시의 상권특성을 활용해 한방산업을 발전시키고 관광 명소화하기 위해 힘써왔다. 2013년 서울약령시가 한방특정개발진흥지구(한방특구)로 지정됐고, 2017 서울한방진흥센터가 문을 열었다.
일주문을 지나 조금 걷다 보면 오른쪽에 커다랗고 정갈한 3층 건물의 한옥이 보인다. 약령시장의 자랑거리인 서울한방진흥센터다. 이곳은 국내 최대 한의약 복합문화체험시설이다. 전통의학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한옥형으로 설계된 외관이 독창적이며 밤에는 건물에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아름다운 야경을 보러 오는 사람도 많다.
1층 로비를 지나 2층에 올라가면 한의약 박물관이 있다. 용두동 동의보감타워 지하에서 옮겨온 새 박물관에는 다중체험 영상으로 약초 재배와 채취를 경험할 수 있다.
미디어와 디지털콘텐츠, 300여 종의 약재관람으로 한의약의 역사는 물론 체질에 따른 음식 궁합과 운동법에 이르기까지 일상과 밀접한 한의약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한의학 의서류, 전통의약 기기 등 역사적 의미가 있는 유물들도 전시돼 있다.
2층 야외 족욕장의 웰니스 프로그램 ‘약초 족욕’에서는 편백 족욕탕에서 오색 빛 약재를 우려낸 약수에 발을 담그고 힐링할 수 있다. 약령시의 역사문화 스토리와 한방체험을 결합한 시장투어 프로그램 ‘약리단길 한 바퀴’에서는 참가비용 1만원으로 서울약령시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다. 역사문화 해설, 한의약의 안전한 유통과정, 한방제품 시식, 한방차 시음 등 1시간20분동안 진행된다. 족욕 소금, 입욕제 등 계절별 약재를 활용한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는 ‘한방공작소’도 최근 문을 열었다.
가족의 달 5월을 맞아 가족과 함께 한방웰니스 관광지를 찾아보면 어떨까. 한옥 퇴청 마루에서 은은한 한방 향기를 맡으며 몸과 마음의 활력을 찾아보길 바란다.
박상현 동대문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동대문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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