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이 간다
꼼꼼한 엄마 행정, 주택가 커뮤니티 공간 정책서 빛 발하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2018년까지 관내 어린이집 3곳 중 1곳 국공립화” 보육정책 최우선 밝혀
등록 : 2016-08-25 16:58 수정 : 2016-09-05 10:29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양재나들목(IC)부터 한남나들목까지 경부고속도로 6.4㎞ 구간 지하화를 구상하며, 거리의 전봇대 전선을 정리하는 것까지 살피고 있다. 16일 오후 구청장실을 반으로 줄여 만든 대화방인 ‘상상카페’에서 인터뷰하는 조 구청장.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엄마들의 최대 관심사는 보육과 교육문제다. ‘워킹맘’이었던 조 구청장도 겪은 어려움이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보육수급률 꼴찌가 바로 서초구입니다. 임대료가 높다 보니 어린이집을 새로 짓고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어린이집을 늘리기 위해 구가 나섰습니다.” 서초구는 2018년까지 관내 어린이집 3개 중 1개를 국공립으로 만들고, 어린이집 원아 2명 중 1명은 국공립 어린이집 원아가 되는 것을 목표로 어린이집 증설에 힘쓰고 있다. 민선6기 4년 동안 40여 개를 늘려 2018년까지 72개소의 어린이집을 열겠다는 게 조 구청장의 목표다. 지난 4월에 방배본동에 문을 연 ‘행복한어린이집’은 서초구 43번째 국공립 어린이집이자 조 구청장 취임 이후 12번째로 개원한 국공립 어린이집이다. 다음 달에도 국공립 어린이집 1곳이 또 문을 연다. 조 구청장은 보육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에도 열심이다. 열악한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교재연구비, 시간외수당, 영아반 담임교사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 올 3월부터는 동일 시설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교사에게 달마다 최대 5만 원씩 근속수당을 주기 시작했다. 하반기부터는 경력이 10년 이상인 담임교사에게 장기재직 휴가도 줄 예정이다. 교사도 아이도 행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어깨 처진 아버지들을 위한 센터 곧 개관 개관을 앞둔 서초구 ‘아버지센터’는 요즘 갈 곳이 없는 아버지 세대를 배려한 조 구청장의 아이디어이다. “아버지들이 어깨 처지는 일이 많은 요즘이잖아요. 이 땅의 아버지들 기를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센터는 253.91㎡ 규모로 프로그램실, 회의실, 카페 등을 갖춰, 아버지들의 휴식과 힐링을 돕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밖에 서초구에는 서울시나 중앙정부가 나서야 해결될 수 있는 굵직한 현안들이 즐비하다. “선거 공약 1호로 정보사 터널 개통을 내걸었는데, 주민들 반응은 ‘37년간 국회의원, 구청장 선거 때마다 속았다. 안 믿는다’였어요. 그때 다짐했어요. ‘두고봐라!’” 조 구청장은 취임 일주일 만에 정보사를 찾아갔다. 정보사령관을 만난 다음, 일주일 뒤에는 국방부 차관을 만났다. 조 구청장의 정면돌파 전략은 요지부동인 정보사를 움직였고, 서초구를 가르는 정보사 터널 공사는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조 구청장에게 비결을 물었다. “간단해요. 상대방에게도 필요한 것을 주면 돼요. 제로섬이 아니라 서로가 필요한 것을 얻으면 문제는 풀립니다.” 결국 ‘선 터널 착공, 후 부지 활용’이란 큰 틀에서 정보사 터에 서초구가 원하는 복합문화공간과 국방부가 원한 아파트 건설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30여 년을 넘게 끌어온 난제가 해결됐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에 대해서도 조 구청장은 확신에 차 있었다. “강남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득이 될 사업입니다. 상습 차량 정체는 물론이고 자동차 매연으로 생기는 환경문제, 지역발전 등 강남·북 모두를 위한 근본 해결책이기 때문입니다.” 서초구는 상습 정체로 몸살을 앓는 양재나들목(IC)부터 한남나들목까지 경부고속도로 6.4㎞ 구간을 지하도로를 만들고, 지상을 문화공간으로 만들자는 구상을 갖고 있다. “도로를 지하화하면 지상에 20만 평 공간이 생겨요. 지하화는 기술의 문제라 비교적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 핵심은 지상이에요. 창조의 문제거든요. 국제 아이디어 공모전을 활용하거나 아이티(IT) 기술을 결합해 국제도시 서울의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만들면 됩니다.” 지하도로 밑에는 침수 저장창고에 해당하는 ‘대심도 빗물터널’을 만들어 강남권의 고질적인 물난리도 해결해 보겠다는 게 조 구청장의 뜻이다. 조 구청장은 서울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 봤을, 서울시 ‘여행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여행(여성 행복) 프로젝트는 서울시 여성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들으며, 조 구청장을 서울시 최초 여성 부시장으로 발탁하게 한 프로젝트다. 하이힐이 빠지지 않는 인도, 남녀 화장실 칸 개수 조정 등이 조 구청장이 여성의 관점에서 생각해낸 변화들이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구요? 집이 지저분하면 엄마들은 대청소를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구에 케케묵은 문제가 있으면 나서서 말끔히 치우고, 내 손이 닿지 않은 곳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보는 거지요. 저는 행정이 정말 재밌어요.” 큰 현안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생활밀착형 엄마 행정이 주목받지 못하는 게 서운하지는 않을까? “제 모토가 행복한 2등이라니까요. 제가 잘하는 거, 굳이 나서서 잘하고 있다고 자랑하지 않아요. 대신 중앙정부나 서울시 협조가 필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도와달라, 1등은 당신이 해라, 난 즐거운 2등을 하겠다, 그렇게 열심히 깃발을 흔드는 거지요.” 조 구청장이 유쾌하게 웃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