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름나기는 뭘까? 뭐니 뭐니 해도 물놀이가 최고다. 워터파크나 바다가 아니더라도 거리의 분수에도 서슴없이 뛰어드는 아이들에게는 세상이 온통 물놀이 장소다. 아이들의 물놀이는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숨만 쉬고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 남자아이들이 놀이터에 물총을 가지고 나왔다. 놀이터를 휘저으며 서로서로 물총을 쏘아댔다. 이 모습을 본 딸아이 친구 언니는 좋은 생각이 난 듯 빈 음료수통에 물을 담아 아이들에게 쏘아댄다.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몰려다녔다.
아이들을 지켜보던 엄마들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디로 가는 걸까?’ 잠시 뒤 엄마들은 물풍선을 담은 바구니와 물이 가득 든 물통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아이들은 벌처럼 모여들어 물풍선을 집어 들고 서로 따라가고 도망 다니며 던지기 시작했다. 놀이터 곳곳에서 물풍선이 불꽃처럼 터졌다. 순식간에 놀이터는 물놀이터로 변했다. 마지막 남은 물풍선이 터지자 이번에는 물통 차례였다. 한 엄마가 아이들에게 물을 뿌렸고 물이 떨어지자 다시 물을 담아왔다. 물놀이에 흠뻑 빠지는 건 아이나 엄마나 마찬가지였다. 놀이터를 종횡무진 누비던 엄마들이 지치자 이번에는 내가 물을 담으러 갔다.
“아저씨, 여기에 뿌려 주세요.” 다시 가득해진 물통을 반기던 한 아이가 샤워기처럼 구멍이 뚫린 놀이기구 발판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곳에 물을 부으면 비를 맞는 기분이겠구나!’ 바로 이럴 때 아이들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른다. 아이들이 발판 아래로 들어가 인공 비를 맞으며 흥분하며 놀 준비를 끝냈다. “내가 할게요”라며 큰 아이가 올라가 발판에 물을 쏟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듯했고 그 비를 맞은 아이들은 쉬지 않고 비명을 질러댔다. 저렇게 좋을까! 이번에는 아이들이 낑낑거리며 물을 담아왔다. 놀이터 물놀이는 아이들이 덜덜 떨 때까지 계속됐다.
내친김에 며칠 후 놀이터 옆 공원에서 물총놀이를 하기로 약속을 했다. 마침 공원에는 수도와 아이들이 뛰어다닐 수 있는 비교적 넓은 숲이 있었다.
“그날 비 온다는데.”
그날 일기예보를 검색한 엄마가 걱정하자 다른 엄마가 뭐가 걱정이냐는 듯 말했다.
“잘됐지, 뭐. 어차피 다 젖을 텐데.”
약속한 그날, 아이들은 물총을 들고 엄마들은 물풍선을 들고 공원 수돗가로 모였다. 잠시 후 아이들이나 엄마들이나 옷이 젖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놀이가 끝난 후 다들 둘러앉아 시원한 수박을 베어 먹으며 놀이를 마무리했다.
워터파크가 뭐 별건가. 작은 수도와 뛸 수 있는 공간, 함께 놀 친구가 있다면 필수 조건은 갖춘 셈이다. 여기에 하나 더하자면 기꺼이 흠뻑 젖고 같이 뛰고 웃을 수 있는 어른들의 마음이다. 우리 동네에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같이 만들어가는 물놀이터가 있다.
글 사진 박찬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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