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퀴어·국제입양 다룬 한국계 외국인 두 명, ‘부조리 직시’ 용기 보여줘

올 어바웃 러브(~7월17일)

등록 : 2022-06-02 16:10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일어난 오해와 상처를 직시하는 기획전시 ‘올 어바웃 러브: 곽영준&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은 사회적 불평등, 제도적 부조리와 착취 속에서 소외된 이들을 치유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전시 제목은 지난해 타계한 사회운동가이자 페미니즘 사상가인 벨 훅스가 1999년 출판한 동명의 책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이성애에 한정된 사랑이 아니라 일상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닌 사랑의 실천을 강조해온 훅스의 가르침에 따라 과거의 모순과 부조리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 삶을 변화시키는 사랑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국제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두 명의 재외 한국계 작가를 초청했다.

한국계 미국인 곽영준(38)은 조각과 영상 작품을 통해 가부장적인 시선과 타자화하는 폭력성에 온몸으로 맞서는 퀴어(성소수자)적 몸짓(사진)에 주목했다. 작업에서 나타나는 신체는 일반적인 사회 통념에서 정의될 수 없으며, 각 개인의 정체성을 담는 일종의 그릇이자 개인의 정체성과 외부 통념이 충돌하는 정치 공간이다.

곽씨는 이렇듯 다중적이고 혼성적인 개인의 정체성을 담은 신체로 작품을 표현했다. 작업에서 제시되는 신체는 이성애적 관점을 넘어 퀴어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보여준다.

한국계 네덜란드인 장세진(45)은 다른 인종 간의 국제입양 이면에 있는 식민주의, 제국주의 관습을 드러내고 이에 저항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이를 해외에 입양시켜야 했던 두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왜 국가는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분리되고 모국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막지 못했는지 되묻는다.

두 작가의 공통점은 젠더와 성 역할, 인종에 대한 이분법적 정의, 서구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 기록 방식, 가부장적 권위 등을 해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인과 사회에서 발생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을 예술적 실천으로 보여주는 전시는 ‘한 방향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층적인 시각에서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장소: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미술관 시간: 화~토 오전 11시~오후 7시 관람료: 무료 문의: 02-760-4627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