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 참가자가 시각자료로 발표된 시정참여형 사업의 결과를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시는 지난 20일 오후4시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를 열어, 500억 원 규모의 2017년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확정했다. 이날 총회에서 확정한 주민참여예산 사업은 모두 804건 499억6000만 원으로, 시
정참여형 사업 402건 349억6000만 원, 구정참여형 사업 238건 125억 원, 동지역회의 지원사업 164건 25억 원이다. 시는 총회에 앞서 시정참여형 사업에 공모한 3815개 사업을 사업 부서의 검토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뒤 502개 사업만 추려 주민투표에 올렸다.
은퇴 앞둔 아버지 생각하며 사업 제안
시정참여형 사업으로 확정된 402개 사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는 ‘50+세대 사회활동 지원’을 주제로 하는 ‘교양 있는 인생 1막, 보람 있는 인생 2막’ 사업(복지분과)이 차지해 1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사업은 은퇴를 준비하는 50대와 소외계층 아이를 연결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을 제안한 김진선(28) 씨는 성동구 왕십리2동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아버지를 보면서 은퇴 뒤에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다 교사인 친구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경우 방과 후 돌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민참여예산 사업 공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마을활동 경험이 없다는 김 씨는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내 아이디어가 서울시에 보탬이 된다니 기분은 나쁘지 않네요”라며 앞으로 마을활동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같다며 웃었다.
제안 사업 홍보를 위해 한여름 열기에도 서울광장 사업 홍보부스를 지킨 홍미옥(55·송파구 오금동) 씨는 “제가 봉사활동을 하는 ‘소나무언덕 3호 작은도서관’에 다문화 가족을 위해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주민참여예산에 제안서를 냈어요. 올해 안 되면 내년에도 신청할 생각이에요”라며 주민참여예산사업은 참여만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이틀 동안 사업설명회에 참관하느라 서울광장과 8층 다목적홀을 수차례 왕복했다는 김종건(61) 교통주택분과 위원장은 성북구 길음1동 마을계획단 단장 활동을 계기로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주민참여예산위원에 신청했는데, 신청자 중 추첨으로 선정하는 참여예산위원에 선정됐고, 내친김에 사업을 심사하는 분과의 위원장까지 맡게 됐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심사 기준을 “서울 시민에게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을 중심으로 하되,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는 평등성과 공정성에 무게를 둔다”는 자신만의 평가 기준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어린이 교통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교통사고 현장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직접투표 참가 시민 10만7766명
주민참여예산 사업은 주민참여예산위원회 40%, 시민 전자투표 40%, 전문 설문기관 선호도 조사 20%를 반영해 선정한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정원은 250명. 사업 선정의 투명성을 위해 자치구별로 남녀 각각 4명씩 200명을 선발하고, 50명은 서울시장 추천 15명, 시의회 추천 10명, 추첨을 통해 선정한 일반 시민 25명으로 구성한다.
전자투표는 시민참여를 확대해 사업 선정의 공정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5년부터 엠보팅 앱을 이용해 하고 있다.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엠보팅 앱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 8~20일까지 진행한 전자투표에는 지난해보다 4235명 늘어난 10만7766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올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는 서울시정형 사업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주민참여예산제가 자치구 예산 나누기라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동 단위 사업을 서울시 마을 계획과 연계해 주민참여를 넓히기 위해 동지역회의 지원사업도 신설했다.
서울시 문양식 주민자치예산팀장은 “그동안 주민참여예산 사업은 제안과 선정에만 시민이 참여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집행 과정은 물론 제안과 모니터링 과정에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 참가하는 시민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산학교 상설화 등 교육 강화로 개선하겠다”며 주민참여예산제의 발전 방향을 밝혔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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