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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째 국제다큐제 교육방송만의 힘

등록 : 2016-09-01 14:09
지난 1주일(22~28일) 동안 <교육방송>(EBS)을 본 이들은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날마다 하루 9시간씩 다큐멘터리만 방영했기 때문이다. 13년째 이어오고 있는 ‘국제다큐영화제’다. 다큐에 관심이 적던 2003년, 교육방송이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며 어렵게 시작했다. 전 세계 화제작들을 티브이와 영화에서 동시 소개하는 획기적인 발상이다.

13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화제성은 떨어진다. 유명인을 초청해 시끌벅적 개막식을 하지도 않는다. 아직은 아는 사람만 손꼽아 기다리는, 우리들만의 축제에 가깝다. 그러나 겉치레 대신 속을 꽉꽉 채웠다. 해마다 수준 높은 화제작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올해는 다큐 거장의 작품이 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처음 공개됐다. 베르너 헤어초크의 ‘사이버 세상에 대한 몽상’과 잔프랑코 로시의 ‘화염의 바다’ 등이 그렇다. ‘화염의 바다’는 올해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다큐 최초로 최우수작품상(황금곰상)을 받았다.

다큐 거장들이 국제다큐영화제로 자신의 작품을 첫 공개한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다. 영화제를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티브이와 극장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축제를 부러워한다. 국내에서도 국제다큐영화제의 성공으로 13년 전에는 없던 다큐페스티벌도 하나둘 생겨났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다큐를 볼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지만, 1주일의 마법 같은 순간이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것은 다르다. 해마다 그 시대가 주목하고, 우리가 알아야 할 사안들을 다큐에 담기 때문이다. 올해는 아이에스(IS), 난민 등이다. 국제다큐영화제가 큰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13년간 묵묵히 이어온 이유도 다큐는 세상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다큐들이 최근 돈의 논리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몇몇 다큐가 극장 개봉에 큰 성공을 거두면서, 제작자들이 돈 되는 다큐를 만들려고 다큐의 본질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는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작품을 큰돈을 주고 산 뒤 수년 동안 어떤 곳에도 내보낼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건다. 독점 공개는 할 수 있지만, 방영 이후 수년의 기간은 아이러니하다. 많은 돈을 주니 많은 작품이 언제 나를 부를까, 줄을 길게 서 있다고 한다.

다큐가 돈 되는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돈은 곧 대중성의 다른 말도 된다. 그러나 다큐를 돈의 논리로 따지는 순간부터, 다큐는 더 이상 다큐가 아니다. 다큐도 돈이 있어야 만들지만, 다큐마저 돈의 논리로 따져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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