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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걸림돌’ 1순위로 떠오른 중앙정부

지방자치·분권 인식조사, 시민 35%·공무원 43% 꼽아

등록 : 2016-09-01 14:21 수정 : 2016-09-01 14:36
“청년의 삶까지 직권취소할 수 없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을 직권취소하자, 서울시가 내놓은 응답이다. 청년수당 사업, 지방재정 개편 등으로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1995년 민선 자치단체장 선거로 열린 지방자치 시대는 우리 일상생활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그렇게 20년 넘게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풀기 위해 애써 오긴 했지만, 여전히 지방자치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서울시가 여론조사 기관 ‘리쿱’에 의뢰해 실시한 ‘서울 시민과 공무원의 지방자치와 분권 인식 조사’(서울 시민 성인 남녀 1036명, 공무원 673명 대상) 결과를 보면, 지방자치제의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현재 지방분권의 수준이 낮다고 인식하는 시민과 공무원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분권의 주요 걸림돌로, 높은 재정 의존율과 중앙정부의 지나친 관여가 꼽혔다. 또 지방분권의 걸림돌을 치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할 주체로 중앙정부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공무원들, 특히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민들보다 지방자치에 대한 체감도와 지방분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잇따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설문 결과를 들여다보면, 20년 동안 지방자치로 시민 생활의 질이 나아지고 지역도 발전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방정부의 권한이 낮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시민의 45.8%, 공무원의 56.3%는 지방자치가 지역 발전에 기여했다고 응답했다. 정책 추진과 입법 과정에 시민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었다는 답변도 시민의 41.5%, 공무원의 61.8%가 했다. 지방자치로 얻은 가장 큰 효과로는 시민과 공무원 모두 지역에 맞는 정책 추진을 꼽았다.(시민 21.7%, 공무원 31.7%)

시민 응답자 중 34.2%는 현재 지방분권 수준은 대체로 낮다고 봤고, 분권 수준이 높다는 응답은 18.4%에 그쳤다. 공무원은 59.7%가 분권 수준이 낮다, 11.4%가 분권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지방분권의 주요 걸림돌로는 시민과 공무원 모두 중앙정부에 대한 높은 재정 의존율과 중앙정부의 과도한 관여라고 답했다.(시민 35.2%, 공무원 43.3%) 그다음으로는 지방의원의 역량 부족(시민 12.1% 공무원 19.9%)이 꼽혔다.


지방정부의 위상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절반 이상(56.2%)이 중앙정부가 서울시(지방정부)를 하부기관으로 본다고 응답했다. 또한 하부기관은 아니지만 갈등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견(21.2%)이 그다음을 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협력이 잘 안 되는 이유로 공무원들은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상반된 정책 충돌’(27.2%)과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22.3%), ‘중앙정부가 행정 및 재정 지원 없이 지방정부에 국가 사무 추진을 요구’해서(21.7%)라는 순으로 비교적 고르게 답해 선정 요인이 대부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지방자치·분권 활성화를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할 주체로 시민과 공무원 모두 중앙정부를 1순위로 꼽았다.(시민 35.1%, 공무원 42.9%) 그다음으로 시민은 지방정부(18.5%), 국회(13.5%)를 차례로 꼽았고, 공무원은 국회(22.1%), 지방정부(19.8%) 순으로 답했다.

<서울&>이 여러 자치구청장과 인터뷰한 결과, 구청장들은 재정과 사무 면에서 자치권이 약해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지역 실정에 맞는 복지정책을 펼치고 싶은데, 재정 부족과 중앙정부의 지나친 관여로 제대로 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자치의 수준을 올리려면 지방분권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