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첫째 주 서울시민청 시민플라자에서는 서울시 생활밀착형 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울을 가지세요’ 전시회가 열렸다. 서울시 제공
진정한 지방자치는 ‘생활자치’에서 이뤄진다. 생활자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핵심이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몇몇 자치구가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서울시와 노원구, 강동구 등은 자치분권 촉진·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협의기구를 토대로 자치 기반을 확충하고, 지방분권을 촉진하며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려 한다. 이런 노력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려면 시민들이 지방분권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 시민과 공무원들에게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설문조사했다. 비슷한 주제의 문항들을 묶은 통계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눠 군집분석했다. 이 분석에서는 잘모르겠다는 응답자를 뺀 의미 있는 표본만 사용했다.(서울 시민 878명, 공무원 641명) 시민과 공무원의 지방자치 평가와 분권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한눈에 보기 위해서다. 연령대와 직업, 소속 등에 따라 그동안 지방자치의 성과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지방분권에 대한 의견은 차이를 보였다. 전체로 보면 시민의 60.1%, 공무원의 76%가 앞으로 지방분권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방분권에 대한 시민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한 시민·공무원의 인식 유형 분석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금까지의 지방자치 활동 성과는 크지만, 현재 분권 수준은 낮다고 평가한 그룹 ‘성과 높고 분권 수준 높여야’ 형이 가장 많았다.(일반 시민 34.2%, 공무원 52.3%) 주로 40대 사무직 남성들인 이 그룹의 시민은 지방분권 수준을 높여야 시민의 삶의 질과 지역발전이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공무원들은 40대 6급 이상의 남성이 주를 이뤘다. 이 그룹의 응답자들은 재정 문제와 중앙정부의 지나친 관여를 지방분권 발달의 주요 걸림돌로 여기고 있었다.
인포그래픽 이성훈 기자 lsh@hani.co.kr
다음으로 응답자가 많은 그룹은 그간 분권 수준이 낮아 지방자치 성과가 크지 않았기에 앞으로는 분권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성과 낮지만 분권 수준 높여야’ 형이었다. 시민의 25.9%, 공무원의 23.7%가 이 그룹에 속하며, 시민은 20~30대 사무직 여성, 공무원은 50대 남성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지역 주민 참여와 같은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목적을 중요하게 여겨, 중앙정부의 관여와 재정 문제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가 미흡한 부분도 풀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세 번째로 응답자가 많은 그룹은 지금까지의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이나 분권 수준이 적절하므로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보는 ‘현재 상태 유지’형이다. 시민의 26.7%, 공무원의 14.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그룹의 시민들은 주로 60대 이상 은퇴자나 주부이고, 공무원들은 7급 이하 젊은 층이었다. 이들은 지방분권 강화로 오히려 지역 간 불균형을 낳을 수 있어 현재의 지방분권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응답자가 가장 적은 그룹은 지방분권 수준이 충분했는데도 성과가 미흡해 앞으로 분권 수준을 더 낮춰야 한다는 ‘성과 낮고 분권 수준 낮춰야’ 형이다. 시민의 13.2%, 공무원의 9.5%가 이 그룹에 속한다. 시민들은 자영업을 하는 50대 남성이 많았고, 공무원은 50대 자치구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 대한 불신이 크며, 지방분권의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개별 생활 영역에서 시민들이 인지하는 지방정부 영향력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에게 12개 생활 영역에서 지방자치와 분권으로 가장 큰 발전을 이룬 영역을 꼽도록 했다. 또 각 영역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영향력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응답자들은 체감하는 지방자치 성과 영역으로 교통, 복지, 생활환경을 꼽았다. 시민들은 지방자치로 지하철, 버스, 택시, 주차장 등의 교통영역(14.2%)과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영역(13.2%)이 가장 큰 발전을 보였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 영역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보다 영향력이 더 컸고 앞으로도 클 거라 여겼다. 시민들과 달리 공무원들은 교통, 복지영역에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영향력이 큰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는 영역은 문화, 여가, 생활환경, 지역경제 등으로, 12개 영역 가운데 4개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행정 서비스를 시민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방자치 : 지방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 지역 문제를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 해결하는 제반 활동을 말함
지방자치제 : 지역 주민들이 지역 대표를 뽑고, 그 지역의 일을 처리하는 제도
지방분권 :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정부에 주며, 주민에게 권한을 되돌려주는 과정.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기획·집행 권한이 지방정부에게 주어졌을 때 지방분권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