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성북구 성북천 분수마루 광장에 설치된 한·중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하는 성북구 청소년들이 지역을 찾은 미국 글렌데일시장 등 관계자들을 만나 감사장과 한지 부채에 손글씨를 써 전달했다. 만남의 자리를 마련한 성북구의 이승로 구청장도 함께했다. 알데시스 카사키안 글렌데일시장은 인류 보편의 가치 ‘평화와 인권’을 향한 모두의 노력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청소년의 멋진 선물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글렌데일시는 2013년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첫 해외 도시이며, 성북구의 우호 도시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동부에 있는 글렌데일시는 2014년 일본 극우단체 등이 낸 소녀상 철거 소송에서 3년의 법정 다툼 끝에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승소를 끌어냈다. 일본 극우단체의 집요한 압력 행사에 소녀상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여러 차례 겪었다.
2018년 성북구를 찾은 자레 시나니언 전 시장을 만난 이승로 구청장은 글렌데일시의 노력을 지역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다음해엔 성북구 청소년 대표 12명과 함께 글렌데일시를 찾아 성북의 초중고생 1500여 명이 쓴 ‘소녀상을 지켜줘 감사하다’는 손편지를 전달하고 응원했다. 그간의 과정에 남다른 감회를 밝히며 이승로 구청장은 “손편지부터 시작해 에스엔에스(SNS) 챌린지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성북구 미래세대의 모습에서 희망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성북구 청소년을 대표하며 나선 계성고 학생들은 2020년 베를린 소녀상 철거를 막은 독일 국민에게 감사와 응원의 손편지 보내기 캠페인도 이끌었다. 인근 학교 학생과 주민들도 동참해 모은 3600통의 손편지를 구가 전달했다. 글레데일시에 전하는 감사장을 낭독한 고서연양은 “평화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우리의 노력에 큰 힘을 보태준 글렌데일시와 시민에게 감사하다”며 “모두가 누리는 평화와 인권을 위한 실천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성북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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