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금천뮤지컬센터에서 금천문화재단의 활동을 설명하는 오진이 재단 대표이사. 서울문화재단 여성 최초 1급 간부 출신인 오 대표이사는 “성과보다는 진정 어린 마음을 살피고, 구성원 한 사람 한사람부터 문화적”인 재단 문화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재단부터 이런 마음을 가질 때 재단이 금천구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금천 속으로, 주민 곁으로, 예술과 함께’라는 금천문화재단의 슬로건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문화재단 첫 ‘여성 1급 간부’ 출신
퇴직 뒤 ‘징검돌 역할’ 권유에 대표 맡아
사람 냄새 나는 ‘N개의 금천’ 매력 찾고
의류산업 특성 반영 ‘패션영화제’ 개최
도서관 대출, 서점에서 바로 이뤄지고
국내 첫 ‘뮤지컬 전용 교육공간’도 운영
지역문화종합지수 ‘구단위’ 전국 5위
“젊은 직원들 올해 더 큰 활동” 기대감도
문화도시 금천에는 ‘최초’가 많다. 국내 최초 뮤지컬 전문 교육공간 ‘금천뮤지컬센터’가 있고, 전국 최초 ‘패션영화제’가 열렸다.
이런 금천문화재단을 이끄는 오진이 대표이사는 서울문화재단의 공채 1기이자 여성 최초 1급 간부, 최초 정년퇴직자 출신이다. 오 대표는 1986년 한국방송(KBS) 드라마작가로 업무를 시작해 국립극장 홍보팀장으로도 활동했다. 서울문화재단 퇴직 뒤에는 많은 후배의 응원으로 2021년 11월 금천문화재단에 취임했다. 여성 실무자가 많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의사결정권자 중엔 남성이 다수이기에 “징검다리 역할이 필요하다”고 많은 이가 권했다고 한다. 오 대표는 그런 바람에 힘입어 “성과보다는 진정 어린 마음을 살피고,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부터 문화적”인 재단 문화를 만드는 데 방향성을 두었다.
‘금천뮤지컬센터’는 가산중학교의 학생 수 감소로 생긴 공간을 재단장해 지난해 11월 개관했다. 본래 교육공간이었던 만큼 뮤지컬 특화 교육시설로 뮤지컬 교육과 제작, 공연 등의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건물 일부가 중학교와 센터가 연결돼 학생들이 익숙하고 편안하게 뮤지컬을 배우고 접할 수 있다. “문만 열면 마치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거 같아요.” 오 대표는 학교 복도와 센터 공간을 이어주는 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어르신 배우 17명을 오디션으로 선발해 진행하고 있는 금천뮤지컬센터의 창작뮤지컬 <내 마음의 17세> 작품 연습 과정.
센터에선 벌써 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3월 어르신 배우 17명을 오디션으로 선발해 준비한 창작뮤지컬 <내 마음의 17세>는 공연일이 오는 7월2일로 다가왔다. 또한 라이징 뮤지컬 스타를 발굴·육성하려는 목적으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뮤-스테이션’은 이달 29일까지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세종문화회관의 서울시뮤지컬단과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뮤-스테이션’은 서울시뮤지컬단 단원이 멘토로 참여해 차별화된 뮤지컬 인재 발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9월 발표회까지 총 11주 동안 진행한다. 이 기간에 청소년이 전문 뮤지컬 배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소그룹 멘토링을 통한 관찰, 분석, 그룹 발표 등의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2021년 11월 열린 제1회 금천패션영화제모습. 고급 의류 제조산업의 역사와 자부심을 가진 금천구 특색을 반영해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1회 금천패션영화제’는 고급 의류·제조산업의 역사와 자부심을 가진 지역 특색을 반영해 시작했다. 금천은 고급 의류를 제조해온 장인을 중심으로 인프라가 형성돼 있다. ‘G밸리’로 불리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는 대형 의류 아웃렛 단지가 조성돼 인기를 얻고 있다.
‘금천패션영화제’는 첫 회였음에도 480여 편이 출품됐고, 대상작 <실>을 포함해 모두 9편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영화제 기간에는 지역의 뼈대 굵은 봉제 장인뿐 아니라 젊은 ‘CEO 패턴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패션 관련 총 54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됐다. 위드 코로나 시작에 맞물렸던 영화제는 아웃렛 단지 내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됐다. 영화 관람이 자연스레 쇼핑으로 이어지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줬다. 올해는 패션 산업과 연관된 부대행사를 폭넓게 구성해 확장성을 높일 계획이다.
오 대표는 금천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사람 냄새 나는 정다운 곳이라고 자신한다. ‘작은도서관’의 경우 주민이 대출증을 보여주지 않아도 얼굴만 봐도 알 정도로 친숙하다. “이용객이 직원에게 파김치를 담가다 준” 일화를 소개하면서 “주택에 거주하는 정주민이 많아 공동체성이 강하고, 골목에서 안부를 묻는 일이 흔한 정겨운 동네”라고 말했다.
그로 인해 시민력이 높아 제8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성된 ‘우리 동네 정치살롱’에서 공약사항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등 시민 활동이 활발하다. ‘우리 동네 정치살롱’은 지난 2월23일 첫 제안 모임을 가진 이래 기후환경, 먹거리, 교육, 마을민주주의와 협치, 노동, 마을돌봄, 문화예술, 미디어 시민권, 인권·다양성, 노인, 장애, 주거권, 사회적 경제, 생활의제 등 14개 분야에서 모임이 구성되고 토론회와 좌담회, 정책 워크숍 등을 통해 ‘시민공약집’ 등을 만든 시민 주도 프로그램이다. 문화재단으로서도 이 과정에서 지역민의 욕구를 바로바로 체감해 동시대 이슈를 공감하고 사업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금천문화재단은 사업을 진행하는 데도 지역예술인과의 긴밀한 협업을 중요시한다. 오 대표는 어르신 뮤지컬 교육을 담당한 ‘하늘에’, 전시공간 ‘범일운수종점Tiger1'을 운영 중인 시각예술단체 ‘컨템포로컬’, 지역 사랑이 남달라 어디서고 동네 자랑을 하며 지역 북콘서트 등의 행사에 초청된다는 가수 하림씨까지 애정을 담아 소개했다. 올해는 지역문화, 지역예술인, 지역 공간을 발굴하는 ‘독가시(독산, 가산, 시흥) 예술단편선’ 프로젝트를 통해 ‘N개의 금천’ 매력을 찾아나갈 계획이다. 탐색된 지역문화콘텐츠와 예술문화정보는 ‘금천사용설명서’로 정리해 전입 주민에게 웰컴키트로 전달하고자 한다.
주민 필요를 충족시키는 이런 섬세한 사업 덕분인지 지난 3월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 실태조사’에서 금천은 전국 ‘구 단위’ 지역문화 종합지수에서 5위에 선정됐다. 문화 향유 분야의 ‘인구 1만 명당 자체 기획 문화예술 공연 건수’와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 건수’ 지표에서 월등한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응 특별지표인 ‘비대면 문화사업 추진현황(사업 건수)’에서는 138건을 기록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금천하모니축제’ 기획단 모습. 패션아웃렛, 안양천, 중앙공원 등 금천구 내 여러 장소에서 올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2017년 출범한 5년 차 재단으로서는 우수한 성과임에도 오 대표이사는 “평균 나이 39살인 젊은 직원들이 팬데믹으로 개인 역량, 조직 역량을 미처 발휘하지 못해 근질근질해 한다”고 밝힐 정도로 이후 더 큰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래서 거리두기 해제 뒤 개최될 ‘하모니축제’에 기대가 크다.
패션아웃렛, 안양천, 중앙공원 등 금천구 내 여러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예정인 ‘하모니축제’는 시민문화기획자 아카데미인 ‘하모니캠퍼스’에서 양성된 30명의 시민문화기획자와 함께 준비 중이다. 부제인 ‘두근두근’처럼 팬데믹으로 무뎌진 감성과 감각을 되살리고자 한다.
7월 금나래아트홀 갤러리 재개관, 10~11월 금천예술인 커뮤니티센터(가칭) 개관도 차례로 기다리고 있다. 금나래아트홀 갤러리 재개관 기념 프로그램으로는 ‘포레스트리’ 특별전시가 준비돼 있다. ‘전시장 안으로 숲을 초청하여’ 자연의 일부인 사람을 경험하게 하는 전시이다.
이날 오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기자와 함께 목골산 자락에 위치해 풍광이 아름다운 독산도서관에 동행했다. “도서관은 주민들이 가장 가까이 접하고 이용하는 문화 공간이죠. 책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이 다양합니다.” 2020년 리모델링한 도서관은 1·2층을 연결한 복층 형태로 입구에 들어서면 탁 트인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구 맞은편은 작은 대숲 뜰을 배경으로 한 야외열람실 겸 소공연장과 통창으로 이어져 있다.
금천구 내 4개 구립도서관, 11개 작은도서관은 한 도서관이 문을 닫더라도 다른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순환식 휴일제’로 이용자 편익을 도모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구매 희망도서를 기다리지 않고 동네서점에서 바로 대출할 수 있는 ‘희망도서 바로대출제’, 도서관에 오지 못하는 분을 위해 미용실, 지역아동센터 등에 책을 보내는 ‘단체대출제’ 등의 서비스로 더욱 구민의 필요를 채우고자 한다. 금천문화재단의 슬로건인 ‘금천 속으로, 주민 곁으로, 예술과 함께’ 실천의 일환이었다.
유진아 객원기자 jina6382@naver.com
사진 금천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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