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여름휴가로 다녀온 선교장의 활래정은 언제나처럼 활력이 넘쳐 보였다. 활래라는 이름은 뒷산의 샘물이 흘러들어 늘 물이 맑고 생명력이 넘쳐난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인데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것 같다. 연못도 샘물이 솟아나고, 바다로 나아가는 길이 열려야 생명이 가득한 것처럼, 도시도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들어 머물 때 활력이 만들어진다. 고대 도시가 대체로 바다와 강을 끼고 발달한 것도 이러한 사람들의 교류와 협력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서울도 그랬다. 바닷길과 한강길 그리고 뭍길을 통해서 사통팔달의 연결망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모여들었기에 수도 서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지금 서울은 인천공항을 통해 하늘길로 세계를 오가며 활력을 얻어가고 있다. 서울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람들의 유입처가 있는데, 바로 대학교다. 학기 초마다 전국에서 대학 신입생들이 서울로 모여들면서 활력이 생겨난다.
통계청의 2016년 통계 자료를 보면, 서울시에는 45개의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이 있다. 그리고 대학 재학생 통계를 보면 서울시는 총 37만 명(24.4%)의 대학생이 살고 있으며, 경기도는 17만 명(11.5%)이 살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를 합치면 55만 명(35.9%)의 대학생이 수도권에 모여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산·경남 지역에 21만 명(13.9%), 대전·충남 지역에 21만 명(13.6%), 대구·경북 지역에 17만 명(10.9%)이 살고 있다. 대학교육협의회의 통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는 2016년 한 해에 7만8000명의 신입생을 뽑았다. 서울대학교의 지역 출신 신입생 비율이 60%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해 보면, 해마다 4만 명이 넘는 신입생들이 지역에서 서울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1~2시간 남짓이면 55만 명의 대학생들이 마음껏 소통하면서 교류 협력을 할 수도 있다.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서울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더 나아가 문화예술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 세종시로 정부 부처가 이전하면서 서울의 인구 감소가 나타난다고 하지만, 서울은 해마다 대학교 신입생들을 전국에서 끌어모으며 활력을 유지하고 있는 청년 활력특별시다.
활래정에서는 샘솟는 샘물이 활력을 만들어낸다면, 서울에서는 대학 신입생들이 활력을 만들어낸다. 서울시는 도시에 활력을 주는 대학생들을 제대로 대접하고, 대학생들에게 기회의 땅으로서 서울의 매력을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에서도 지역사회의 문제를 공유하면서 공동체를 함께 이끌어가는 새로운 대학 모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학이 없다면 서울의 활력이 떨어지겠지만, 서울시의 도시기반시설 없이 대학도 나 홀로 발전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렇기에 대학과 서울시는 함께 상생발전하면서 대학생들에게는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청년활력특별시로서 서울시가 앞장서면 더욱 좋겠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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