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캠프’에서 본 성공 스타트업

글로벌 네트워킹, ‘더 넓은 세계시장’으로 가는 다리

⑦ 디캠프가 각국 전문기관과의 네트워킹을 중시하는 이유

등록 : 2022-07-07 16:24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앞줄 오른쪽 넷째)와 멕시코 농업 관계자 등이 지난 6월23일 마포 프론트원에서 진행된 ‘농업기술 혁신생태계 연수 프로그램’의 오후 세션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멕시코 농촌개발신탁기금(FIRA)과 세계은행이 공동주최한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 농업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살펴서, 멕시코가 처한 농업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목표로 진행됐다.

멕시코 농촌 관계자 한국 찾아와 ‘연수’

한국 농업 스타트업들의 사례 살펴서

자국 농업 문제 해결 방안 찾는 게 목표

디캠프, 사례 발표자 추천 등 진행 기여

“해외 기관 한국 방문 때 도움 요청 많아”

디캠프, 설립 초기부터 네트워킹 중시

“세계로 가는 길, 유니콘 성장 주요 경로”


올해 베트남·라오스 등 각국 행사 참가

관련 전문기관과의 협력 속에서 진행

“한국의 스타트업 환경은 매우 우수한 것 같습니다. 특히 프론트원·디캠프 같은 곳은 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 개발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23일 공덕동 프론트원을 방문한 멕시코 농촌개발신탁기금(FIRA)의 알란 엘리손도 사무총장의 말이다. 엘리손도 사무총장은 FIRA와 세계은행이 공동주최한 ‘농업기술 혁신생태계 연수 프로그램’ 참석차 방한해 이날 행사장인 프론트원을 방문했다. 프론트원은 ‘19개 금융기관이 설립한 국내 최대규모의 창업재단’인 디캠프가 운영하는 창업공간이다. 디캠프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농업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역할을 맡은 기관 중 하나다.

엘리손도 사무총장과 멕시코 농업 관계자들이 한국의 농업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적용하는 한국 스타트업의 사례를 살펴서, 멕시코가 처한 농업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엘리손도 사무총장은 “현재 멕시코는 기후변화 문제, 농민의 고령화, 인구 증가로 인해 더 적은 투입량으로 더 많은 생산을 해야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에 따라 농업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엘리손도 사무총장은 이어서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 기술을 배우는 한편, 기술 투자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알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업기술 혁신생태계 연수 프로그램’에서 한 발표자가 한국 농업 스타트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 사례발표를 한 농업스타트업 중에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을 사용한 애그테크(농업기술) 기업이 눈에 띄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계절과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언제 어느 때나 동일한 품질의 채소를 생산해내는 스마트 농업 구현 업체인 ‘팜에이트’ △애플리케이션 ‘팜모닝’을 통해 농장 경영에 필요한 데이터 농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린랩스’ △축산 각 분야에 적용할 스마트팜 솔루션을 보유한 ‘리얼팜’ △인공지능으로 가축을 관리하고 키우는 ‘한국축산데이터’ △자율주행·무인주행 스마트 농기계 등을 생산하는 ‘대동’ 등이 이날 멕시코 관계자들 앞에서 발표했다.

엘리손도 사무총장은 발표를 들은 뒤 “오늘 참가한 기업들을 보니 스타트업 혁명은 이미 현실”이라며 “이런 혁명이 농업 생산 혁명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로 돌아가서 여기서 일어난 혁신을 멕시코 현지 시장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을 초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 농촌개발신탁기금 관계자 등이 발표 내용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이날의 ‘연수 프로그램’이 프론트원에서 열린 것은 디캠프의 글로벌 네트워킹과 무관하지 않다. 디캠프는 글로벌 네트워킹이 스타트업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기회라고 보고 설립 초기인 2013년부터 이에 힘을 쏟아왔다.

글로벌 네트워킹은 우리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의 스타트업이나 산업 관계자가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농업기술 혁신생태계 연수 프로그램’은 후자의 경우다. 장신희 디캠프 홍보팀장은 “해외 관련 기관이나 단체가 한국에서 행사할 때 한국 스타트업 관련 정보와 연결을 디캠프에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멕시코 농촌개발신탁기금 관계자 등이 발표 내용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멕시코 농업단체 연수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주최 단체 중 하나인 세계은행과의 협력관계가 고리로 작용했다. 디캠프는 2019년 3월20일 열린 디데이(디캠프 데모데이)를 세계은행 산하 단체인 국제금융공사(IFC)와 공동주최했다. IFC는 개발도상국의 민간부문투자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세계 최대 개발금융기관이다. 국제금융공사에 따르면, IFC한국사무소가 문을 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IFC가 한국 기업들의 사업 확장을 위해 제공한 총액은 30억달러(약 3조9천억원)에 이른다.

IFC가 당시 디캠프와 함께 디데이를 공동주최한 것도 개발도상국 시장에 적용할 솔루션을 가진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서였다. 스타트업을 잘 아는 디캠프와 개발도상국 투자를 많이 하는 IFC가 힘을 합쳐 ‘개발도상국 진출 스타트업’의 투자 성공 케이스를 만들자는 것이다.

당시 디데이에는 모두 9개 기업이 경선 무대에 올랐고 인도 등지로 진출한 1인 화덕피자 조리 스타트업 고피자 등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렇게 외국 기관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과 반대로, 디캠프가 세계 각국의 전문기관들과 손을 잡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

디캠프는 올해 들어 이미 스타트업 기업들과 함께 유럽 최대 자유 기술 전시회인 ‘런던테크 위크’(6월13~17일)와 일본 도쿄의 시그니처 벤처 행사인 ‘로켓 피치 나이트 스프링’(5월26일) 등 현지 행사에 참여했다. 로켓 피치 나이트의 경우 주한 영국대사관, 영국 국제통상부(DIT)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진행되기도 했다.

디캠프는 올 하반기에도 베트남(8월26~27일), 인도네시아(9월1~2일), 라오스(10월 중순), 싱가포르(10월25~27일), 홍콩(11월10~11일) 등지에서 진행되는 주요 행사에 스타트업들과 함께 참가할 계획이다.

하반기에 진행되는 디캠프의 글로벌 행사 역시 각국의 협력기관과 함께 진행한다. 가령 라오스의 경우를 보면, 디캠프는 라오스 기술통신부, 라오스 상공회의소, 그리고 유엔산업개발기구(유니도·UNIDO)와 함께 행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들 협력 단체 가운데 유니도는 프론트원의 공식 글로벌 성장 파트너다. 유니도는 유엔의 전문기구로서 빈곤 감축, 포용적 세계화,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개발도상국 산업발전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미 여러 차례 디캠프와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유니도의 한국투자진흥사무소도 공덕동에 있는 프론트원 16층에 입주해 있다. 유니도와 디캠프는 이런 협력을 통해, ‘개발도상국 지원’과 ‘한국 스타트업 발전’이라는 각자의 목표를 성공으로 함께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점점 국경 없는 하나의 더 넓은 시장이 돼가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하나의 세계시장’에 접근해가는 것은, 어쩌면 유니콘으로 성장해나가는 가장 중요한 경로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장으로 가는 다리 중 하나가 바로 디캠프의 ‘글로벌 네트워크’인 것이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